다섯째, 윤리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슈바이처는 《문화의 몰락과 재건》에서 “경험에서 이끌어낸 지식만이 현실에 적용될 수 있다고 믿게 됨으로써 우리는 이상을 상실한 시대에 살게 되었다. 그러나 윤리적인 이상을 내포한 신념만이 자유로운 행동, 즉 계획적이며 합리적인 행동을 산출할 수 있다. 윤리적인 이상이 없어지면 사건 자체와 우리 사이의 어떤 간격이 없어지고, 그러면 지금까지 이상에 의해 통제되고 조절되어 있던 욕망과 감정이 우리의 심리를 좌우한다. (…) 인류의 문명을 결정하는 관건은 외적 사실에 있지 않고, 우리의 마음에 있다. 우리가 설 수 있는 굳은 토대는 윤리적인 이상 속에 마련된다. 윤리적인 이상을 통하여 현실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인간도 사회도 윤리적 이상에 의해서만 사건에 대하여 최대한의 지배력을 지닐 수 있음을 아는 것이 참다운 현실 감각이다. 만약 이러한 참다운 현실 감각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든 사건에 얽매이고 만다. 우리는 현대를 윤리 없는 문화로 살아 보려고 애썼던 것이다.”
대체로 절대적 진리나 윤리 기준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개인의 경험이나 조직의 거대한 힘이 파괴력을 가지고 그 사회의 지배가치가 된다. 더욱이 급변하는 사회일수록 객관적인 기준이 부재함으로 한 시대의 권위있는 지식인이나 종교지도자가 사회여론을 주도하고 윤리적 기준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특히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보편적인 윤리는 힘을 잃게 된다.
여섯째, 공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현대사회는 디지털 문화가 지배하는 시대로 과거처럼 대면접촉을 통한 직접적이고 친밀한 만남과 관계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4차 산업이 중심이 되어가는 시대적 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변화를 더욱 가속화되는 계기가 되어 새로운 규범과 가치관이 대두된다. 즉 포스트 코로나는 뉴노멀을 더욱 앞당기며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는 원격수업이 일반화되고, 직장은 화상회의로 재택근무를 하는 언택트 시대로 전환되고,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이 일상화 되고, 생산 및 유통 방식의 디지털화, 혼자만의 생활이 늘어나는 등 삶의 방식과 기준이 변하고 있다. 이제 시대에 맞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제러미 리프킨의 《공감의 시대》에서 “무엇보다도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사회의 연결망과 관계성의 폭이 과연 넓어질 수 있는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 오늘날 사회적 집단의식이 대가족이나 이웃 기반의 조직체에서 사회적 네트워크 기반으로 옮겨 가면서, 지리적 한계를 초월하여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데 모아 주고 있다. (…) 친밀감과 공감의 유대감을 조성하려면 진정한 자아를 더 많이 드러내야 한다. 허물없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내면의 참모습과 고통을, 살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공유할 때만, 우리는 공감적 유대감을 수립한다.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한 사람의 진정한 자아를 다른 사람에게 쉽게 드러낼 수 있게 해 주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적 유대나 관계를 맺게 도와준다면, 이런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은 공감적 인식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하듯이 현재는 이성적 논리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공감을 필요로 한다. 사회의 건강함에 대해 얼마나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지느냐도 척도가 될 것이다. 남이야 어찌 되었던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은 이기적 삶으로 훗날 내가 어려워졌을 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니 저들의 최저임금은 상관없어.’ 과연 그럴까요? 세상에 연관이 안 되어 있는 일이 있을까요? 사회는 공동체다. 어떤 형태로든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다. 남과의 차별에 대해 분노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관점부터 돌아봐야 한다. ‘너와 나는 둘이 아니고 하나다’라는 자비심으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이웃의 고통을 나의 아픔으로 이해하고 함께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내려오는 전통으로 어려울 때 서로 상부상조하고 협동 단결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왔던 미풍양속의 지혜가 있듯이, 오늘을 사는 우리도 남 탓하지 말고 그런 지혜를 모을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서로 믿고 의지하며 격려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포용하고 위로하는 따뜻한 정이 필요할 때이다. 국민 각자는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생활로 복구되길 바란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현실의 고통을 함께 공감하며 나누면서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 <희망은 날개 달린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의 횃대에 앉아/ 가사 없는 노래 부르네/ 그치지 않는 그 노래/ 모진 바람 불 때 제일 감미로워라/ 많은 사람 따뜻이 감싸준/ 그 작은 새 당황케 할 수 있다면/ 폭풍은 분명 마음 아프리/ 나는 가장 추운 땅에서도/ 가장 낯선 바다에서도 그 노래 들었네/ 하지만 아무리 절박해도 희망은 내게 빵 한 조각 청하지 않았네.’
《논어》 〈위령공〉편에 “사람이 멀리 내다보며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게 된다(人無遠慮, 必有近憂).”, 기홍철의 시 <산수유>는 ‘고난의 강을 건너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 우리 다 함께 일어설 수 있다’고 했다. 좀 더 멀리 바라보면서 힘든 오늘을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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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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