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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부끄러움(愧)
등록날짜 [ 2021년05월17일 10시58분 ]

우리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의 계급적 우위를 주장하지 않고 살아간다. 그런데 나는 가끔 특정한 인간과 한통속으로 취급받는 게 불쾌할 때가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예의나 염치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람을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들며 마음이 복잡해진다. 후안무치란 낯가죽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인데, 그런 사람과 한통속으로 취급받는 게 불쾌하다는 건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인간적으로 저열하다는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저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할 근거가 있는지, 내가 과연 ‘저건 아니다’라고 단죄할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상대방이 ‘너나 나나 똑같은 사람인데 네가 뭔데 내 행동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느냐?’라고 되물어오면 나는 뭐라고 답을 할 것인지 말문이 막힌다. 입장을 바꿔서 누군가가 내 욕을 한다고 하자. 상대가 나에게 비난을 퍼붓는 건 내가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 곧 상대방의 판단기준에 내가 못 미친다는 이야기이며 그 사람이 우위에 있고 내가 저열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부류의 사람과 같은 취급을 받는 걸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자기우월감 때문에 생긴 불쾌함은 정당하지 않다. 내가 상대방을 단죄할 권리가 없듯이 상대방도 나를 단죄할 권리는 없다. 사람사이에는 이렇게 풀리지 않는 딜레마가 상존한다. 
사회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친소(親疏), 우열(優劣), 상하(上下)관계는 있을 수밖에 없어서 이와 같은 딜레마는 언제 어디에나 있다. 이 딜레마는 ‘너 때문이야’가 아니라 ‘내 탓이야’라고 해야 벗어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내가 더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욕을 먹지 않고 이런 딜레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자기 안에서 자신을 돌아보면, 스스로가 보잘 것 없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걸 자각하게 되고, 그러면 자기를 내세우지 않을 수 있다. 원래 인간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을 내세우며 살면 당당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스스로가 정말 끔찍하고 수치스러운 존재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외면으로 향해 있던 자신의 생각을 신(神)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로 돌이켜서 비췄을 때 소스라치게 놀란다. 자기가 애써 눈감아왔던 자신의 내면의 모습이 비열하고, 불행하며, 더럽고 불결하며 곪아 터져 있음을 봤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내세우는 행위에 대한 회개와 참회를 하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절대로 할 수 없다. 그에 따라서 인간관계에서는 우열(優劣)을 따지지 못한다. 당연히 다른 사람의 행위를 자신의 입장에서 재단하지 않게 되고 다른 사람들도 내 행위에 대해서 비난할 여지를 갖지 않게 된다. 인간사회의 딜레마를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을 돌아보고 회개와 참회를 하면 된다.
회개와 참회는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원효대사는 회개와 참회를 “지금 부처님 앞에서 깊이 부끄러움을 일으켜 보리심을 발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합니다.(故今佛前 深生 愧 發菩提心 誠心懺悔) 세상 인간관계의 질곡(桎梏)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참회를 해야 하고 참회를 위해서는 부끄러워(愧)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인간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첫째 조건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자신의 정신적 질병치료제라고 할 수 있는데, 변명으로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사람을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인간이라고 하는 건 생각보다 심각한 욕이다.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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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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