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청호동 김순길 할머니
60대 지적장애 딸과 한데로 나앉게 될 처지
김순길(82) 할머니는 속초 청호로의 허름한 가옥에서 지적장애 1급인 60대 큰 딸과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다. 여기 저기 몸이 아파 거동이 힘들고 먹고 사는 것도 문제지만, 요즘 들어 근심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낡고 오래된 집이라도 모녀가 추위를 피하고 몸을 뉘이며 생활할 수 있었는데, 3개월 후에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보증금 없이 월 20만원을 내고 이 집에서 살고 있다. 집은 허름해도 마당이 있어 텃밭 삼아 채소도 심어 먹고, 주워 온 폐지와 공병을 모아 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집이 팔려 10년 동안 살았던 이 집을 내년 2월 23일까지는 비워줘야 한다. 2월이면 아직 겨울 추위가 여전 할 땐데다, 웬만한 집은 모두 보증금을 걸어야 해 빚까지 지고 있는 김 할머니로서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어서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김 할머니는 과거 조양동에서 30년가량 중국음식점을 운영했었다. 남편이 폐암과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는 홀로 음식점을 맡아하다 60대 초반에 자궁경부암이 발병돼 접어야 했다. 더구나 간암까지 발생해 색전술 시술을 받기까지 했다. 암은 완치됐지만, 지금도 정기적으로 서울 병원에 다니며 진료를 받고 있다. 요즘 김 할머니를 괴롭히는 것은 고질적인 허리통증이다. 2017년에 허리가 골절됐는데, 그 후유증 때문에 지금도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고 진통제를 먹어야 잠을 잘 수가 있다. 한때는 걷지도 못해 기어 다닐 정도였다.
김 할머니는 1남 3녀를 뒀다. 경제적으로 크게 쪼들리지는 않았는데, 장남이 사업을 하다 파산해 많은 빚을 지게 되면서 생활이 곤궁해졌다. 올해 4월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전까지는 병원비도 많이 들어갔다. 아들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연락도 안 된다. 외지에 살고 있는 두 딸도 사는 게 힘들어 도움을 줄 형편이 아니다.
김 할머니 모녀는 기초생활수급비 100만원과 기초연금 30만원, 폐지와 공병을 모아 판 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반찬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몸이 성치 않은 김 할머니가 지적장애 딸의 밥 먹는 거고, 씻는 거고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 “내가 안 아플 때는 공병도 꽤 주웠는데….” 김 할머니는 딸이 폐지를 주우러 다니다 행여 차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정하연 간호사는 “할머니와 따님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맘 편히 거주할 수 있는 안식처”라며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김순길 할머니가 지난 8일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정하연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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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읍 성내리 최순희 씨
새터민으로 홀로 어린 딸 키우며 희망 그려
“진 빚이 부담은 되지만, 어린 딸과 함께 진정한 자유를 누리면서 하루 세끼 굶지 않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양양읍 성내리의 한 연립에 초등생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최순희(가명, 48) 씨는 새터민으로 불리는 탈북자다. 함경북도 하성군이 고향인 그는 2012년 탈북한 후 대구와 평택을 거쳐 지난해 1월 양양에 새 둥지를 틀었다. 남편의 잦은 폭행으로 이혼한 후 지금은 편의점 알바로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한 달에 80만~9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 월세 30만원과 부식비 50만원을 제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여기에 지인한테 사기까지 당해 대출받은 1,000만원 중 800만원이 아직까지 빚으로 남아 있어, 그에게는 큰 부담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에게 변변한 옷은 고사하고 학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전 남편한테 맞은 후유증으로 허리골반이 틀어지고 최근에는 이석까지 심해져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해 병원비도 버겁기만 하다.
딸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아 생활비에 큰 도움이 됐지만, 학교에 입학한 후로는 한 부모 가정으로 등록돼 한 달에 20만원밖에 지원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의 품에 안겼지만, 그동안 너무 힘들게 살아왔고, 어떨 땐 너무 힘이 들어 포기할 생각도 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제게 희망이 돼준 것이 딸이에요. 엄마라는 존재가 그러듯이 앞으로 더 힘든 고난이 오더라도 딸을 위해서 역경을 헤쳐 나갈 생각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엄마라는 말을 들을 때면, 가장 행복하고 눈물이 쏟아진다는 새터민 최순희 씨는 딸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지만 다 채워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8년 전 사선을 넘어 자유의 품에 안겼던 최순희 씨는 그 당시보다 더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딸과 함께 한다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각오로 비록 낡은 월세방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군 드림스타트 담당자가 최순희 씨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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