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합의서란 양자 간 합의된 내용이 명시된 문서로 어떤 일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상호협력하기로 약속하는 문서라 할 수 있고, 분명한 것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각서인 것이다. 따라서 각서에 명시된 이행내용은 관련된 분쟁발생시 상호협력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 더욱이 공신력 있는 기관 대 기관 간의 합의는 서로 상생의 목적이기에 사업계획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법적구속력을 갖지 않더라도 책임 있고 원만하게 마무리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보통의 상식이다.
필자가 현역의원 시절 원만하게 합의가 진행됐던 청학동 482-521 일원(현 로데오주차장 옆) 군부대 이전 사업 이 당초 주민들에게 설명회를 통해 보고 드린 것과 다르게 진행되는 것 같아 염려되는 마음에 회람의 글을 올린다.
수십년 전부터 속초 도심지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 정보부대가 국방시설본부와 속초시 간의 협의로 기부 대 양여방식(사업주관기관에 대체시설을 기부한 자에게 용도 폐지한 재산을 양여, 국가소유물을 이전하는 사업)으로 이전을 추진하게 된 것은 2004년 2월이었다. 속초시의 정보사 이전 건의를 시작으로 양측은 2008년 10월 합의각서를 체결하였다. 국방부는 청학동 군사시설 이전으로 용도 폐지된 부지를 속초시에 양여하고, 속초시는 아파트 50동을 정보부대에 제공하는 공동사업이다. 이후 2009년 3월에 속초시가 제공한 아파트 50동을 기부받아 입주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어 2011년 3월 완전이전사업합의각서를 체결하여 고성군 이전장소에 기부재산으로 통합막사·전천후훈련장·오수처리시설 등을 준공하면서 이전 1단계 사업이 마무리돼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완료됐다.
그러나 2011년 8월 이전지역 고성주민들의 군부대이전 반대민원이 발생해 2단계사업에 차질이 생겨 결국에는 완전이전을 못하고 청학동 로데오 제1주차장 옆에 상가대(배를 올려놓기 위한 시설물) 부지가 존치하게 됐고, 오는 6월 준공을 목표로 건물신축공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당초 계획은 군부대 상가대 자리에 주민 및 관광객 쉼터로 워터프론트를 만들어 로데오거리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고, 몇 차례에 걸쳐 교동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이제는 주민들의 기대와 오랫동안 추진에 힘썼던 담당 공무원들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다보니 안타까운 마음만 남는다.
결국에는 지금 영업 중인 호텔을 유치한 꼴만 되어 버렸다. 이같은 진행 내용을 모르는 주민들은 4층 이상 층고높이로 신축 중인 건물이 몇 층으로 승인됐으며, 도대체 무슨 건물인지, 전부 이전하기로 하고 보상절차를 밟은 줄 알았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무성한 소문에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전언에 의하면 속초시에서 기부 대 양여의 마무리로 23억원을 지원하여 2층 규모로 건물을 신축 중이라고 한다. 인근 지자체에서 반대한다고 일부만 이전하고 진작에 이전해야 할 것은 존치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민들은 양자 간 합의한 내용이 묵살되고 이행이 안 된다면 합의는 왜 했는지, 이대로 제 목소리도 못 내고 높아져가는 건물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지, 누구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묻고 있다.
동해안 군 경계철책 철거도 거의 다 이뤄졌고, 통일전망대 출입 시 신분증 확인절차도 생략하는데 이런 때에 속초시내 한복판에 아직도 군부대시설이 남아 있게 되는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서로 간의 약속은 지킨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에 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최종 합의안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김진기
전 속초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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