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개국했던 고성군 토성면 마을공동체라디오가 방송 2년째로 접어들어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토성라디오에는 토성면 주민자치위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이정순 토성면 주민자치회장이 출연자 섭외, 홍보 등의 지원을 맡고 있고, 박혜정 부회장은 ‘스토리온’ 프로그램 진행, 김병남 부회장은 ‘특수본’ 프로그램 보조 진행, 김동래 사무국장은 방송기술과 ‘행복알림방’ 프로그램 진행, 김애화 위원은 방송기술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특수본’과 ‘울 모태’를 진행하는 용광렬 전 고성군의원은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주민자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까닭에 혹자는 토성라디오에는 주민자치위원들만 참여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토성라디오 제작 참여자들은 한목소리로 “토성라디오는 주민 모두에게 열려 있는 방송”임을 강조한다. 누구나 출연할 수 있고 누구나 함께 제작할 수 있는 방송이라는 얘기이다.
토성라디오에 참여하는 이들은 모두 방송 아마추어들이다. 방송을 모르고 살던 이들이 자신들의 본업에 못지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덕에 토성라디오는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 1년 동안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방송제작 참여자들은 진행, 방송기술, 편집, 섭외, 지원 등 자신이 맡은 분야를 보수도 없이 묵묵히 해내고 있다.
토성라디오를 1년 동안 이끌어 온 힘은 참여자들의 적극성이다. 본업으로 바빠도 방송이 잡히면 함께 모여 열성적으로 방송을 만든다. 농업에 종사하는 김동래 국장은 아무리 농사일로 바빠도 제작 일정이 잡히면 만사를 제쳐두고 나온다. 김애화 위원은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방송제작기술을 익히기 어려웠지만, 주민자치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아마추어들이 방송을 만드느라 어려움이 적지 않아 보이지만 참여자들이 모이면 흥겨운 농담이 끊임없이 오고 간다. 이정순 회장은 “다들 아마추어니까 하나하나 배워가니 그래서 더 재밌다”고 말한다.
주민 참여 확대 지향하는 방송
토성라디오는 현재 총 4개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름에서 중압감이 들지만, 그 의미는 ‘특별수다본부’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지역의 화제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엄계록 기타리스트, 공혜경 시인, 엄채란 아리아리예술단 단장 등이 출연했고, 신창섭 설악투데이 대표는 방송에 나와 MBC 베를린 특파원 시절을 떠올리며 고성의 상황을 분단 독일과 비교하는 등 분단과 통일처럼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도 용광렬 진행자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다.
박혜정 부회장이 진행하는 ‘스토리온’은 지역 주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주민이 직접 출연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속한 단체나 기관의 활동을 소개하기도 한다. 박 부회장은 화가이며 용광렬 진행자의 부인이다.
스튜디오가 아니라 주민들이 살아가는 현장에서 녹음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용광렬 전 군의원이 진행하는 ‘울 모태’로 ‘우리 동네’라는 뜻이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장비를 가지고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들로부터 동네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사투리를 쓰는 정감 있는 방송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동네를 섭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김동래 국장이 진행하는 군정 알림 프로그램은 고성군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기간과 참여 방식 등 주민들에게 요긴한 정보를 전달한다.
새 프로그램 기획…미디어센터 건립 희망
토성라디오는 조만간 주민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추가할 예정이다. 학생 참여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진행과 녹음 등 제작을 직접 하게 할 예정이다. 여기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어르신들이 출연하는 방송도 프로그램도 논의하고 있다.
형식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요즘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도입한 것처럼 눈으로 방송 현장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종국에는 미디어센터를 건립하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사회적기업으로 지역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고용도 창출해 지역을 더 풍요롭게 하길 원한다.
토성라디오 참여자들은 이런 모든 일을 서두르지 않고 꼼꼼히 준비해서 한 발 한 발 추진해 가려고 한다. 목표한 일들을 해내기 위해서는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예산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 참여자들의 바람이 있다면 주민자치에 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좀 더 커졌으면 하는 것이다.
어려운 방송 여건에도 이정순 회장을 비롯한 방송 참여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정순 회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토성면 주민이 소통하는 방송,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토성라디오는 현재 토성면사무소 2층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하며 ‘팟빵’을 통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청취할 수 있다. ‘팟빵’에서는 ‘토성면’을 검색하면 된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토성면 마을공동체라디오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 (왼쪽 뒷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래 사무국장, 박혜정 부회장, 용광렬 전 고성군의원, 김병남 부회장, 김애화 위원, 이정순 회장(앞줄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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