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대 중반인 조영진 씨는 서울에서 귀향한 초보 농업인이다.
고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줄곧 타지에서 지내며 농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조 씨는 이제 고향에서 농업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그는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키우며 이를 기반으로 지역에서 다육아트를 보급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올해 고성군의 청년 농업인 지원으로 죽왕면 향목리 7번 국도 바로 옆에 토지를 마련했고 자신의 전 재산을 쏟아 부어 비닐하우스를 짓고 농사를 준비 중이다. 농장 이름은 ‘지니팜’이라고 지었다.
비닐하우스를 짓는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토관리사무소에서는 그 땅이 폐도로와 겹친다면서 비닐하우스를 짓지 못하게 했다. 그는 측량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고, 측량 결과 땅 면적이 더 늘어나 위기가 오히려 더 좋은 기회가 됐다.
조영진 씨는 몇 년 전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이는 그가 귀향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오키나와에서 유명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시골 위주로 돌아다녔다. 그는 그곳에서 시골의 여유로운 모습이 좋아 보였고, 그 느낌을 고향에 왔을 때 다시 느꼈다. 이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고성에는 자신의 경력과 관련된 분야의 괜찮은 직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청년 창업농 지원에 관한 정보를 듣게 됐고, 이후 귀농 교육 수강 등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과수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지만 다육식물을 키워본 경험을 살려 방향을 틀었고 이와 더불어 다육아트를 해나가기로 했다. 고성에서 다육아트를 가르치고 있는 고모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조영진 씨는 내년 3월부터 판매와 농사를 본격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지금은 농사를 준비하면서 다육식물과 다육아트에 관한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조 씨는 “다육아트가 사람들에게 아직도 생소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다육아트는 다육식물과 양초, 컵, 나뭇가지, 조개껍질 등 여러 소품을 이용해 장식품을 만드는 것이다. 조 씨는 “다육아트를 배워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정말 멋지게 만들 때가 있는 것을 보면 다육아트는 정해진 규칙보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농업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앞으로 이전 직장에서 배운 지식을 잘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보안업체에서 우수 사원으로 외부 서비스 강의를 맡고, 영업, 마케팅 분야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은 다육아트 강의에 큰 도움이 되고 있고, 앞으로 선인장·다육식물 판매에 요긴하게 활용할 생각이다.
초보 농업인 조영진 씨는 앞으로 지역 농업인, 소상공인들과 협력해 나갈 생각이다. 그는 도자기나 원예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과 함께 공동체험장을 만들고,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만들어낸 소품을 다육아트에 활용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아직 몇 개월이 남아 있지만, 꿈 많은 초보 농업인의 눈빛 속에는 희망 가득한 미래가 그려져 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고성 죽왕면 향목리 지니팜의 조영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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