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져야 한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나는 애정을 가지고 여러분을 반깁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명령보다 신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내게 생명과 힘이 있는 한, 내가 만난 모든 이에게 설교하고 권면하는 철학의 임무를 그치지는 않겠습니다. 친구들이여, 그대들은 지혜와 진리에 무관심하고 영혼의 발전에 무관심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습니까?”라고 한다. 자신을 변론하면서 자기가 ‘다이몬(daimon)’을 따르고 있다고 밝힌다. 다이몬은 소크라테스에게 어떠어떠한 행동을 하지 말고, 어떠어떠한 행동은 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기준으로 ‘영혼’과도 같은 것이다. 플라톤은 《알키비아데스》에서 “너 자신을 알라고 명하는 자는 우리에게 영혼을 알라고 시키는 걸세.”라고 한다. 자신을 아는 데 있어서 핵심은 혼에 대한 앎이다. 철학사는 혼을 의미하는 다이몬을 인간의 외부적인 무엇이 아니라 양심, 인간의 본질, 인간의 내적인 정신세계로 본다. 인간 스스로 지성에 의해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기독교 등장과 더불어 이 내면의 소리는 신의 말씀을 전해 주는 것으로 여기면서 더욱 중요성을 얻게 된다. 중세의 교부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은 내 내면의 가장 내밀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인간의 양심과 인간 내면에 현존하고 있는 신의 존재 사이의 관계를 강조한다. 소크라테스가 당시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던 소피스트나 정치인들의 공격에 맞서며 아테네 시민들에게 열정적으로 연설하고 대화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아테네 신을 부정하고 젊은이를 타락시켰다는 죄로 감옥에 투옥되고 법정에서 정정당당하게 자신을 변론할 수 있었던 것도, 감옥에서 합법적으로 석방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배를 마시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확고한 확신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논어》 <위령공편>에서 “공자 일행이 진나라에 있을 때 양식이 떨어져 제자들이 병이 들어 일어나지 못했다. 이에 불만을 느낀 제자 자로(子路)가 ‘군자도 궁색할 때가 있습니까?’ 라고 하자 공자는 ‘군자는 곤궁해도 의연하지만, 소인은 곤궁하면 몸가짐이 흐트러진다’(君子固窮 小人窮斯濫矣).”고 하듯이 군자는 자제력을 잃지 않고 자신을 지켜나간다고 했다.
넷째. 자유의지에 충실해야 한다. 칸트는 《실천이성명령》에서 각자가 주어진 삶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주체적이고 능동적 신념과 삶의 의미를 내적으로 성찰하는 자세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도덕적 실천 의지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돈, 권력 등 각종 수단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삶의 주체인 우리가 우리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 놓은 수단이나 도구에 의해 지배되며 노예로 전락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인이 바뀌는 순간 우리는 불행해진다.
그는 《도덕 형이상학 원론》에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의지인데, 이 의지는 단순한 개인이 아닌 집단 혹은 개인보다 우월한 존재(신, 사회, 형이상학)에게 나온 외부에서 들어온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이를 ‘의지의 타율적 원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행동이 우리 자신의 결정이 아닌 외부의 목소리에 의해 인도된다면 단순히 외적 요인의 작용에 불과하게 된다. 때문에 칸트는 외적 법칙(권위)과는 다른 근원으로 우리가 따를 법칙은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으로 ‘의지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의지의 자유란 어떤 상태를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능력으로 나의 의지가 어떤 외적 세력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 것으로, 인간만이 가진 이성인 자유의지가 인간이 동물과 공유하는 본능적 욕구를 통제하는 상태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상태로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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