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사회 여건상 쉽지 않다. 이번 학기에 고성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교사 생활을 시작한 정호선 교사는 이 쉽지 않은 일의 주인공이다. 정 교사는 올해 52세로, 직장인들이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이들과 함께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정호선 교사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가지 일에 종사했다. 고교 졸업 후 취직한 곳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었지만 당시에는 여직원이 결혼하면 퇴사를 하는 분위기여서 정 교사도 직장을 관둔 이후 많은 경력단절 여성이 그러하듯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법무사 사무실과 창틀 취급점에서 사무를 본 적도 있고 동네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시간제로 일하기도 했다.
정 교사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주부로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시댁을 챙기는 와중에 만학도로서 대학 공부도 시작했다. 그가 대학을 입학한 것은 그의 나이 서른다섯일 때였다. 대학 공부를 하는 동안 시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줘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사서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9년 동안 사서로 일했다. 사서로 일하는 동안에는 대학원 공부를 병행했다. 대학원 졸업 시 논문 대신 졸업시험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정호선 교사는 자신의 배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독서치료에 관한 논문을 쓰고 2019년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임용시험 공부는 작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해 1년 만에 합격했다. 임용시험 합격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룬 것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그는 퇴근 후 도서관에서 자정 너머까지 공부에 몰두했다. 직장생활과 시험공부의 병행이 쉽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는 “적성에 잘 맞는지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시험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가족의 든든한 지지가 있었다. 남편은 코로나 시대에 밖에서 밥을 사 먹는 게 불편할까 봐 과일도시락을 싸주곤 했다.
정호선 교사는 초등학교에서 사서로 일한 독서치료 전문가이지만, 올해부터는 초등학생이 아닌 고등학생들을 담당하기 때문에 약간의 걱정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밝고 활기찬 말 속에는 걱정보다 기대감이 더 커 보였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정숙해야만 하는 공간이라 여기지만, 저는 도서관을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기본규칙을 잘 지킨다면 학생들이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코로나블루와 입시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고민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반갑게 맞이하고 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참여와 자율성에 중심을 두겠습니다.”
정호선 교사는 고성 생활에도 기대감이 크다고 한다. 정 교사는 “안양에서 살다가 남편의 고향인 횡성에 귀촌할 생각으로 강원도를 택했는데 고성에 와보니 정말 멋진 곳이고 이런 곳에 오게 돼 매우 기쁘다”며 첫 근무지로 고성으로 온 것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정호선 고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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