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림이 없다. 강의실에서 최소 수십명의 학생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과 분명 다른 경험일 텐데도 거침이 없다. 커피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맛있게 커피 마시는 법을 얘기할 때는 어린아이 같은 열정이 느껴졌다. 어느덧 그의 부스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외식전문인 양성반 개설
지난 6월 11일 오전 12시. ‘속초먹거리단지 맛있는 페스티벌’(이하 맛있는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만난 김천서 교수(경동대학교 외식사업경영학과 학과장)의 커피 강의 모습이다. 축제와 커피강의라니. 부조화스러운 기획에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였다. 단순 커피시음 행사가 아니라 길 위의 인문학이라고 불러도 좋았다. 낯선 풍경이지만 새로운 축제의 가능성도 보았다. 김천서 교수가 이끄는 외식사업경영학과 학생들이 지역 축제에 합류한 것이다. 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속초먹거리단지의 부흥을 위해 속초민예총과 합심한 지역대학의 모습은 시도 자체만으로도 신선했다.
경동대 외식사업경영학과가 이 행사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올해 처음 개설한 야간 특별반 과정에서 시작했다. 이 과정을 발의한 사람이 김천서 교수다. 인구 대비 음식점이 많은 편에 속하는 관광지이지만 음식점 운영은 주먹구구식인 지역현황이 답답했다. 외식전문인 양성이 시급해 보였다. 저렴한 등록금으로 학위를 받는 것은 물론 바리스타, 파티플래너 2급, 소믈리에, 쇼콜라티에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실무위주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음식점 경영인은 물론 다양한 경력의 주민이 참여했다. 이중 속초민예총 부회장과 사무국장이 편입생으로 들어왔다. 김천서 교수 자신도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경동대 외식사업경영학과는 관광경영학과와 연합하여 거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도 펼치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이 사업은 지역 문화와 결합한 음식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난해는 문어만두와 금강산 단감쨈을 개발했다. 김천서 교수의 작품이다. 올해 아이템도 개발했다. 주 포인트는 지역성과 온리원(Only One)의 가치이다. 아직 레시피를 발표하기에는 이르다고 귀띔한다.
김천서 교수는 중앙대에서 국문학 석사를, 동아대에서 관광경영학으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그의 커피 강좌가 인문학의 깊이까지 갖추며 주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의 현실에 바탕한 기획과 문화마인드가 들어있는 관광경영은 이러한 통섭의 과정이 낳은 결실인지 모른다.
김 교수가 학교에서 커피와 와인강의를 시작한 것은 2009년 2학기부터이다. 교양강좌였지만 140여명의 학생이 몰려 수강신청을 끊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다음 해 1학기도 강좌를 개설했지만 힘이 들어 1년에 한번만 강의를 했을 정도다. 지금도 수강신청을 할 경우 30분만에 마감된다. 2011년부터는 평생교육원에서 일반인 대상의 커피 바리스타와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했다.
“커피는 건강한 음료”
그는 스스로 커피 2세대라고 말한다. 커피 현장의 느낌을 따라가기는 힘들겠지만 문화적 사유를 바탕으로 커피의 맛과 변화에 대한 체계를 정립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커피에 대한 그의 열정과 고집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에게 커피의 매력에 대해 질문했다. 건강한 음료라는 답이 왔다. “커피 색깔은 검지만 열매 속의 씨를 로스팅하며 살균과 소독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굉장히 깨끗한 유기농 원료이다”고 강조했다. 이뇨작용과 각성 능력, 암 억제 등의 효과가 증명되었거나 연구 중이라고 한다. 핸드 메이드 효과도 중요하다. 본인의 입맛에 맞는 원두를 찾아내고, 스스로 커피를 갈고 난 후 드립을 하는 과정은 인스턴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다양한 향과 맛을 품고 있는 점도 매력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커피보다 고지대 소규모 농장에서 키운 열매가 좋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는 지역과 음식은 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음식 축제를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는다. 지역 상인과의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지역 특산물을 강조한 브랜드의 개발이다. 예를 들면 기존의 생선구이나 조개구이를 보다 다양한 메뉴로 개발한 ‘상설구이장터’를 특정 공간에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소스나 곁들임 재료를 응용한 ‘상설구이장터’는 도심형 야간관광을 위해 필요한 아이템이라고 강조한다. 올해 폐지된 음악대향연 대체 축제도 제안했다. 세계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악축제이다. 자연경관이 좋은 속초는 ‘온리원’의 가치가 필요하다. 특히, 젊은 관광객을 위한 축제의 개발을 장기적 안목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시간여의 시간 동안 지역과 음식, 커피와 축제 등 다양한 아이템을 열정적으로 말하는 그의 방을 나올 때, 어느 덧 내 몸에 커피향이 배어 있었다. 강단 안에서, 강단 밖을 이야기하는 학자의 열정이 깊은 커피향으로 묻어난 것은 아닐까? 그의 관심과 열정이 지역과의 소통으로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김인섭 속초문화원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경동대 연구실에서 김천서 교수.
속초먹거리단지 맛있는 페스티벌에서 커피를 강의하며 시음을 하는 김천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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