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매운탕 집 뒤뜰에 / 큰항아리 가득 참게가 들어 있는데 /그 항아리 뚜껑이 없어/
다 도망가지 않을까 물으니 // 걱정 없지요 / 참게란 놈들 참 이상한 놈들이어서/
한 놈이 도망을 가려고 기어오르면 / 밑에 다른 놈들이 / 꼭 그놈의 다리를 붙잡아 /
끄집어내려 놓고 말지요 // 아무리 뚜껑을 열어 놓아도 / 결국 한 놈도 지척인 강으로/
못 돌아간다는, // 참게들 이야기 듣다가 / 그렇구나, 그렇구나 / 고개를 끄덕이다/
그만 섬뜩 해집니다// 〈참게 이야기 - 김인호〉
꽤 오래전에 쓴 시임에도 불구하고 김인호 시인의 참게 이야기는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만큼 시에 담긴 메시지가 간명하면서도 촌철살인의 이미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불과 한 달 전, 언론의 초점은 온통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보궐선거 이야기에 맞춰져 온갖 소식들을 쏟아냈다. 필자는 서울특별시민도, 부산광역시민도 아닌 속초시민 임에도 불구하고, 투표권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몇몇 후보자의 이름과 그들이 추구하는 논리를 대표한다는 몇 몇 패널들의 생산성 없는 편 가르기 논쟁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수부 도시의 시장 후보라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정책 비전이 아닌 공약(空約)만을 부도수표처럼 남발하고 있었다. 그들이 내건 공약(公約)은 1년 임기의 시장이 아니라 마치 대통령 같은 존재감이 느껴질 정도의 허황된 말의 잔치였다. 그 정도까지는 그래도 참아 줄 만 했다. 그러나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도를 넘어서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보면서 급기야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 길지 않은 선거기간 동안 필자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서울 특별시와 부산광역시가 아니었다. ‘내곡동, 생태탕, 페르가모 구두’와 ‘엘시티’ 그 네 개의 단어뿐이었다.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 왜 또 그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대한민국의 정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미래지향적이지 못하고, ‘꼭 그놈의 다리를 붙잡아’라는 시의 한 구절처럼 아직도 맨날 제자리걸음을 하는지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눈 온 날 아침/ 부러져나간 소나무를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자해(自害)/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는 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 〈 대결 – 이상국〉
어디 정치만 그러하겠는가? 우리가 사는 사람 세상 도처에 〈참게 이야기〉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고장에서도 지난 몇 년간 몇몇 이슈로 지역민들의 마음이 갈등과 대결의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그 토론의 장에서 필자는 항아리 안으로 자꾸 끌어내리기만 하는 참게들의 집게발만 크게 보이는 착시 현상을 자주 겪는다.
‘왜 나의 생각이 항상 옳다고 믿는 것일까?, 왜 그 일을 꼭 그렇게만 해야 하는 걸까?’에 대한 자성이 없다.
지역의 원로시인 이상국 시인의 시 〈대결〉의 한 구절처럼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생각과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저 빛나는 자해(自害), 혹은 아름다운 마감’을 하는 가지가 부러진 눈부신 소나무들을 많이 만났으면 참 좋겠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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