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원암리에서 발생해 토성면과 속초 등에 큰 피해를 남긴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피해의 상처는 지역 곳곳에 적지 않게 남아 있다.
2년 전 발생한 대형산불은 그해 4월 4일 오후 7시 17분경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전신주에서 튄 불꽃이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시작됐다. 불이 토성면 일대와 영랑호 주변으로 광범위하게 번지기까지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길은 잦아들었다가도 바람이 세지면 다시 기승을 부려 진화를 어렵게 했다. 큰불은 해가 밝아오면서 대부분 잡혔지만, 잔불 정리는 오후 6시까지 계속됐다.
축구경기장 1천2백개 규모 산림 태워
산불은 고성과 속초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고성군에 따르면 재작년 산불로 고성에서는 506세대 1,19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고성의 산림 피해 면적은 축구경기장으로 따지면 무려 1,200개 정도의 면적인 929.92ha였다. 이 중 국유림과 공유림은 각각 45ha, 59ha, 사유림은 피해 면적의 대부분인 826ha였다. 전체 피해액은 2,071억원으로 이 중 중소상공인이 821억원으로 피해가 가장 컸고, 주택·건물 617억원, 농축산 등은 206억원으로 피해액이 집계됐다. 고성의 피해 마을은 용촌 1∼2리, 인흥1∼3리, 성천리, 원암리, 봉포리 등 토성면의 8개 마을이었다. 속초에서는 산림 327ha가 불타고 시설물 2,792건(공공시설 130건, 사유시설 2,662건)이 피해를 입었다. 가옥은 87동이 불에 타 이재민 170여명이 발생했다.
물질적인 피해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피해배상에 관한 주민 간 갈등도 문제이다. 피해보상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여러 개로 나뉘어 있고 각 비대위 지도부 간 이견과 감정적인 대립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산불피해 복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택의 경우 고성군 복구대상 총 306채 중 복구가 완료된 것은 반수 정도로 매입 18건을 합쳐 총 160채이다. 설계와 공사를 진행 중인 경우는 35채이다. 복구를 포기한 사례도 있어 22건이며 포기 예정은 23건이다. 주택 외 부속건물은 복구 대상 총 215채 중 71채만 복구가 완료됐고 40채는 복구를 추진 중이며 16채는 복구를 포기했다.
고성군의 산림 피해지 930ha 중 벌채 대상은 858ha로 이 중 벌채가 완료된 면적은 519ha이고, 산림이 복구된 면적은 2019년 50ha, 작년 230ha였다.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100ha, 110ha의 산림이 복구될 예정이다. 벌채 대상 면적 중 아직 벌채가 안 된 지역은 소송 목적으로 증거 보존을 위해 벌채에 동의하지 않은 사유림과 개발 목적으로 벌채에 동의하지 않은 산림이다.
지난 1일 한전 관계자 첫 공판 열려
산불피해 주민에 대한 한전의 보상 문제는 현재 답보 상태이다. 임야 피해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이재민에 대한 보상은 행정안전부의 구상권 청구 문제로 미뤄졌다.
한전에 대한 구상권 청구금액은 295억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는 주택복구비, 생활안정지원금, 농수산‧산림 분야의 각종 지원금액이 포함됐다. 강원도는 행안부, 고성군, 속초시의 소송 위임을 받아 대표 소송수행자로 나선다. 피해 주민들이 한전의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구상권 소송이 속히 마무리돼야 하므로 도는 소송의 신속한 진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전의 피해보상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한전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 소송들은 일부 비대위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 재판은 최근에야 시작됐다. 검찰은 산불 발생한 지 2년이 다 된 지난 1월에 한전 관계자 7명을 기소했고 지난 1일 1차 공판이 있었다. 산불 비대위들은 검찰의 늦은 기소를 두고 처벌의지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아직도 산불피해보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 한 피해 주민은 “한전에 대한 구상권 문제가 어서 마무리돼 한전의 배상을 하루빨리 받고 이제는 이 문제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다”면서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산불이 발생했던 성천리에서 지난달 31일 한 어르신이 호미질을 하고 있다.
산불이 발생했던 인흥리에서 지난달 31일 산불 피해를 입은 나무들 사이로 한 나무에 봄꽃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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