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교동 이경미 씨
척추관협착증에 치매 노모 모시며 힘겹게 생활
속초 교동의 주공3차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이경미(62, 가명) 씨는 4년 전 시술받은 척추관협착증으로 거동하기가 힘들지만,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추운 겨울철에 더욱 증상이 악화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집안에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씨는 “하루 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너무 힘들지만, 지금은 그나마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몸이 무너져 일할 수 없게 될까봐 매일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4년 전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해 시술을 받은 뒤 일어나지 못한 적도 있다. 당시 우울증까지 찾아와 나쁜 생각도 하게 됐다고 한다. 우울증이 심해 한낮에도 햇빛을 막아 방안을 캄캄하게 해놓고 지낼 정도였다. 지난 8월엔 병원에서 공황장애 의심 처방까지 받았다.
여기에 고혈압, 고지혈증, 퇴행성관절염까지 겹쳐 약을 달고 산다.
1남 1녀를 두고 있지만, 외지에 살고 있는 아들(30)은 일을 해도 빚이 많은 신용불량자이고, 당뇨를 앓고 있는 딸(36)은 친구집을 전전하며 살고 있어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남편과는 아들이 돌도 되기 전에 이혼을 했다. 그 후 식당일에 공사장 막노동까지 몸을 혹사시키며 고생을 했다.
더구나 지금은 치매가 있는 92세 친정어머니까지 모시고 있어 많이 지쳐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들과 당뇨를 앓고 있는 딸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노모는 따로 집이 있지만, 사는 곳이 너무 열악해 겨울에는 혼자 거주할 수 없어 함께 살고 있다. 노모는 낮에 주간보호센터에 갔다가 저녁에 돌아온다.
이 씨는 조건부 수급자로 한 달에 주거비로 8800원을 받고 있다. 생계급여를 받다가 아들이 직장을 다닌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끊기고 의료급여도 안 돼 식당일로 버는 55만원으로 생활비며 아파트 관리비, 병원비 등을 충당해야 된다. 하루 종일 일하고 싶어도 허리가 아파 그럴 수가 없다.
임혜옥 속초종합사회복지관 팀장은 “자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초생활수급마저 탈락돼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지고 병원비 부담도 가중된 데다 치매가 있는 노모까지 책임져야 하는 어려운 처지”라며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이경미 씨가 지난 22일 임혜옥 속초종합사회복지관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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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읍 성내리 김영순 씨
4기 암과 사투 벌이며 홀로 남매 돌봐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뒷받침을 해야 하는데, 눈물만 앞을 가릴 뿐이에요.”
양양읍 성내리의 한 연립에서 어린 남매를 홀로 키우고 있는 김영순(가명, 41) 씨는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추운 겨울 아이들 걱정에 눈물이 마를 날 없다.
양양이 고향인 그는 지난해 남편이 사망한 후 11월 친정으로 돌아와 돈은 없지만 아이들과 오순도순 단란한 가정을 꾸릴 생각에 잠시 설레기도 했지만, 강릉아산병원에서 유방암 4기 판정을 받고는 하늘이 무너지는 참담함에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친정집도 넉넉지 못해 도울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죽게 되면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끝까지 버텨보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기도 하지만, 병마와 싸우는 게 녹녹치 않다. 김영순 씨는 수술이 어렵다는 소견에 따라 방사선 항암치료에 이어 현재는 먹는 약으로 호르몬 치료를 하고 있다. 암이 더 이상 악화하지 않으면서 한숨은 돌렸지만, 생활비 걱정에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막막하다.
가족의 현재 보금자리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의 17평 연립이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주거비 20만원과 생계비 90만원 등 110만원이 월수입의 전부다. 월세 30만원과 생활비 50만원, 공과금, 학습비 등을 내고 나면 매달 30만∼40만원은 어디선가 구해서 충당해야하는 처지라 생활은 점점 궁핍해지고 있다.
더구나 남편이 살아 있을 당시 갖고 있던 빚이 무려 8천만원에 달해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판단해 어쩔 수 없이 파산신청까지 냈다.
“아이들에게 변변한 옷가지는 고사하고 간식조차 제대로 사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워요. 제가 죽으면 홀로 남겨질 아이들이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기만을 기도할 뿐이에요.”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져 집에서도 모자를 쓰고 있는 김영순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이들 공부방으로 꾸민 안방과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따뜻한 저녁밥을 해놓는 것이라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오후가 되면, 문을 열고 “엄마, 나 왔어” 하고 큰 소리로 가방을 던지면서 인사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볼 때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김영순 씨는 오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품안의 온기를 전하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군 드림스타트 관계자가 김영순 씨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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