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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한적한 해변서 만나는 ‘파란책방’
이현승 영화감독과 현남면 북분리 주민들이 엮은 쉼터 / 솔밭-책방-극장-야영장 온통 파란색…소유 않고 ‘공유’
등록날짜 [ 2021년02월08일 14시12분 ]

새해, 새하얀 포말이 부서지는 한적한 해변의 모래사장을 거닐면서 책방을 만난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오래 전 헤어진 첫 사랑을 우연히 만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근사해질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해변책방이 실제로 양양 현남면 북분리 모래사장 한편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크로아티아 아드리아해안의 블루 색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온통 파란색으로 옷을 입은 이 해변의 야외책방은 ‘파란책방’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1,000여 권의 다양한 책들이 비치돼 있어 발걸음을 옮기다 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고, 책을 읽다 사고 싶은 마음이 들면, 무인판매대에 책값을 놓고 가져가면 된다. 아늑한 북분리 해변의 솔밭과 어우러진 파란책방 앞에는 가마니로 만든 거적을 펼쳐 놓은 독서 마당이 깔려 있다. 그 위에 의자를 놓아 햇볕이 뜨거운 날이면 그늘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도록 한 배려심이 돋보인다. 
또 바로 옆 솔밭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야외 스크린 무대인 ‘파란극장’도 아담하게 꾸며져 있고, 책방 바로 옆 넓은 솔밭에는 텐트만 있으면 누구나 야영할 수 있는 솔밭야영장이 잘 갖춰져 있어,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솔밭과 책방, 야영장 주변을 거닐다, 새하얀 포말에 부딪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싶다면, 곧장 모래사장으로 나가 아담하게 설치한 ‘야외책방’에 걸 터 앉으면 그만이다. 
바다와 가까운 곳에 자리한 야외책방은 쓰다 버린 슬리퍼들이 입구를 가리키듯 나란히 놓여 져 찾는 이들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눕혀진 낡은 2단 책장 안에는 읽을 만한 책들로 가득하다. 누구나 이곳을 지나다 걸터앉아 책꽂이에 있는 책을 꺼내 읽으면 시인이나 소설가 못지않은 감성에 젖는다. 또 바로 옆에는 쓰다버린 낡은 텔레비전 3대를 아무렇게나 놓아, 마치 고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아트를 연상케 한다. 
특히, 파도에 쓸려온 고목들을 모아 야외 책방을 빙 두른 자연의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이곳을 지나다 도란도란 모여 앉아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파란책방’이 본점이라면, 모래사장의 ‘야외책방’은 분점인 셈이다. 소유보다는 ‘공유의 나눔’이 돋보이는 이곳에서 책을 읽고 스크린을 쳐다보며 솔밭과 해변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레 이현승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 <그대안의 블루>가 떠오른다. 

북분리를 ‘글로벌 카운티’로 만들기
유명하지도 않고 서핑객들도 많이 찾지 않아 번잡하지 않은 양양의 ‘파란책방’은 북분리 마을주민들과 이현승 영화감독 그리고 전성호 작가가 오랜 고심 끝에 콜라보로 엮어낸 자유로운 쉼터다.
<칠수와 만수>(1988년) <그대안의 블루>(1992년) <시월애>(2000년) <20mm 두꺼운>(2004년) <푸른소금>(2011년) 등 작품성 높은 다수의 영화를 만들어온 이현승 감독은 유난히 파란색을 좋아해 서핑을 하듯, 파도를 따라 4년 전 양양 현남면에 정착했다. 
이 감독은 서핑에 삶을 투영하는 젊은 세대와 호흡하면서도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척박한 생활을 해온 지역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해변축제도 기획했고, 지난 2019년 5월에는 <죽도 서핑 다이어리>라는 영화도 제작할 정도로 양양바다에 흠뻑 빠져 있다. 
이현승 감독의 지역사랑은 지역주민이 돼야만 그 삶과 자연, 그리고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한적하고 사람들 좋은 양양 현남면 북분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 감독은 북분리 주민이 된 후 이웃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고 수해복구나 추수 등 공동 작업에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열혈주민’으로 생활해 왔다. 
이 감독의 양양사랑 이면에는 지난 2019년 양양군청 과장직을 퇴임한 전성호 작가와의 깊이 있는 교감과 긴밀한 소통이 자리하고 있다. 전 작가는 현남면장 재직 당시 ‘어떻게 하면 낙후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일까’ 고민하던 차에 이현승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여러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북분리 주민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선 이현승 감독의 열정과 노력에, 낙후한 북분리 마을을 ‘글로벌 카운티’로 만들겠다는 전성호 작가의 야심찬 프로젝트가 더해지면서 긍정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함종천 북분리장은 “동해안의 많은 해변들이 개발 붐을 등에 업고 여러 발전 계획들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현승 감독과 전성호 전 현남면장이 마을 발전을 위해 열정을 갖고 힘을 보태줘 참 고맙다”며 “드러내 보이는 것보다 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더 와 닿아 우리 주민들은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방성이 마을 변화 가져와 
‘영화감독 이현승’이라는 브랜드만으로도 여러 지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이 감독과 전 작가는 기초부터 튼튼히 하고 지속성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 가자는 마음으로 파란책방을 북분리 새농촌건설운동의 작은 요소인 문화관광예술이 혼합된 융·복합콘텐츠로 만들어가고 있다. 
북분리를 공유의 나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개방성 하나가 가져온 마을의 변화가 경쟁력으로 크게 다가오고 있고, 김진하 양양군수가 그리는 글로벌 플랫폼과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 
북분리 마을공동체의 지향점은 누구나 이곳을 플랫폼 삼아 자신의 역량과 인프라를 긍정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열린 무대’가 되는 것이다. 이현승 감독의 ‘파란책방’과 전성호 작가의 ‘풀 하우스’가 그 시작인 셈이다.
잠시 짬을 내 만난 이현승 감독은 “북분리 주민들과 함께 하는 삶이 즐겁고 만족한다”며 “뭐든 부담 없이 열심히 하다보면 시대가 요구하는 좋은 결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겸손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기반시설이 미약해 온수나 화장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지금은 잠시 문을 닫은 북분리의 ‘파란책방’이 새해에는 활짝 열려 지역 어린이들이 손을 맞잡고 소풍 오는 기분으로 자주 찾기를 기대해본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전성호 작가가 잠시 시간을 내어 북분리 해변의 파란책방을 안내했다. 
 


책방 옆에는 무인으로 책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파란극장. 
 


모래사장에 설치한 야외 책방이 아기자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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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joo69523@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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