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근무하였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사회복무요원으로 파견된 한 젊은 청년이 행사를 마치고 음식점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데, 자기는 안 먹고 계속 구워서 다문화가족들을 대접하더라구요. 엄마들이 아이들을 먹일 수 있게 배려도 하면서요. 고기 굽는 게 몸에 익어 보여 내가 “고기 맛있게 굽네요” 라고 했더니, “아빠 하는 것 보고 배웠어요” 하고 대답하더라구요. 고기 굽는 것만 배웠겠어요? 이 청년은 사람에 대한 사랑도 배웠을 거예요. 부모에게 배워 어느새 몸에 익은 거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해요. 사랑도 받아보고 배운 사람이 더 잘하는 겁니다.
그 반대도 있어요. 우리 집 같은 경우예요. 제가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전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을 금방 여는 성향이 아니에요. 엘리베이터에서 낯선 이웃을 만나도 먼저 인사를 하지 못하고 앞만 보다 어색하게 내리곤 합니다. 근데 어느 날 아들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위층 부부가 타고 있었어요. 울 아들이 그 부부와 너무나 친근하게 서로 인사를 주고 받더라구요. 저도 얼떨결에 인사를 하게 되었어요. 부부는 아이가 인사도 넘 잘하고 예의 바르다고 칭찬을 하더군요. 겸연쩍게 아들을 보았더니 눈웃음을 보내더라구요. 이처럼 부모가 아이에게도 배우게 됩니다.
또 배움하면 상록수학교 학생 분들이 떠오릅니다. 속초YWCA에서는 상록수학교를 20년 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배움의 시기를 놓친 분들이 늦게 공부를 시작하여 고입검정고시,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교입니다. 60세 넘어서 공부를 시작한 분, 가족들 몰래 공부하는 분, 힘든 노동을 마치고 공부하는 분,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와서 공부하는 분 등 여러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한결같이 배움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은 누구도 따라 갈 수 없습니다. 배움이라는 것은 완결이 아닌 진행형이며 나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배터리라는 것을 오늘도 배웁니다.
<3월의 욕구단어>
▲1주차 - 회복 : ‘회복탄력성’이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나는 어떻게 피로, 고통, 마음의 버거움, 상처에서 회복하는지 여러분들의 회복 아이템은 무엇인지 나눠 볼까요? ▲2주차 - 성취 : 성취하면 떠오르는 것은? 내가 살면서 성취한 것은? 앞으로 살면서 성취하고 싶은 것은? ▲3주차 - 인정 : 여러분은 인정욕구가 중요하신가요? 인정의 욕구는 조금 아플 수 있는 욕구입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듣고 싶은 인정의 말은 어떤 것일까요? ▲4주차 - 기여 : ‘기여’는 여러분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누구에게 어떤 것으로 기여하며 살고 싶으신지요?
배영란
속초YWCA가정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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