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 부귀나 빈천 등은 모두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것은 상대적인 것으로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실체가 없는 환상일 수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환상을 쫓고 있는지 모른다. 물론 배부른 사람들의 궤변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역시 빈궁하면 고생하며 사는 것으로, 이것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의 고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현실적 경험이 말해 준다. 하지만 고통은 고통이지 불행은 아니다. 비록 가난하게 살아도 가난 자체는 불행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난하다고 느껴지고, 가난이 가난으로 인식하여 고정화되면 불행으로 느낀다. 이 세상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는 힘들고 더디지만, 이 세상의 것인 ‘지나친 욕망’, ‘잘못된 비교’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환상의 본성을 들어내어 보다 자유로운 세상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며 쫓아가고 비교하면서 자신을 확인하다 보면 불행해지기 쉽다. 자신이 가진 것을 인정하고 자기 삶에 만족하는 생활이 필요하다. 《논어》 〈위령공〉편에서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요, 도가 사람을 넓히는 것은 아니다(人能弘道, 非道弘人).”라고 했다. 아무리 법이나 지위 등 객관적인 조건이 좋다고 하더라도 개개인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수양하지 않는다면 다 부질없는 것이 된다.
21세기는 시대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환경문제를 포함한 세계 보편적 가치와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생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지식인과 국민은 자신의 관점과 자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경향이 있다. 기존의 편협된 전문성에 함몰되어 자기 생각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사물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 면에서 한계를 갖기 때문에 자칫하면 고집과 아집이 생겨 상대와 갈등을 일으켜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어느 시인의 “날마다 바둥대도 답안지 안엔 정답이 없고”라는 싯귀가 떠 오른다. 변화의 물결에 동참해야 한다.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불리한 여건에서 익숙한 것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익숙한 것을 버리는 자체가 고통이다. 이미 나와 밀착되어 내 정신에 깃들어 있는 잘못된 삶의 습관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지성과 의지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고통을 치르면서 자신이 걸어왔던 지금의 좌표를 조금 더 앞으로 밀어낼 수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세상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치 있는 영역들 가령, 인간의 부족함과 한계를 알고 깨달음을 주는 신앙과 관련되는 종교학,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과 사상, 아름다움을 느끼고 바르게 사는 것을 알게 하는 미학과 윤리학, 풍부한 상상력으로 우리의 심성을 일깨우며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교훈을 주는 문학과 역사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 공부를 통해 물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유(有)의 시계가 아닌 보이지는 않지만 정신적 만족을 주는 무(無)의 세계를 통해 어려운 이 시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 물결의 초석을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은 생의 여정에서 무엇을 만날지라도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산다. ‘산다는 것’은 ‘희망을 품는다’고 하는 것이다. 다만 그 희망이 지극히 지나친 욕심이나 무모한 만용으로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결과만이 아니길 바란다.
사람들은 각자가 자기 삶의 주인이다. 《논어》 〈술이〉편에서 공자는 “인이 멀리 있는가. 내가 인을 실천하고자 하면, 곧 인은 다가온다(仁遠乎哉 我欲仁, 斯仁至矣).”라고 했듯이 사람들에게는 사랑이나 정의가 멀리 있는 것같이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내 주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내 행동을 반듯하게 하는 데서 정의가 실현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즉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삶에 대한 주체적 자각과 실천이 중요하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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