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종합사회복지관(관장 성연)은 속초시노인복지기금을 지원받아 지난 6월부터 5개월간 진행한 <포토테라피 인생앨범 ‘레트로 4050’ 사업>을 통해 13명의 어르신의 삶의 애환을 담은 자서전을 펴내 지난달 27일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국중성(83, 사진) 속초 이편한세상아파트경로당 회장도 이번에 자서전을 펴낸 어르신들 중 한명으로 <설악신문>에 보도된 ‘레트로 4050’ 참여 희망자 모집 기사를 보고 “나 나름의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망”에 참여하게 됐다. 자서전에는 국 회장의 평범할 수 있지만 녹녹치 않았던 인생사가 과거 사진과 함께 기록돼 있다.
국중성 회장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10월 25일에 태어나 충청남도 논산에서 30년간 성장기를 보내고 1968년 부인과 두 딸을 데리고 산업화의 물결을 따라 경기도 군포로 옮겼다. 그곳에서 월세 500원 하는 단칸방에서 건축에 필요한 자갈을 파거나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생활하다가 골판지 용지를 생산하는 대양제지공업주식회사에 취업해 직장생활을 했다. 대양제지에서 27년간 근무하고 상무이사로 퇴임한 후 집에서 소일하다 건강관리를 위해 ‘조용하고 청정지역인 낯선 곳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찾은 곳이 속초였고, 2002년 1월에 34년간 살았던 군포를 떠나 속초 노학동으로 이사를 왔다.
국 회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사회활동에 열심히 참여해 시장, 도지사, 대통령표창 등 각종 표창을 수상했으며, 88서울올림픽 때는 성화봉송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에 적극 참여해 교육을 받고 공장새마을지도자로서 생산성 향상은 물론 제품의 품질향상에 매진했으며, 직장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맡아 저축운동도 벌였다. 속초에 정착해서는 건강을 위해 게이트볼을 시작했고, 강원도민체전에 속초시 대표 선수로 참가해 동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서전에는 게이트볼을 시작할 당시 많은 도움을 줬던 고 정양수 속초시게이트볼연합회 이사에 대한 추억과 고마움도 담았다.
국 회장은 자서전에서 출생과 유년시절부터 부모님과 형제자매, 청소년기와 청년기, 결혼생활 및 자녀양육, 직장생활, 친구 관계 등을 자세히 정리했다. 특히, 1958년 부부의 연을 맺은 부인 전혜명(80) 씨에 대한 자랑과 고마움, 미안함을 자서전 곳곳에 적어 놓았다. 아내는 직장일로 바쁜 자신을 대신해 가사일을 도맡아 하고 숭실대 대학원에 갈 때 학비를 대서 학업을 마치게 한 천사 같은 사람이다. 그는 “지혜롭고 착한 아내 전혜명을 만난 일이 내 평생에 첫 경사였고, 평생을 통하여 제일 잘한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국 회장은 아내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뒀다.
자서전에는 이밖에 여행에 대한 기억, 인생에서 흥미로웠던 일과 사건, 취미생활, 남기고 싶은 유산, 가족에게 남기는 말(유언) 등도 담았다. 국 회장은 2017년에 ‘나의 병이 현재의 의학으로는 불치의 상태일 경우 헛되게 사망시기를 연장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거절한다’고 존엄사를 선언한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놓았다.
국 회장은 자서전 맺음말에서 “이 글을 쓰면서 84년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어려운 세월, 혼란스러운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렸다. 나의 보잘 것 없는 보통사람의 걸어온 길을 정리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인생앨범 ‘레트로4050’ 덕분”이라며 속초종합사회복지관에 고마움을 전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국중성 어르신이 부인(전혜명씨), 손녀와 함께 즐거운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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