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날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농어가의 풍경이 예년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설이면 고성에서는 여러 마을에서 마을 고유의 행사가 치러졌지만, 올해는 마을 행사 상당수가 취소되거나 축소됐다. 간성읍 장신1리에서는 해마다 설이면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출향 자녀 등이 참여해 열던 합동세배를 이번에는 취소했다. 간성읍 봉호리는 마을회관에서 마을 청년회 주관으로 마을 어르신들에게 떡국을 대접하는 경로잔치를 열지 않기로 했다. 또한, 현내면 배봉리 설날 윷놀이 행사, 죽왕면 오호2리 마을회 주관 오호항 새해맞이 행사(마을 방문객 대상 떡국 및 음료 나눔), 죽왕면 인정1리 설날 윷놀이 행사, 죽왕면 문암1리 서낭당 제사, 토성면 인흥2리 떡국 나눔 행사, 토성면 용암1리 마을단합대회, 토성면 운봉리 반 대항 윷놀이대회 등이 모두 이번 설 명절에는 열리지 않는다.
마을 서낭당 제사는 몇몇 마을에서 규모를 축소해 진행한다. 해마다 입춘에 하던 간성읍 동호1리 마을 서낭당 마을 제사는 지난 3일 주민 4명만이 참여해 열렸다. 오는 13일에 예정된 간성읍 상1리 서낭당 제사와 토성면 백촌리 서낭당 제사에도 3명이 참여해 간소하게 치러지고, 14일 열리는 간성읍 신안4리 마을제사도 주민 4명이 참여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린다.
설을 앞둔 주민들의 표정에는 명절을 기대하는 설레는 모습보다 코로나로 인한 피곤함이 어려 있다. 지난 1일과 2일, 거진읍 대대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타향에 있는 자식들을 걱정하며 어서 코로나가 물러가기를 기원했다.
대대리의 70대 주민은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마을 사람들끼리도 거의 만나지 않는다”면서 “자식들이 오는 것도 부담이 된다”고 했다. 이 주민은 “그래도 자식들이 올 텐데 다섯 명 이상이 모일 수 없다니 소수 인원만 돌아가면서 집 안에 머물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70대 주민은 “지난여름 코로나가 심하지 않아 휴가 온 자식들을 만났지만, 추석에는 자식들을 못 봤고 이번 설에도 아예 집에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이 주민은 “그래도 명절이라 음식은 해서 자식과 손자들이 먹을 수 있게 보내 줄 생각”이라며 “자식들을 오랫동안 못 봐서 아쉽지만, 전화라도 자주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고령임에도 요즘도 공공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 주민은 “명절은 가족 친지를 만나는 날이지만 이번에는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날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자택 마당에서 대나무로 고추지지대를 만들며 농사 준비에 여념이 없던 한 40대 주민은 “명절이라고 특별한 게 없다”면서 “설에 성묘를 다녀와서 잠시 농사 준비를 쉴 생각”이라고 했다.
한 80대 주민은 “코로나 시대에 국민이 단합해야 한다”면서 “자식들에겐 연휴 중에 같은 날 오지 말고 교대로 오라고 일렀다”고 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거진읍 대대2리에서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 들녘을 바라보며 마을을 산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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