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있습니다. 월세 놓습니다.’
최근 설악동 C지구 일부 숙박업소 건물 외벽과 현관문 등에 부착된 안내문 내용이다.
코로나19 발 ‘긴 불황터널’을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것이 현지 상인들의 설명이다.
설악동번영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봄철 수학여행단이 크게 줄어든 데다 1년 장사의 가장 큰 대목인 단풍철마저 단체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 대부분의 숙박업소가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상항이 이렇다 보니 일부 숙박업소들이 빈 객실을 월세로 내놓아서라도 코로나19 상황 타개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일부 숙박업주들은 연말연시 대목을 아예 포기하고 속초지역 건설현장 등을 돌아다니며 관광객 대신 공사근로자 모셔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설악동 C지구 위쪽의 한 숙박업소 건물 외벽과 담장에는 ‘빈방 있습니다(분양, 임대, 전·월세 가능)’이라는 안내 간판이 부착돼 있었다.
빈 객실을 월세로 전환해서 그런지 몰라도 관광 비수기인데도 해당 숙박업소 주차장과 인근 부지에는 제법 많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인근에는 운영난 때문인지 아예 문이 닫혀있는 업소들도 있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설악동 C지구 주차장 인근에도 월세로 전환해 영업 중인 숙박업소들이 있었다.
한 숙박업소 현관문에는 ‘월세 놓습니다. 올 수리 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고, 업소 주위에는 차량 여러 대가 주차돼 있었다.
업소 밖에는 ‘수학여행·일반단체·하계휴양·기업연수’ 등이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코로나 사태 이후 월세로 전환해 영업 중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인근의 숙박업소에도 ‘월세 있음’이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월세 전환’ 홍보를 위해 숙박업소 바로 앞 도로에 주차된 승합차에도 이런 문구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한 숙박업주는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수학여행단을 비롯한 단체여행객을 받지 못해 공과금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렇다고 빈 객실을 그냥 놀릴 수도 없어 공사 인부라도 유치하기 위해 속초 시내 건설현장을 쫓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단체관광객들을 전혀 유치하지 못한 데다 최근 수도권 지역의 코로나 확산으로 이동 제한 권고 조치까지 내려지자 일부 숙박업주들이 연말연시 대목을 포기하고 공사 근로자를 유치하기 위해 속초 시내 건설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아무리 설악동이 힘들어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엄 회장은 “상항이 이러니 건물을 임대해 영업 중인 세입자 숙박업주들이 더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며 “세입자 숙박업소 중에는 내년 봄철에도 코로나 사태가 호전되지 않아 수학여행단을 비롯한 단체여행객 유치가 어려울 경우 아예 영업을 포기하겠다는 업소도 2~3군데 있다”고 했다.
현재 설악동에는 30여 개 숙박업소가 영업 중이며 이중 세입자 숙박업소는 10여 개가 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코로나19 여파로 설악동을 찾는 단체관광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들자, 일부 숙박업소들이 ‘빈방 있습니다’라는 안내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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