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조양동 신병수 씨
간경화 투병하며 어린 두 딸과 힘겨운 삶
속초 조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신병수(가명, 52) 씨는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복수가 찼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한 게 벌써 네 번째로 지금은 중증 상태다. 복수가 심해져 배가 크게 불러올 때마다 병원에 가서 물을 빼내야 한다. 지난 14일에도 4ℓ에 달하는 물을 빼냈지만,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배는 가라앉지 않고 그대로다. 소변으로 복수가 배출되도록 이뇨제도 복용 중이다.
더군다나 신 씨는 간경화와 함께 온 당뇨가 심해져 치아를 다 발치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음식을 다져서 먹어야 한다. 체중은 줄고 얼굴은 뼈만 남아 앙상해졌지만, 다리는 여기저기 피멍이 든 채 부어 오른 상태다. 지난 15일 만난 신 씨는 몸이 간지러워 힘겨워했다. 신 씨 가족을 돌보고 있는 요양보호사 손진숙 씨는 “너무 고통스러운지 자주 신음소리를 낸다”고 했다.
걷는 것이 힘들어 외부활동을 거의 못하고 집안에서도 겨우 화장실이나 갈 정도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생활한다. 가끔 배변 조절이 안 돼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 몸이 아프니 사소한 일에도 자주 화를 내는 등 감정기복이 심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병원에 입원했고, 요양원에서 6개월가량 지내기도 했다.
신 씨는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다가 5년 전 간경화가 발병한 후에는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후 캄보디아 여성과 재혼해 두 딸을 뒀지만, 아내가 아이들을 학대하고 자주 가출을 하는 바람에 7년 전 이혼을 했다.
신 씨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인 두 딸이 희망이다. 다행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딸들은 잘 자라 주고 있다. “아이들이 주눅 들지 않고 표현력도 밝고 공부도 잘해요. 학교에 갔다 오면 먼저 아빠 품에 꼭 안겨요.”(요양보호사 손진숙 씨)
손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해 청소며 세탁, 식사준비 등도 해주고 말벗도 되어주고 있다. 속초에 살고 있는 누나와 여동생도 신 씨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여동생은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 공부도 봐주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있다.
신 씨는 전혀 일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비로 받는 월 110만~120만원으로 아파트 전세대출 이자며 관리비, 아이들 양육비, 생활비 등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담당 사회복지사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중에도 아이들 교육에 대한 욕구가 크고 최대한 잘 키우고 싶어 하지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겨울이라 난방도 해야 되는데 수급비만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요양보호사 손진숙 씨가 지난 15일 신병수 씨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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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거진읍 박정미 씨
노조 활동하다 실직 후 우울증에 허리까지 다쳐
올해 40대 후반인 박정미 씨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몸과 마음에 생긴 병으로 인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박 씨의 허리에는 철심이 박혀 있고 우울증으로 수년째 계속 약을 먹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직업을 가질 수 없고 이는 다시 박 씨를 더욱 힘들게 한다.
박 씨의 비극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씨의 말에 따르면 그는 당시 고성의 한 회사에서 노조위원장이었다. 그때 사내에 성희롱 사건이 생겼고 노조가 앞장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가 박 씨를 비롯한 직원들이 해고당했다. 직원들은 노동위원회를 통해 부당해고가 구제돼 회사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그를 비롯한 몇 명의 직원들은 성희롱 사건의 장본인이 있는 회사로 복직할 수 없었다. 이후 박 씨는 다른 직장에 몇 년 근무하기도 했지만, 이전 직장에서 겪었던 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이 심했고 직장생활을 이어가기 힘들 지경에 이르게 됐다. 결국, 다시 회사를 관뒀고 이후 박 씨는 심각한 우울증 속에 갇혀 취업하지 못한 채 아내의 가게 일을 도우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2년 전쯤 박 씨에겐 또 다른 불행이 닥쳤다. 집에서 쌀자루를 들다가 허리를 다쳐 동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 병원에서 며칠간 허리에 주사를 맞은 이후 감염성 척추염에 걸려 오래도록 병상 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지금까지 7번의 허리 수술을 받았고 골반뼈를 허리에 이식했다. 골반뼈가 없어 벨트를 착용할 수 없고 고무줄이 달린 하의를 입어야만 한다.
오랜 치료를 통해 그는 이제 앉거나 걸을 수 있게 됐지만, 그동안 병원 치료비로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고 이 또한 그의 삶을 옥죄고 있다.
2남 1녀의 자녀들을 포함해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은 오롯이 박 씨 아내의 몫이다. 박 씨의 아내는 거진읍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데 요즘 코로나 사태로 장사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박 씨의 치료를 위한 수발도 아내가 짊어지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남편의 허리 치료와 우울증 치료를 위해 원주와 강릉으로 남편을 데리고 가야만 한다. 이렇게 장거리로 병원을 다녀오면 그날은 가게 문을 열기 힘들다.
더욱이 다섯 식구가 살기엔 집이 좁아 박 씨와 막내아들이 1주일에 몇 번씩 인근에 있는 어머니 댁으로 가서 자고 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 씨의 가족은 조만간 살던 집에서 나와야만 한다. 집주인이 집을 팔기 위해 내년 2월까지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빚이 수천만원인 박 씨는 당장 옮겨갈 곳이 마땅치 않다.
이런 모든 것들은 악순환의 쳇바퀴가 돼 우울증을 앓는 박 씨를 더욱 힘들게 한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데 너무 힘드네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아내 앞에서 박 씨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박정미 씨(오른쪽)와 그의 아내가 집을 방문한 고성군 이진숙 주무관(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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