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갈길 잃은 설악권 해안국도의 현주소Ⅰ
②갈길 잃은 설악권 산악국도의 현주소Ⅱ
③고속도로 개통 후 해안·산악국도 활성화 잰걸음 뗀 강릉시의 비전
④국도 44·46호선 교차거점 인제군의 현주소와 활성화 대책
⑤양구 거쳐 춘천까지 이어지는 접경지 국도 46호선, 뒤안길 벗어나나
⑥홍천-양평 잇는 국도 44호선 수도권 힐링 길 되나
⑦설악권 해안·산악 연결 국도 활성화 전환점 찾자
강원도 동해안의 거점이자 ‘커피도시’로 유명한 강릉시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도 외부방문객 3천만명을 넘어서며 도심형 관광도시로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영동고속도로에 이어 KTX가 연결되면서 수도권과의 다양한 연계 교통망 확충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관광도시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곳이 바로 강릉이다. 한국관광공사의 테이터랩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지난해에도 강릉시를 찾은 외부방문객수는 3천122만여명으로 전년보다는 2% 줄었지만, 여전히 3천만명을 유지하는 관광도시로서의 경쟁력을 배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교통인프라 확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7번 국도인 해안도로와 대관령 도로로 불리는 산악도로를 관광명소와 연계하거나 새롭게 특화하는 관광도로 지원정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한 올해도 강릉시는 해안거점 관광지인 경포대와 커피거리는 물론 대관령 옛길까지 주말이면 수도권 중심의 관광객들이 찾아 관광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해안관광 콘텐츠 연계 통행량 증가
강릉시의 해안도로인 7번 국도는 오랜 관광명소인 경포대를 거점으로 해안관광 활성화의 큰 기반이 되고 있다. 경포대는 과거부터 호수와 해수욕장으로 사계절 관광토대를 마련했고, 그 주변에는 모래시계의 정동진을 비롯해 오죽헌 등 역사적 관광명소까지 더해지면서 동해고속도로 개통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관광객을 유입하며 오히려 국도의 통행량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자취가 서려 있는 오죽헌은 경포대에서 걸어서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해안을 찾은 관광객들은 차량이나 도보를 이용해 이곳을 방문하고 주변 식당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긴다. 또 동해바다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안목해변과 연결되고 횟집단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데 이어, 대형 숙박시설까지 랜드마크로 조성되면서 경포대를 거점으로 한 강릉시의 7번 국도는 ‘관광 관문’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강릉시도 해변관광 인프라 확충에 나서 경포대와 연결된 해안송림지역을 체계적으로 가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주문진 소돌해수욕장 주변에는 ‘청시행’의 서핑타운과 함께 BTS가 촬영한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관광인프라로 활용하는 등 해안관광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밀려나던 7번 국도를 해안관광 인프라와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그 위에 실제 관광객들이 만족할만한 소프트웨어 옷을 입히는 강릉시의 관광도로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경포대를 찾은 관광객 한민주(32, 서울 성동구) 씨는 “영동고속도를 타고 강릉에 와서 가장 먼저 해안가를 찾았는데, 경포대와 해변 그리고 오죽헌도 함께 둘러볼 수 있어서 편리하고 좋았다”며 “국도에서도 해변을 보면서 드라이브를 할 수 있어 기분이 상쾌했다”고 만족해했다.
명품 커피거리, 상권 활성화 시너지
“커피 마시러 강릉 갈래?”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강릉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커피다. 과거에는 커피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었던 강릉시가 서울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커피도시로 급성장했다.
백과사전에도 등장하는 ‘강릉커피거리’는 안목해변을 중심으로 해맞이공원과 여객터미널 중간에 위치하며 우리나라 1세대 바리스타 커피명장에서부터 커피 박물관, 커피 공장, 바리스타 아카데미 등 다양한 커피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다. 이곳은 대부분 커피를 로스팅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성업 중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제12회 커피축제가 열리지 못했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준수를 원칙으로 제13회 커피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한 곳도 커피거리와 가까운 안목해변에 위치하고 있어,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주말이면 차량들로 지·정체를 빚을 정도로 북적인다.
지난 14일 커피거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미선(43, 경기도 구리) 씨는 “해안가와 송림이 어우러진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정말 힐링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심신이 지쳤는데, 이곳에 와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게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푸른 동해바다와 송림을 사이에 두고 강릉해변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관광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면서 7번 국도와 연계한 해안도로는 동해안의 관광도로로 특화되며 주변 상권의 활성화도 견인하고 있다.
한 카페 주인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주말이면 하루 100명 넘는 고객이 찾고 있고, 포장도 많이 해가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커피거리가 콘텐츠가 되면서 국도와 간선도로가 시내보다 오히려 더 붐빈다”고 말했다.
옛길들 관광콘텐츠로 전환점 마련
율곡 이이가 과거 보러 한양 가던 아흔아홉 구비 큰 고갯길, 대관령은 영동과 영서를 넘나들던 관문으로, 국도 6호선을 중심으로 지방도 456호선 등이 지선으로 연결돼 통행이 이뤄지다,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된 후로는 옛길로만 명맥을 이어가며 통행량이 급감했었다.
하지만 강릉시가 중심이 돼 대관령 옛길 복원사업에 나섰고, 강릉단오제의 첫 제례 봉행지 등을 가미한 결과, 지난 2010년 명승 제74호로 지정됐다. 25.4km에 이르는 대관령 옛길은 대관령 하행휴게소~국사성황당~옛 주막터~우주선 화장실~보광리 자동차마을을 1코스로, 대관령 하행휴게소~국사성황당~옛 주막터~우주선화장실~대관령박물관을 2코스로 나눠 수려한 자연경관에 역사적 가치까지 접목하면서 매년 많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연접한 평창군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대관령 음악축제를 열면서 대관령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전환점을 마련했고, 이후 대관령 옛길은 전국적으로 사라져가는 옛길의 활성화 복원 답안지로 손꼽힐 정도로 새로운 경쟁력을 지니게 됐다.
강릉시는 대관령 옛길 복원사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자, △선자령 풍차길(12km) △어명을 받은 소나무길(11.7km) △사천 둑방길(18.2km) △바다 호숫길(16km) △굴산사 가는길(17km) △풍호연가길(17.7km) △산우에 바닷길(9.3km) △헌화로 산책길(13.9km) △심스테파노길(11km) △신사임당길(16.3km) 등 지역 역사와 테마가 서려 있는 다양한 길들을 관광콘텐츠로 만들어가고 있다.
빠른 고속도로와 KTX로 인해 사장될 것만 같던 강릉시의 7번 해안국도와 대관령 산악옛길은 길 주변과 연계한 콘텐츠를 적극 발굴해 옷을 입히면서 코로나19 속에서도 활력 넘치는 새로운 길을 활짝 열어가고 있다.
강릉시청 곽연화 홍보담당은 “주변에 산재한 요소들을 잘 활용해 연계하고 그 위에 정책적 지원과 함께 지역주민들의 삶을 녹여낸 것이 옛길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며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우리 시의 길들이 힐링의 역할을 해내도록 관광연계 활성화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동해안 7번 국도와 연결된 강릉 경포대 산책길은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대관령 옛길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힐링 길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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