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생활체육관과 속초교육문화관 담장이 도시 감성을 전달하는 컬처마크로 변신하고 있다. 속초시와 도시디자인 이음이 추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4월말 완공 예정이다.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에게 창작활동의 기회를 주고, 지역주민에게 일상 속 예술향유의 기회를 주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속초시 주최로 추진한 사업이다.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1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추진해 전국이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는 ‘우리 동네 미술’을 실현한다는 취지다. 속초시는 지난해 공모를 통해 프로젝트에 참여할 작가팀을 선정했고, 도시디자인 이음은 25명의 작가팀을 구성해 프로젝트명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 아트로드’를 주제로 지난해 11월 작품작업에 들어갔다.
타일벽화·정크아트로 거리미술관 조성
속초시는 공모 당시 이 사업의 취지에 맞춰 시민의 일상 공간이면서 낡은 외벽으로 미관을 해치는 ‘생활체육관’, ‘교육문화관 담장’을 작가팀에게 추천했다. 생활체육관은 속초 도심에 위치해 생활체육을 비롯해 활용도가 높은 건물로 속초시의 각종 행사를 개최했던 문화공간이다. 하지만 70년대 지어져 벽면 곳곳이 균열이 가고 심하게 훼손되어 불편을 가중시켰다. ‘교육문화관 담장’은 중학교와 도서관 사이에 있는 담장으로 시민과 학생에게 노출되어 있는 공간이지만 과거 그려놓은 벽화가 훼손되어 환경개선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밖에 속초의 대표적인 문화마을로 돌담이 인상적인 ‘상도문 돌담마을’에 야간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작품도 제안했다.
작가팀은 각각의 공간에 맞는 재료와 내구성, 공간의 이야기를 반영한 거리벽화를 기획했다. 조성호 작가팀이 맡은 생활체육관은 기존 페인트 벽화에 비해 내구성이 강하고 관리가 용이한 타일 모자이크를 소재로 작업했다. 생활체육관의 운동성과 속초 고유의 이미지인 파도, 영금정 등을 시각적 리듬으로 느낄 수 있는 채색을 배치해 문화공간 특유의 도시미학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4월 현재 90% 정도의 공정률을 보이며 그 윤곽을 드러내자 기획의도를 제대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성호 작가는 “외부 벽화작업이어서 겨울 날씨에 영향을 받아 힘든 작업이었다”며 작품과정을 설명한 후, “현재 코로나 예방접종센터로 사용하고 있는데 무심코 방문하신 분들이 바뀐 외관을 보고 좋아하시는 모습에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배철 작가팀이 맡은 속초교육문화관 벽면은 공간의 의미와 장소성을 바탕으로 환경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거리미술관으로 변모하였다. 작가팀은 ‘다함께 속초’라는 주제의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를 미학적으로 제안한 작품을 선보였다. 플라스틱은 지난 1월 시민공모를 통해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폐플라스틱을 공모하였다. 페트병 마개,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이의 장난감 등 쓸모가 사라진 플라스틱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정크아트’로 변신했다. 깨끗하게 미장한 벽면에 어부의 이야기, 푸른 파도 등 속초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배철 작가는 “아직 정크아트가 생소한 분들이 있지만 학생의 창의력이 샘솟을 수 있는 공간에 다양한 상징을 설치해 새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작품 의미를 설명했다.
배철 작가팀은 당초 영랑호에 작품 설치를 하려고 했으나 속초시가 제안한 교육문화관 담장으로 장소를 변경하면서 재료비 상승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한 가지 고민도 남아 있다. 담장 끝의 담쟁이 넝쿨이 자연 그대로의 화폭처럼 벽면을 장식하고 있어 어떻게 조화를 시키느냐의 문제이다. 정크아트와 담쟁이 넝쿨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도 묵직하기 때문에 작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상도문 훼손된 돌담에 태양광 조명
상도문 돌담마을의 태양광 돌담 조명은 상도문학당 손글씨반 어르신들이 직접 글씨를 썼다. 작가팀은 훼손된 돌담 5곳에 작품을 부착할 예정이다. 어르신의 글이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주민협력 작업이 원활하지 않아 당초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결과에 따라 마을형 커뮤니티 미술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속초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3월 말 별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작품에 대한 예술성, 실행 가능성 등을 보완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이도록 했다.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일상 생활공간이었던 곳이 장소 고유의 이야기와 예술의 상상력이 결합되어 새로운 공간으로 창출될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위축되었던 작가들이 잠시나마 일자리 창출 효과도 보았다. 예술가와 행정, 예술과 일상이 속초를 무대로 다양한 협업을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인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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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작가팀의 아트월 ‘속초동락, 속초의 즐거움을 함께 하다’. 생활체육관 벽면을 도색한 후 다양한 상징 이미지를 타일벽화로 표현했다. 영금정, 파도 등의 속초 상징과 스포츠 픽토그램의 강약조절을 통해 도시의 리듬감이 살아나며 생활체육관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었다.
배철 작가팀의 ‘다함께 속초’.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정크아트를 중심으로 가로변 담장의 역할을 장소성 반영의 거리갤러리로 변신시켰다. 생소하지만 새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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