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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신축년(辛丑年)을 기원하며
등록날짜 [ 2021년01월04일 14시00분 ]
신축년(辛丑年)! 흰 소해의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다.
지난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불안과 불신의 한 해였다. 외출마저 자유롭지 못한 기나긴 겨울밤에 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병균 때문에 세 권의 책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라는 의문을 ‘무기, 병원균, 금속’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명쾌하게 풀어낸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가 노동, 성 그리고 권력이라는 완전한 구조 안에서 발전한 것이며, 이 세 가지 핵심 동력은 ‘역사의 씨줄과 날줄’에서 상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 윌리 톰슨 박사의 <노동, 성, 권력>, 과학기술의 발전을 주도한 전쟁과 포르노 산업, 패스트푸드 산업이라는 ‘나쁜 것들’이 만든 현대 문명의 실상을 정확하고도 냉정하게 돌아보게 하면서 동시에 앞으로의 인간의 문명이 무엇에 의해서 주도될 것이고 그 모습은 어떤 것일지에 대해 예리한 통찰 지점을 던져 주는 피터 노왁의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를 읽으며 다가오는 내일을 다시 그려보았다.
올해는 소의 해다. 소는 오래 전부터 우리 인간의 삶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가축이다.   12간지로 해석해 보면 신(辛)은 금의 성질에 색은 흰색이고, 축(丑)은 12간지 중 소여서 신축년은 ‘흰 소의 해’가 된다. 소는 십이지의 두 번째 동물로 오전 1~3시는 축시(丑時), 북북동은 축방(丑方)을 뜻한다. 풍수지리에서 소가 편안하게 누운 모양을 와우형(臥牛形)이라고 하며 재(財)를 몰고 온다고 하여 이런 땅을 명당이라고 여긴다. 소가 재(財)라고 하는 연유는 남에게 빚을 갚지 않고 죽으면 다시 소로 태어나 그 집에 종이 되어서라도 갚는다고 전해지는 불교의 윤회사상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 역사로 살펴보면 기원전 1~2세기 김해조개더미에 출토된 소의 치아를 근거로 소가 가축화된 시기를 가늠하고 있으며, <삼국지 위지동이전(魏志 東夷傳)>에는 부여에서 소를 비롯해 육축(六畜)을 사육했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유사>에는 3~4세기경에 농기를 제작해 논밭을 갈고 수레를 만들어 탔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게 2000년 넘게 소는 우리의 식구였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소의 해를 맞아 전국의 지명을 조사한 결과, 소와 관련된 지명은 731개로 용(1261개), 말(744개)에 이어 세 번째며, 전남 지역이 204개로, 2위 경남(96개)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종류별로는 마을이 566개로 가장 많았고, 섬 55개, 산 53개 순이었다.
우리 고장에는 고성의 소똥령이 있다. 고개를 넘어 장으로 팔려가던 소들이 고개 정상에 있는 주막 앞에 똥을 많이 누어 산이 소똥 모양이 되었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는 것이 가장 널리 전해지는 이야기다.
사자성어로 살펴보자. 장마가 지면 말은 물살을 거슬러 용맹스럽게 급히 올라가다 지쳐 익사하나 소는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물살을 타고 떠내려가다 조금씩 강둑에 닿아 살아남는다는 우생마사(牛生馬死)와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먼 길를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가 있다. 2020년 작년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나는 옳고 남은 틀렸다’는 뜻이라 한다. 1위보다 필자의 관심을 끈 사자성어는 5위 천학지어(泉涸之魚)다. ‘마른 샘의 물고기’라는 뜻인데, <장자(壯子)> ‘대종사(大宗師)’ 편에 나온다. 가뭄이 심했던 어느 날, 길을 가던 장자는 바닥을 드러낸 샘을 지났다. 샘에서는 물고기가 등을 드러낸 채 허덕였다. 장자는 물이 완전히 마를 내일이면 물고기가 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다음날 물이 완전히 마른 샘에서 물고기들은 거품을 품어 서로를 적시며 버티고 있었다. 극한의 어려움 속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을 뜻한다.
지난 한 해! 우리는 모두 힘들었다. 올 한 해 ‘소의 해’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의 일도, 지자체 운영도, 국가의 정책도 모두 천학지어(泉涸之魚)의 마음으로 우보만리(牛步萬里)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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