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나이 또래나 아니면 나이가 더 많거나 적어도 흔히들 대화의 중간쯤 되면 마음을 비워라, 욕심을 내려놓아라, 가지고 쌓아 두었던 쓰지 않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라는 다짐을 하고 헤어지곤 한다. 하지만 막상 내 집 창고를 정리하다 보면 수십 년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덕지덕지 쌓인 물건을 막상 과감하게 버리려니 이것도 쓸 수 있고 저것도 쓸 만하고… 결국 창고 정리는 그대로 일수밖에 없다.
덴마크에서 가장 신뢰받는 대중 철학자인 스벤브 링크만(SvenKmann)은 내려놓는 삶의 즐거움을 설명하기 위해 저서 <절제의 기술>에서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을 강조한다. 기꺼이 뒤처지고 더 많이 내려놓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5가지 삶의 원칙은 1)선택지 줄이기 2)진짜 원하는 하나만 바라기 3)현재의 삶에 기뻐하고 감사하기 4)단순하게 살기 5)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이다.
대학원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교수의 원칙을 존중하지만 나의 삶의 원칙에 접목하고 그 경지에 이르려면 아직 부족함이 너무 많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가능한 ‘빨리’ ‘많이’라며 욕망을 부추기는 것들이 가득하다. 누군가 강제로 명령하진 않았지만 그런 유혹의 문화와 욕심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우리에겐 원칙을 적용하든 안하든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자기 눈앞에서 당장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절제하고 나중으로 미뤄야 할 어떤 이유도 알지 못하는 허점투성이다. 손 안에 든 새 한마리가 숲속에 있는 두 마리의 새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당장의 쾌락과 만족의 가치가 훨씬 크게 보인다. 자기를 절제하지 못하는 ‘절제의 기술’의 부족함과 용기의 부족함의 소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더 점점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두 세 명만 모이면 남을 비토하고 심지어 헐뜯는 말을 자주 한다.
우리 고사성어에 적훼소골(積毁銷骨)이란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헐뜯으면 뼈도 녹는다는 뜻으로, 몇 사람이 멀쩡한 사람 바보로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말의 무서움을 비유하는 말일 게다.
남을 비토하고 흉보는 것도 더 내려놓자.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는 용기와 절제의 기술도 집짓거나 빵 굽는 기술이나 좋은 습관처럼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린다.
아마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환경의 습관과 버릇이 고정 관념화되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나, 필자는 다섯 살 때 조실부모하고 결혼식을 엄두도 못 내고 사회를 원망하고 나 자신을 미워할 때 집사람과 도망치듯 탄광지역 황지(지금의 태백)로 가서 탄광 굴(지하갱내) 막장에서 3년여간 광부생활(3년여)을 했다. 당시 탄광지역의 경기는 호황이라 사람들이 몰리고 방세도 비싸 세 얻기가 힘들어 황지 변두리 시골농가에서 감자 창고로 쓰던, 불길도 들지 않고 부엌도 없는 단칸방에서 임신한 집사람과 살아야 했다. 가구를 구입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내 사과궤짝을 사용했다. 그 시절은 사과를 지금처럼 종이박스가 아닌 나무상자에 담아 팔았는데 가게주인은 처음엔 팔지 않겠다고 하다가 사용용도를 말하니 불쌍했던지 원가로 줘서 사과궤짝 2개를 구입했다. 두 개 중 하나는 이불을 개어서 올려놓는 이불장으로 썼고 하나는 양은쟁반을 올려서 밥상으로 사용했고 궤짝공간은 수납장으로 이용했다
그러다 이사를 일곱 번이나 다니며 사과궤짝과 쟁반을 몇 십 년 창고에 보관했다가 생활이 조금 나아졌을 때 버리자는 집사람과 끝까지 보관하자는 나는 많은 실랑이를 하곤 했다. 집사람이 버리자고 하는 것은 그 물건을 볼 때마다 지난 어려움이 고통과도 같기 때문인 것을 잘 안다. 나도 같은 생각이지만 쉽게 버릴 수 없었다. 젊은 시절의 슬픈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은 버리지 않아도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뜻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오늘 나부터 절제의 용기와 기술을 좀 더 많이 갖고 싶고 가져야겠다. 용기는 있는데 절제의 기술이 부족하다면 절제의 기술을 취득하자. 그러면 비우고 내려놓고 버리는 용기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절제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최적의 상태에 머무는 것이다. 넘치거나 모자라면 보기 좋지 않다.
딱 알맞게 행동하고 처신해야 멋진 것이다. 오른쪽이나 혹은 왼쪽이나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말고 중용에 머무는 것이 양쪽을 모두 이롭게 한다
법정스님은 인간은 ‘본래무일물’(본래 그 무엇도 없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게 곧 무소유이다.
연승원
잊혀져가는 농촌민속문화 발굴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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