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2019년 4월에 발생한 고성산불 피해와 관련해 한전에 구상권을 청구하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산불 피해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고성한전발화산불피해이재민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노장현. 이하 비대위)는 지난달 22~23일 정부의 구상권 정구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정부와 도 재난지원금으로 구입한 트랙터 반납 시위를 벌였다.
산불비대위는 지난달 22일 오전에 산불 피해주민, 함명준 고성군수, 함형완 군의회의장, 지역 사회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시령휴게소 주차장에서 트랙터 반납 시위 출정식을 열어 정부의 구상권 청구 방침을 규탄했다.
노장현 비대위원장은 출정식 성명서에서 “감사원도 구상권 문제를 협의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피해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적극 행정 차원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감사 면책사항이라고 정리해 주었는데도 행안부는 합의한 내용도 뒤집고 소송을 하고자 하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분노했다. 노 위원장은 “중소벤처기업부는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도지사는 행안부의 구상권 청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구상권협의체 의결사항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노 위원장의 발언 후 집회 참석자들은 “행안부 장관은 구상권 청구를 즉각 철회하라”, “강원도지사는 초법적 구상청구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라”, “한전 사장은 합의배상금 즉시 지급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후 트랙터 15대(지원금 70%, 자부담 30%)를 몰고 이를 반납하기 위해 춘천의 강원도청으로 출발했다.
피해주민들은 다음날인 23일에는 도청 앞에 트랙터를 세우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으며, 집회 후에는 피해주민 대표 4명이 도지사를 만나 행안부의 구상권 청구 거부를 촉구했다. 당초 지난달 24일부터 노장현 비대위원장 등 2명이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보상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투쟁을 할 예정이었으나, 문제 해결을 위한 도의 태도를 지켜보고 향후 대응을 하기 위해 한전 본사 단식투쟁을 연기했다.
노장현 비대위원장은 “도지사에게 도가 행안부를 설득하거나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도가 산불 피해주민을 지원한 금액을 뺄 것을 요구했다”면서 “도와 고성군, 속초시가 피해주민을 지원한 금액을 빼면 행안부의 구상권 청구금액이 줄어들어 피해주민들의 타격이 작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도의 태도를 보고 피해주민에게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도청 앞에 주차해 놓은 트랙터를 몰고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위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 22일 산불 피해주민들이 도청 앞에서 시위하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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