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갈길 잃은 설악권 해안국도의 현주소Ⅰ
②갈길 잃은 설악권 산악국도의 현주소Ⅱ
③고속도로 개통 후 해안·산악국도
활성화 잰걸음 뗀 강릉시의 비전
④국도 44·46호선 교차거점 인제군의
현주소와 활성화 대책
⑤양구 거쳐 춘천까지 이어지는 접경지
국도 46호선, 뒤안길 벗어나나
⑥홍천-양평 잇는 국도 44호선 수도권
힐링 길 되나
⑦설악권 해안·산악 연결 국도 활성화
전환점 찾자
강원도의 최대 산림지역인 인제군은 국도 44호선과 46호선이 교차하는 거점으로 과거부터 수도권과 동해안을 잇는 가교역할을 해내며 국도와 연계한 상권 활성화로 지역경제 부양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후 인제군은 체류형보다는 지나치는 관광지로 어려움에 직면했고, 빙어축제와 자작나무숲 등 차별화한 테마관광도 갈수록 위축되는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테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인제군을 찾은 외부방문객수는 869만여명으로 전년도 953만명보다 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빙어축제 취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주말에도 손님 10명 못 받아”
인제군을 경유하는 국도 44·46호선은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전에는 원통과 인제읍, 신남 등 주요 도심의 상권 활성화를 견인하는 거점도로 역할을 해왔었다. 피서철과 단풍철에는 동해안으로 가는 차량들이 지·정체를 빚을 정도로 교통량이 활발했던 국도는 지난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단순한 우회도로로 전락해 교통량이 70% 이상 급감하기에 이르렀다. 국도 동홍천IC~인제읍 구간이 최대 1시간 이상 소요됨에 따라 특별히 인제군의 관광테마를 목적으로 방문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차량이 국도 대신 빠른 고속도로를 통해 동해안을 오가고 있다.
이처럼 국도 44·46호선이 2017년부터 우회도로로 전락하자, 인제군의 국도변 상권도 갈수록 침체에 빠져 토종닭이나 막국수집 등 주요 상가의 매출액도 70% 넘게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국도 44호선과 46호선이 갈라지는 한계리와 용대리 주변은 미시령터널 통행량 감소와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 폐쇄로 그나마 유지하던 식당들은 물론 휴게소까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계리 국도변 휴게소 운영자는 “2019년까지는 그래도 주말이면 간혹 손님들이 찾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진 지난해부터는 주말에도 10명을 받기 힘들 정도”라며 “그래서 휴게소 규모를 줄였지만 차량통행이 안 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어떻게 희망을 찾을 수 있겠냐”고 낙담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IC와 연결되는 국도 주변인 신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피서철이면 차량들이 막힐 정도로 붐벼 휴게소를 리모델링하고 대형식당들도 들어섰지만 줄어드는 통행량에는 속수무책이다. 신남면의 한 상가 주인은 “자가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버스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면서 매출이 70% 이상 급감해 장사를 계속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미시령터널 통행료 완전 무료화 촉구
인제군은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이 예상되자, 지난 2014년부터 국도 44호선의 침체를 우려해 ‘하늘내린거리’ 명품화사업을 추진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그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후 고속도로가 개통하고 국도의 통행량이 급감하면서 지역상권 침체로 이어지자, 군은 주요 교차로에서 좌우 회전하는 차량을 자동으로 감지해 필요한 신호만 주고 나머지 시간은 주 도로에 직진 신호를 부여하는 ‘감응신호 시스템’ 구축을 통해 국도의 통행량 회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감응신호 시스템’은 지난해 국도 44호선 홍천군 두촌면 추평 교차로~인제 북면 한계 삼거리 관벌 교차로 사이 47㎞ 구간 13곳에 설치한 데 이어 올해도 국도 46호선 용대리 진미식당 앞 교차로~아랫남 교차로 19㎞ 구간 7곳에 구축할 계획이다. 인제군은 국도 44호선에 이어 46호선 구간에 감응신호기가 설치되면 홍천·인제를 거쳐 속초 등 동해안으로 향하는 차량들의 이동 시간이 기존 45분에서 15분가량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제군은 국도 활성화를 위해 관광시설 조성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공모사업으로 연말까지 35억원을 투입해 남면 남전리 1092-13번지 일원 6400㎡ 부지에 ‘하늘내린 산채세상 스마트복합쉼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 사업은 소양호와 어우러진 자연경관과 38선이라는 지역 자원을 연계한 편의시설로, 기존 1·2층은 임산물판매장과 카페가, 3층에는 글라스 전망대와 야외 돌출형 전망 공간인 소양호 둥지전망대 등이 들어선다. 인근에는 인제빙어축제장과 사계절 외부방문객을 유도하기 위한 소양호 빙어체험마을이 조성되고 있어 관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또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IC에서 인제까지 1시간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주요 접속도로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하는 도로인프라 확충사업도 연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상기 군수를 비롯해 인제군번영회 등 사회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은 국도 46호선의 통행량 회복을 위해서는 미시령터널 통행료를 완전 무료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관계기관에 실질적인 국도 활성화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티맵과 손잡고 국도 활성화 나서
빙어축제와 자작나무 숲, 만해마을로 유명한 인제군은 강원도의 청정 산림거점 지역으로 손꼽히지만, 국도 44호선과 46호선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제군과 지역주민들은 국도 활성화를 위한 단기대책을 넘어 지역특성을 활용한 중장기 관광특화전략사업만이 나락에 빠진 국도의 통행량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인제군은 지난 22일 티맵모빌리티(Tmap그룹장 이종갑)와 국도 44·46호선 주변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최대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티맵(Tmap)을 통해 동해로 가는 차량들의 동홍천IC 진입을 우선 안내하도록 하는 동시에 주요 관광지와 특산물을 홍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경기 활성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국도 44·46호선의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빙어축제의 개최 장소인 빙어호(성재보)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친환경 관광리조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빙어호는 수량이 풍부한 시기에는 3면에 둘러싸인 작은 섬을 연출하기 때문에 소양강 물줄기를 배경으로 제2의 남이섬이 될 수 있고, 자작나무 숲과도 10분 거리에 위치해 ‘강-산림-테마축제’가 조화를 이루는 3박자 관광거점으로 안성맞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기에 더해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의 정상화도 인제군과 고성군의 국도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강원도가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최근의 관광패턴이 안전한 힐링 관광으로 바뀌는 추세에 발맞춰 인제군의 관광전략을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등 유럽처럼 자연경관과 지역테마를 조합한 체류형 힐링관광에 주력하는 동시에 민자유치를 통한 친환경 리조트단지 등을 대규모로 조성하게 되면, 국도 통행량 증가는 물론 인제 남부권과 북부권이 국도를 거점으로 한 관광벨트로 이어져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상기 인제군수는 “강원도의 8자형 관광도로에서 우리 군이 포함된 설악권의 역할과 기능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국도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면서 투자유치를 통한 중장기 관광산업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국도 44호선과 46호선이 갈라지는 한계리 휴게소는 통행량 감소로 휴게소 상권마저 사라진 지 오래다.
인제 주민들이 힐링관광 거점으로 만들려는 국도 44호선 주변의 빙어축제장 배경인 빙어호(성재보)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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