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우리나라 속담들 중에서도 아주 많이 그리고 자주 인용되고 있는 속담일 것이다. 이는 원인이 없으면 결과가 있을 수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에는 연예계를 시발점으로 정치계나 문화계, 스포츠계 등에서 지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미투 현상’ 속의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진실 공방을 보면서 더 와 닿는 속담이다.
각각의 사안들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단절된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이를 드러낸다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이제는 곰삭아버린 분노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피해자들의 폭로에 함께 분노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일 터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빌미로 각각의 사안을 역이용하는 사례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임을 자처하고 나선 이들에게 가해자로 지목당한 이들이 오히려 억울해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 가해자로 지목당한 이들은 사안의 진위여부보다 먼저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부터 받게 되고 법적인 조치에 앞서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 쉽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실체적 진실은 타인들이 세세하게 알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는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의 병서 손자병법에는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들이 있다. 고육계, 미인계, 반간계, 성동격서, 주객전도 등인데 이런 말들은 우리가 접하게 되는 여러 상황에 따라 자주 인용되곤 한다. 그 중에서도 ‘반간계(反間計)’에 주목하게 된다.
반간계는 손자병법의 36계 중에서 33번째 계책으로 적의 간첩을 거꾸로 이용하는 계책, 또는 계략을 써서 적을 이간질하는 계책, 적의 첩자를 포섭하여 아군의 첩자로 이용하거나 적의 첩자인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거짓 정보를 흘려 적을 속이는 계책을 말한다. 현대에 와서도 이용할 수 있는 계책이기도 한데 예를 들면 산업스파이에게 반간계를 이용하여 거짓정보를 흘려 상대 기업을 망하게 할 수 도 있는 계책이기도 하다. 폭넓게 보자면 인터넷 등에서 떠돌고 있는 각종 음모론이나 가짜뉴스들도 반간계의 일환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 착취와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가장 눈부신 발전을 일궈낸 나라이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산업화와 더불어 정치적으로도 민주화를 이뤄내었고 최근에는 한류의 붐을 타면서 문화 예술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눈부신 발전을 일궈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정이 많고 지혜롭고 열정적이며 기본적으로 성실한 품성을 지닌 우리 민족의 품성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반간계에 잘 이용당하는 품성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험담을 듣기라도 하면 간단한 기초사실만 파악해 봐도 금방 진실을 알게 될 텐데 바로 흥분해서 반간계를 동원하는 이들이 원하는 대로 쉽게 이용당한다는 것이다. 의도한 사람이나 세력들이 퍼트린 음모론이나 다양한 가짜뉴스들은 즉각적인 반향을 일으키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 지역 내에서도 이런 일들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요즘에는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바쁘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려는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불을 때면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는 인과응보의 명제가 옳음을 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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