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강원 고성, 노령화지수 최고 …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② 고령사회 가속화로 나타나는 현상과
노인복지 실태
③ 원주시 노인생협 공동체를 찾아
④ 독거노인 생활공동체로 외로움을 달래고
고독사 예방
⑤ 노인들의 손맛으로 일궈 낸 마을기업,
일본의 전통만두 공장 ‘오가와노쇼’
⑥ 일본, 지역포괄지원센터로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 삶 영위
⑦ 고령화에 따른 지역 역할 찾기 방안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지난해말 기준 강원도의 고령화 비율은 17.2%로, 우리나라 평균 12.7%보다 높다. 2020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강원발전연구원은 예상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고성군은 고령화비율이 23%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노령화 지수는 270%에 달해 도내 유소년에 비해 노인층이 가장 많은 지자체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고성군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사회 문제로 신음하고 있고, 특히, ‘고독’은 모든 노인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국내와 일본 등 사례를 통해 고령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노인 고독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을 찾아본다.<편집자주>
“아이고, 어디 나가기도 힘겨운데 버스 타기는…. 버스 타 본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 작은 구르마(수레) 밀고 다닐까. 가까운 인흥(토성면)에 있는 큰 형님이 놀러오라고 해도 차가 무서워서 못 나가지. 지금은 아예 다니지 못해. 힘들지만 심심하면 요 옆집에 마실이나 갈까.”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봉호마을. 이곳에 사는 독거노인 이정숙(87, 가명) 할머니는 10년 넘게 마을 밖을 나간 적이 없다. 젊은 시절 고된 농사 일로 관절염과 디스크에 시달리다보니 버스를 탈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간성시내도 불과 3~4km 밖에 되지 않지만 거동이 불편한 탓에 마을에서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시내 구경도 불가능하다.
그저 작은 손수레에 의지해 생활하는 이 할머니는 집이 삶의 전부다. 월 20만원이 조금 넘는 생활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 할머니는 불편한 몸보다도 고독한 일상이 더 힘겹다.
지근거리에 사는 김칠석(84,가명) 할아버지도 독거노인이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김 할아버지는 몸이 아플 때가 가장 서글프다. “할멈도, 자식도 아무도 없어요. 허리도 아프고 위장도 아프고 가슴이 아파서 잘 못 일어나요. 자식이나 있으면 일어나게 해줄텐데. 서럽워….“
유소년 1명에 노인 2.7명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고성군 인구는 3만60명.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996명으로 전체의 약 23.3%(고령화 비율)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에 따라 고령화 사회(7% 이상), 고령사회(14% 이상), 초고령화 사회(20% 이상)으로 나뉜다. 고성군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특히, 고성의 노령화지수는 270%로 도내 1위다. 전국 평균 94.1%보다 약 3배 높고, 도내 평균 131.5%보다 2배가 넘는다. 고성은 현재 유소년인구(15세 미만)가 2,591명으로 전체의 8.6%에 불과하다. 유소년이 1명이면, 노인은 2.7명이다.
노령화 지수는 15세 미만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비율을 가리키는데, 노령화 지수가 높다는 것은 장래에 생산 연령에 유입되는 인구에 비해 부양해야 할 노년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만큼 노령화 진행이 빠르다는 것이다.
양양군도 별 차이가 없다. 양양군의 고령화비율은 25.2%로 인구 2만7,479명(2015년말 기준) 중 65세 이상이 6,922명에 달한다. 노령화 지수도 266.9%(유소년인구 2,593명)로 고성군과 비슷하다.
속초시는 인구 8만1,992명 중 65세 이상이 1만2,577명으로 고령화비율은 15.3%고 노령화 지수는 117%(유소년인구 1만713명)다. 고성과 양양에 비해 노령화 진행이 더디기는 하지만 속초도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노령화지수도 전국 평균 수치보다 월등히 높다.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혼자 사는 노인인구 비율로도 높아지고 있다. 고성군 노인 중 31.5%인 2,204명이 혼자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이 중 15%인 319명이 이정숙 할머니, 김칠석 할아버지와 같은 저소득(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이다.
최근 10년 간 고성군 인구는 꾸준히 줄었지만, 노인 인구는 2~2.3%포인트씩 매년 늘었다. 한소진 고성군 주민생활지원과 경로장애담당은 “고성군은 과거 10년 간 인구대비 노인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10년 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 중 1/3인 1만여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이 사라질지도…
고령화는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고성 송지호 인근에 자리한 왕곡마을(오봉1리) 돌담길을 지나 오봉산 기슭에 자리 잡은 죽왕면 오봉2리 마을. 이 마을은 고성에서도 고령화가 심각한 마을로 꼽힌다. 현재 40명의 주민 중 절반이 넘는 22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50세 이하 주민은 단 한명도 없다.
75세의 김조현 마을이장은 “우리 동네 막내는 55세다. 노인들만 살고 있다. 70대는 이 마을에서 젊은 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올해 88살로 이 마을 최고령인 윤경녀 할머니의 일상도 마을 여느 노인과 다름없이 마을회관에서 대부분을 보낸다.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먹고 아무것도 못해, 그저 집 앞 텃밭과 마을회관을 다니는 것 밖에.”
김조현 이장은 “마을회관이 없으면 어르신들이 어떻게 됐는지도 몰라. 매일 나오던 어르신이 안 나오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들러 안부를 묻는다”며 “마을회관은 어르신들이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오봉마을 곳곳에는 아직 번듯한 빈집들이 남아 있다. 마을 노인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난 뒤 빈집으로 남았다.
고성군은 20~39세의 주 출산여성이 단 한 명도 없거나 1~2명인 마을이 128개 마을 중 20여개에 달한다. 전체 마을의 약 15%에 해당한다. 고성의 주출산여성은 2009년 3058명에서 2010년 2903명, 2011년 2797명, 2012년 2773명, 2013년 2754명, 2014년 2671명, 2015년 2569명으로 매년 줄고 있다.
당연히 매년 출생자는 줄고, 사망자는 늘고 있다. 출생자 수는 지난 2011년 213명, 2012년 178명, 2013년 151명, 2014년 158명, 2015년 155명이다. 사망자 수는 2011년 264명, 2012년 308명, 2013년 267명, 2014년 281명, 2015년 299명으로 매년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훨씬 많다.
한성수 경동대 교수(사회복지학과장)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자취를 감추는 마을도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용수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고성에서 고령화가 심각한 마을로 꼽히는 죽왕면 오봉2리는 70대도 젊은 축에 속할 정도다. 80세가 넘는 4~5명의 어르신들만이 마을회관에 나와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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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수 경동대 교수(사회복지학과장)
“노년층 부양부담으로 사회적 활력 저하될 것”
한성수 경동대 교수(사회복지학과장)는 “우리나라는 2000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에 도달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며 “현재 추세라면 2018년 고령사회, 2026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의 경우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의 진입 소요시간이 18년에 불과해 다른 나라(프랑스 115년, 미국 73년, 독일 40년, 일본 24년)보다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교수는 “노령화지수의 증가로 향후 엄청난 노년층 부양부담이 가시화되면서 사회적 활력이 크게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실정에 맞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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