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해안, 통발 도루묵 잡이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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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쓰레기 투기·주차 혼잡 등 불만 토로 / 텐트에 불판까지…온라인 동호회 게시판 보고 오기도

등록날짜 [ 2020년12월14일 09시45분 ]

“도루묵을 잡는 일부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태로 인해 어업을 생업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큰 불편과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지난 7일, 김동완 죽왕면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 글에 따르면 도루묵을 잡으러 몰려든 이들은 무질서한 주차로 교통을 방해하고 주차 시비로 싸우고, 잡은 도루묵을 바닷가에 마구 버리며 무분별한 취사에 쓰레기 무단 투기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고성군 관계자와 주민들에 따르면 도루묵을 잡는 이들은 이달 첫 번째 주말인 5~6일에 고성 5개 읍면 해안가의 주로 바위가 많은 곳에 광범위하게 몰려들었다. 이러한 행렬은 휴일을 지나 평일까지도 이어졌다.
지난 8일 일몰 이후 아야진항 남쪽 방파제 아래쪽 해안 바위 위에는 추운 평일임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몰려와 통발을 이용해 도루묵잡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도로 옆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는 주차된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서 온 이들이었다. 바위 위에는 텐트도 여러 개 보였고 잡은 도루묵을 불판에 구워 먹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인천에서 온 부부에게 어떻게 여기를 알고 먼 곳까지 찾아왔는지 묻자 “온라인 동호회에 게시된 글을 보니 이곳이 유명해 찾았다”며 “통발은 인근 상점에서 구했다”고 밝혔다.
근처의 아야진연승협회 건물 앞에서 만난 한 어민은 불만 가득한 말을 이어갔다. 이 어민은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12월 들어 도루묵을 잡지 않고 있는데 사람들이 몰려와 왕창 잡으니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또 이 어민은 간이화장실 옆에 있는 쓰레기 더미를 가리키며 “최근 며칠 사이에 이곳을 찾은 이들이 여기에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려서 너무 어수선하다”고 하소연했다.
근처 식당 주인의 불만은 더 컸다. 그는 “지난 주말 도로 위에 주차하는 사람도 있어 통행이 힘들 지경이었고 바위틈과 백사장, 주차된 차량 사이 곳곳에 라면 면발, 양동이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또 “사람들이 많이 와도 식당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면서 “지역경제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입증하듯 식사 시간인 오후 6시 무렵인데도 1시간 동안 식당을 찾은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 식당 주인은 “식당을 찾지 않아도 좋으니 쓰레기는 되가져 가면 좋겠다”고 했다.
차량이 주차된 곳에서 만난 양구 거주 중년남성 3명은 “어린 시절 도루묵을 구워 먹던 추억을 떠올리며 이곳을 찾았다. 이곳에 와서 보니 쓰레기가 많은데 우리는 쓰레기를 되가져왔다. 관광객들이 대부분 쓰레기를 잘 수거해 가는데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이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무렵, 오호항 북쪽 서낭바위 너머의 바위들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통발로 도루묵잡이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수도권에서 온 이들이 상당수였고 속초와 춘천에서 찾은 이들도 있었다. 이곳 역시 텐트를 쳤거나 불판으로 요리하는 이들이 보였다.
이날 도루묵을 잡기 위해 고성을 찾은 한 관광객은 “온라인 동호회를 보면 많은 이들이 고성 도루묵잡이에 관심이 큰데 주민들과 마찰이 없도록 관광개발을 잘하면 고성에도 유익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아야진연승협회 사무실 근처에 버려진 쓰레기들.

지난 8일 오후 7시 무렵, 고성 죽왕면 오호리 서낭바위 인근에서 사람들이 도루묵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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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업인 도루묵 통발 어획은 합법? 불법?
어항구역 내 포획·치어 잡이는 불법
통발로 도루묵을 잡는 것은 합법일까, 불법일까.
수산자원관리법 제18조에는 비어업인의 수산자원 포획·채취를 제한한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규칙 제6조에서는 비어업인 포획·채취의 한계가 규정돼 있다. 이에 따르면 비어업인은 투망(던져서 물고기를 잡는 원뿔형 그물), 반두(막대로 손잡이를 댄 작은 그물), 외줄낚시, 통발(통처럼 만든 고기잡이 도구), 집게, 호미, 갈고리, 손으로 어획할 수 있다. 통발의 경우 하나의 통발을 사용하는 ‘외통발’만 허용된다.
수산자원관리법에는 포획·채취금지에 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14조). 이에 따르면 수산자원의 번식·보호를 위해 수산자원의 포획·채취 금지를 위해 기간·구역·수심·체장·체중 등을 정할 수 있다. 도루묵은 포획금지 기간은 따로 없지만 체장 11cm 이하는 잡아서는 안 된다.
또한, 어획 장소 제한도 있다. 어촌·어항법 제45조에 어항시설·어항구역 내 금지행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45조 8호에 어항의 보전 또는 그 사용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는 금지한다고 돼 있다. 어촌·어항법 시행령 제40조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정의하는데 40조 2호에는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하기 위해 어구 등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비어업인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며 어업인에게도 적용된다.
이상의 사항들을 정리하면 비어업인이 통발로 도루묵을 어획한다고 해서 무조건 불법이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의 통발을 사용하거나 체장 11cm 이하의 도루묵 치어를 잡거나 어항구역에서 도루묵을 잡는다면 불법이다. 고성군 관계자에 따르면 어항구역에서 통발로 도루묵을 잡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항구역이라고 하면 보통 방파제 안쪽의 항구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어항구역은 방파제 바깥의 영역을 어느 정도 포함한다. 따라서 방파제에서 떨어진 곳에서 도루묵을 잡더라도 불법일 수가 있다. 어항구역은 국립해양조사원 인터넷 홈페이지 ‘해양정보-해양자료-해양주제도’ 항목에 게시된 ‘소형선 항만안내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어항과 지방어항의 영역이 나와 있다. 이외 어촌정주어항 등 소규모 어항 등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합법적인 어획을 위해서는 사전에 어항구역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어항구역도에 따르면 아야진항 남쪽 방파제 아래쪽은 경계선에 걸쳐 있어 이곳에서는 자칫 불법 어획이 될 수 있다. 오호항 북쪽 서낭바위 위쪽의 경우는 어항구역에서 벗어나 있다. 이광호 기자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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