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설악권에는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올 겨울도 큰 눈 없이 보내나 했더니,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코앞에 두고 3월 1~2일 폭설이 쏟아졌다. 그동안의 기상 기록을 보면, 늦은 폭설은 설악권 강설의 특징 중 하나다. <설악신문> 기사를 통해 2010년 이후 설악권의 눈 내린 기록을 살펴봤다. 설 연휴 전후나 3월에 폭설이 내린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2010년 3월 미시령 적설량 120cm=2010년에는 설악권에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렸다. 1월초에 이어 설날(2월 14일) 전후와 3월 들어 설악권에 폭설이 쏟아졌다. 대설경보가 내려진 2월 10~13일 속초시내는 70.6㎝의 누적 적설량을 기록했다. 설날연휴 마지막날인 15~16일에도 이틀간 10.1㎝(시내 구간)의 눈이 더 내려 설날을 전후해 모두 80.7㎝의 눈폭탄이 쏟아졌다. 산간지역인 설악동지역에는 1m 이상의 폭설이 내렸다.
3월 들어서는 속초지역에 1일 13.4㎝의 눈이 내린 것을 시작으로 3일을 제외하고 10일까지 매일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6일부터 10일 오전까지 5일간 속초지역은 모두 46.2㎝의 폭설이 쏟아졌다. 고성군은 간성, 거진 등 시가지 65cm, 미시령 120cm, 진부령(흘리) 120cm를 기록했다. 양양군은 현북면 면옥치리와 법수치리 등 산간오지마을이 125cm의 많은 적설량을 보였으며, 양양읍을 중심으로 한 평지도 75cm가 내려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당시 3월 적설량으로는 속초기상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올해처럼 공휴일인 3월 1일이 월요일이어서 갑작스런 폭설에 설악권을 찾은 관광객들이 속초시내에서 미시령관통도로를 빠져나가는 데만 6시간이 걸리는 등 교통 혼잡을 겪었다.
2009년~2010년 겨울에는 잦은 폭설로 관광객이 크게 줄어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지자체들은 많은 눈이 내리면서 제설비용이 눈 덩이처럼 불어나 속초시는 제설비용으로 10억원 이상을 쏟아 부어야 했다.
■2011년 설 연휴 뒤 폭설=2011년에는 설 연휴가 끝나고 일주일 뒤인 2월 11~12일과 14일에 연이어 눈이 쏟아져 도심이 눈에 파묻혔다. 이 기간 속초 시내 구간은 70㎝, 설악동은 130㎝의 폭설이 쏟아졌다. 고성군도 진부령과 미시령에 각각 93cm, 78cm가 쌓였고, 토성 47cm, 간성 42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양양군은 손양면 99cm, 강현면 76cm 등 평균 86.3cm의 눈이 내렸다.
폭설이 시작된 11일 밤에는 하루 만에 50cm가 넘는 눈이 내린 곳도 있어 밤샘 제설작업에도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이날 밤 9시경 7번국도 양양군 손양면 밀양고개에서는 눈길에 버스가 미끄러져 양차선을 가로막으면서 차량 200여대가 7시간 이상 고립되기도 했다.
그해 12월 8~9일 이틀간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속초 35.3cn, 고성 30cm, 양양 50cm의 눈이 내렸고, 산간지역은 진부령 67cm, 미시령 72cm, 한계령 48cm가 쌓였다.
2013년에는 1월 16~17일 속초 32.5cm, 고성 43cm, 양양 24cm의 적설량을 기록하며 2012~2013년 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2014년 2월 시내 1m 이상 쌓여=2014년에는 1월 21일 불과 4~5시간 만에 최대 30cm의 갑작스런 폭설이 쏟아진 데 이어 설 연휴 나흘 뒤인 2월 6일부터 설악권에 장기간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이날부터 11일까지 6일간 이어진 폭설로 미시령은 2m를 넘겼고, 설악동 180㎝, 진부령 140cm, 양양 120cm, 간성 100cm, 속초 83.5cm 등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어 12일 하루 동안 잠깐 그친 뒤, 13~14일에도 다시 눈이 내려, 8일간 속초는 1m가 넘었고 설악동은 2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6일 연속 눈이 내린 기록은 1968년 속초기상대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길었으며, 2월 9일에는 41.7cm의 눈이 쏟아져 2월 중 1일 적설량 3위를 기록했다. 1969년 2월에 9일간 눈이 내렸고, 이 기간 중 하루 동안(2월 21일) 내린 최고 적설량은 123.8cm였다.
2월 15일에는 거진읍 산북리 한 가옥에서 노인 2명이 방안에서 이불을 덮고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 당시 혹한기 훈련을 하던 육군 모 부대 소속 장모 중령이 ‘외딴집에 거주하는 주민이 연락이 안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병사 1명과 함께 눈길을 헤치고 가서 이들을 발견했었다.
■2016년 경칩 지나고 대설주의보=2010년에 이어 2016년에도 3월에 때늦은 눈이 내려 도로가 통제되고 차량 정체가 이어졌다. 경칩이 지난 뒤인 3월 9일 오전 7시부터 대설주의보가 발효됐고, 간성 22cm를 비롯해 속초와 양양에 10cm 안팎의 눈이 내렸다. 고성지역은 오전 8시30분부터 대설경보가 내려져 탑동에 30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그해에는 12월 14일과 27일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2017년에는 1월에 두 차례 큰 눈이 내렸다. 설연휴를 일주일 앞둔 20일에 30㎝가 넘는 폭설이 내린 데 이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에도 20㎝ 이상의 눈이 내려 지자체들이 연이은 제설작업에 애를 먹었다.
2018년에는 겨울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2월 6일부터 제한급수가 시행된 가운데 2월 28~3월 1일 새벽 사이에 제법 많은 양의 눈비가 내려 2017년 11월 4일 이후 4개월여간 이어지던 겨울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되면서 3월 7일 제한급수가 해제됐다.
이후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올 겨울에도 설악산 등 고지대와 산간에 간간이 눈이 내리고 평지에는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다가 지난 1~2일 많은 눈이 쏟아져 5년 만에 ‘3월 폭설’ 기록을 남겼다. 2020년에는 한 겨울인 1월 6~8일에 속초시내 110㎜, 설악동 103㎜의 많은 비가 내렸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2014년 2월 6~11일 설악권에 장기간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당시 속초 조양동 일대의 제설작업을 모습.
2016년 3월 9일 설악권에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고성 간성시내 상인들이 상가 앞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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