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동이 국내 제1의 관광지 명성을 잃은 지는 벌써 오래됐어요. 그런 만큼 속초시가 추진하는 설악동 재건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요. 재건사업으로 주변 환경이 변하면 관광객이 1명이라도 더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속초시가 침체된 설악동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위해 설악동 재건사업에 나서면서 현지 상인들과 주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지역 분위기를 담기 위해 지난 10일 오전 설악동 B·C지구를 방문했으나, 관광객 감소로 대부분의 상가와 숙박업소들이 휴폐업한 상태여서 상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설악동 C지구 주차장 인근의 한 온천호텔은 지난 폭설로 쌓인 눈과 가림막에 막혀 출입조차 할 수 없었다. 국내 최초 온천호텔로 개장했지만 개장 2년 반 만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지역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바로 인근의 지상 2층의 상가 건물도 대부분 휴폐업한 상태여서 상인들을 만날 수 없었다. 70·80년대 설악동 최대의 번화가였던 설악동 C지구 상가밀집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상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거의 폐허 상태로 방치되고 있었다.
청봉로 6길에 있는 한 숙박업소는 문을 닫은 지가 오래된 듯 건물 지붕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고 있었고, 건물 마당에는 이달 초에 내린 눈이 아직 치워지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한 숙박업소는 창문틀이 다 뜯겨져 나간 채 수년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설악산 진입도로 변의 숙박업소들도 이날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단지, 진입도로 변의 음식점과 빈 객실을 ‘달방’으로 내놓은 숙박업소들만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설악동 C지구 상가에서 눈을 치우던 한 상인은 “설악동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됐는데 무슨 희망이 있겠나. 설악동 재건사업을 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를 하고 있다”며 “예전에 설악동 활성화 용역사업이 추진되다 중단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설악동번영회는 현재 설악동 B·C지구 숙박업소 80여개 중 50개가 휴폐업 상태고, 상가는 120여개 업소 중 영업 중인 곳은 30여개에 불과하다고 했다.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설악동 재건사업 개발구역 지정 및 실시설계용역 착수보고회 이후 현지 상인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건물주들은 재건사업으로 주변 환경이 바뀌면 지금보다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설악동 상인들과 주민들이 재건사업에 많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어 사업 추진에 부담이 크다”며 “설악동 B·C지구를 단순한 경유지가 아닌 관광객들이 꼭 들러야 하는 방문지로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도 300억원의 예산으로 자체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재건사업을 설악산사무소와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곧 설악동재개발위원회를 정비해 지역주민들의 의견 수렴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시는 오는 2024년까지 총 264억원(국비 132억원·지방비 132억원)을 들여 설악동 B·C·D지구에 특색 있는 시설을 조성하고 환경을 정비하는 설악동 재건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명진 기자
설악동 재건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관광객 발길이 끊긴 설악동은 썰렁하다. 사진은 지난 10일 오전 설악동 C지구 상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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