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20년에 묶여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작년을 온통 관통해버린 코로나 위기는 올해도 여전하다. 우리 지역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시행되고 있어 심리적으로도 약간의 무기력증, 우울증이 모두에게 퍼져있음을 느끼게 된다. 필자의 입장에서도 속초로 귀향한 후 한 해도 빼먹지 않았던 새해 일출 보러가기를 올해 처음 거르게 되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그냥 2020년 13월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올해는 어떤 한 해로 기억될까? 희극적인 한 해가 될까 아니면 작년처럼 비극적인 한 해가 될까?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과 관련된 희망적인 소식들이 계속 들려오고 있기는 하다. 아직은 온전히 확실한 로드맵이 잡혀있지는 않지만 백신 접종과 관련된 소식들도 꾸준히 접하게 된다. 이런 소식들은 올해가 희극적인 한 해가 될 거라는 전망의 서막일까?
우리가 접하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보면 희극적인 작품들도 있고 비극적인 작품들도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들이나 액션 판타지 영화나 드라마들은 희극적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런 작품들은 마냥 웃다가 보면 끝날 때 어느 정도 후련할 때도 있고 사람들의 기분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그렇다면 비극은 왜 필요한 것일까?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많은 이들이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라고 줄줄이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5대 희극은?이란 질문을 받는다면 대체로 뭐였지?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나 소재의 차이 등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희극보다는 비극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강렬한 감동과 진한 여운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작금의 코로나 상황을 빗대어보면 희극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라면 비극은 백신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작년 연말에 거의 십 오년 만에 멀리서 온 아내의 절친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반갑고 기쁜 마음에 장사동 횟집타운에 있는 단골 횟집을 찾아갔었다. 그런데 예년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문전성시를 이뤄야할 그 시간대에 그들과 만났던 저녁식사 시간 내내 그 큰 횟집에 우리만 달랑 있었고 오히려 주변에는 영업을 포기한 불 꺼진 횟집들도 여러 곳이 있었다. 식사를 일찍 마치고 횟집을 나와서도 손님을 실어 나르는 택시나 대리운전 차량들로 붐벼야 할 그곳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서 너무도 생경스러웠던 기억이 새롭다. 게다가 커피라도 한 잔 맘 편히 마실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커피숍들도 다들 테이크아웃만 가능해서 앉아서 도란도란 쌓인 회포를 풀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여건이었다. 어쩌면 피부로 절감하게 되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이 있다. 눈앞의 힘든 현실에 놓여 당장은 힘들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난 뒤에 돌이켜보면 괜찮은 하나의 추억이라 생각되려니 하게 된다.
가수 ‘자이언티’의 2014년 발매한 싱글 ‘양화대교’라는 곡을 아시거나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가수의 인지도를 크게 높인 곡이다. 며칠 전 운전을 하다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뭉클한 감정이 밀려왔다. 왜 좋지? 라는 생각과 함께 그건 아마도 그 곡의 리듬이나 선율도 좋지만 솔직하고 담백한 가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뚱맞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 곡의 후렴구처럼 올 한해 우리 모두 행복하자. 다들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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