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갈길 잃은 설악권 해안국도의 현주소Ⅰ
②갈길 잃은 설악권 산악국도의 현주소Ⅱ
③고속도로 개통 후 해안·산악국도 활성화 잰걸음 뗀 강릉시의 비전
④국도 44·46호선 교차거점 인제군의 현주소와 활성화 대책
⑤양구 거쳐 춘천까지 이어지는 접경지 국도 46호선, 뒤안길 벗어나나
⑥홍천-양평 잇는 국도 44호선 수도권 힐링 길 되나
⑦설악권 해안·산악 연결 국도 활성화 전환점 찾자
이번 호부터 설악권을 연결하는 동서·동해고속도로 개통에 따라 해안과 산악을 연계하는 국도의 장기 침체 상황을 분석해 활성화 대안을 찾아보는 ‘빠른 길에 밀려 나앉은 뒤안길, 활성화 대책은’ 기획 취재를 7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갈수록 빨라지고 복잡해지는 도로 시스템에 대응해 기존 도로의 가치와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연계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국내 취재로만 구성했다.
<편집자 주>
현재 설악권은 동해고속도로(2016년 개통)와 서울양양고속도로(2017년 개통)가 개통하면서 빠른 도로망을 기반으로 수도권은 물론 남부권과도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동해안을 따라 개설된 동해고속도로는 기존의 7번 국도를 대신하는 빠른 길로 부산에서 시작해 울산-포항-영덕을 거쳐 삼척-동해-강릉-양양-속초까지 연결되고 있다. 부산-포항 100.9km와 삼척-속초 122.6km를 합쳐 총연장 223.5km가 바로 제65호 고속도로인 동해고속도로다. 동해안 남부권과 북부권이 고속도로로 연결됨에 따라 물류비 절감에 더해 교차관광 활성화를 통한 지역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동해고속도로가 개통되지 않은 구간은 7번 국도로 불리는 동해대로가 대신해 주요 간선도로 역할을 하며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 기능도 하고 있다. 동해대로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4차선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동해고속도로가 개통된 후 설악권 해안관광의 근간이었던 7번 국도는 통행량 급감으로 주변 상권마저 붕괴될 위기에 처할 정도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016년 양양-속초구간의 동해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7번 국도는 서서히 침체기를 맞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7년 동서를 잇는 서울양양고속도로까지 연결된 후에는 평균 통행량이 40∼50% 급감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동해고속도로가 당초 우리나라 남북권의 교차 활성화라는 기대와는 달리 권역별 거점만 일부 시너지 효과를 보인 채 과거보다 동해안 설악권의 관광·물류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피서철·단풍철 특수도 사라져
5년 새 교통량이 급감하면서 동해안 7번 국도의 침체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춘객들이 몰리는 봄철을 시작으로 주말이면 7번 국도의 지·정체 현상이 눈에 띄었지만, 2016년과 2017년 고속도로 개통 후에는 피서철과 단풍철 일부 시기에만 일시 교통정체가 빚어질 뿐, 평일에는 원활한 교통상황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부터는 연중 한산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갈수록 통행량이 감소하고 있다.
7번 국도변 상인들에 따르면 매년 설악권 해수욕장이 문을 연 7월 말과 8월 초에는 낙산, 대포, 봉포 등 주요 해안거점의 국도가 1시간 이상 마비될 정도로 차량들이 많이 몰렸지만, 고속도로 개통 후에는 주말과 평일 구분 없이 원활한 교통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주말에 차량을 이용해 양양∼고성까지 7번 국도를 달려본 결과, 별 다른 정체 없이 30∼40분밖에 걸리지 않아 통행량 급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해변·국도변 동시 상권침체 가속화
7번 국도의 교통량이 급감하면서 주변 상권은 갈수록 침체에 빠지고 있다. 전국 10대 해수욕장으로 해안거점인 낙산지구는 모텔과 식당이 ‘개점휴업’ 상태를 보이고 있다. 5년 전부터 방문객이 감소하기 시작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는 70% 이상 매출이 줄었고, 심지어 문을 닫은 상가도 30%에 달할 정도로 쇠퇴기를 맞고 있다.
설악권의 최고 해안상권인 대포항은 고속도로 종착지로서 그나마 현상유지를 해왔지만,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회센터를 비롯한 상가들의 매출이 60∼70% 이상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폐업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해안상권이 붕괴 직전까지 몰리면서 국도변에서 농·특산물을 판매하던 상인들도 어느 새 자취를 감추는 등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매년 봄부터 시작해 여름, 가을까지 100여 곳이 운영되던 국도변 판매장은 현재 10여 곳만 간신히 운영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는 관광객들이 아예 찾지 않아, 여름 피서철 전에는 아예 문을 닫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동해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연이은 개통에 따라 7번 국도의 쇠락이 가속화되면서 해안상권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동해고속도로는 부분 개통으로 그나마 영향이 미미했지만, 동해안 설악권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수도권에서 유입되기 때문에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은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기존의 관광패턴이 도로를 따라 거쳐 가는 유형이었다면, 최근에는 내비게이션을 통한 체류형 목적관광으로 바뀌면서 그만큼 경유시간을 단축하는 패턴으로 전환되고 있어, 7번 국도변의 상권은 갈수록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기존에 활황세를 누리던 7번 국도변 상권이 고속도로 개통과 관광패턴 변화에 따라 업종 변경 등 상권 형태도 전략적 변화를 준비해야 했지만, 이에 대비한 대응책 부재도 상권침체를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주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동해안 최대 거점해변인 낙산지구가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지만, 7번 국도 쇠락으로 인한 영향을 받아 상권은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7번 국도 침체로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대포항 상권이 코로나19까지 겹쳐 나락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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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준화 강원도시군번영회연합회장
“교통인프라 변화에 체계적 대응 시급”
정준화(사진) 강원도시군번영회연합회장은 “현재 설악권의 7번 국도가 고속도로 개통의 영향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통인프라 확충은 향후 잠재적인 관광객 증가의 신호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설악권 각 시군이 그동안의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거점별로 교통망과 연계한 도시재생을 비롯한 상권 변화에 주민들과 협력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회간접자본 인프라가 30년 주기에서 10년 주기로 개선되는 만큼, 주민참여를 통한 전략적 협업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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