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교동 김미숙 할머니
거동 못해 집안에서만 지내…생계 막막
속초 교동의 한 아파트에서 며느리와 살고 있는 고령의 김미숙(가명, 85) 할머니는 거동이 힘들어 하루 종일 집안에서만 지낸다. 예전에 고관절이 골절되는 사고를 입어 인공뼈를 넣는 수술을 받았고, 골다공증으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뼈가 손상돼 외부활동은 전혀 못하고 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보조기를 이용하거나 벽을 잡고 조심스럽게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힘들지만, 집이 좁아 의자식 변기를 두기도 마땅치 않다. 화장실을 다녀오다 넘어져 허리에 금이 가는 바람에 20일간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 집에만 있다 보니 요즘에는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돼 식사도 잘 못한다.
며느리 김모 씨는 중앙시장에서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며 시어머니와 아들 둘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장사가 잘 안되는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쳐 가게세 내기도 힘든 실정이다. 음식점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이 일정치 않다보니 김 할머니 앞으로 나오는 노령연금 30만원과 며느리가 받는 기초생활수급비 20만원 등 50만원이 그나마 들어오는 고정수입이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면서 임대아파트의 재계약금과 관리비가 오랜 기간 연체돼 퇴거 위기에 몰리기까지 했고, 겨우 빚을 내 해결할 수 있었다. 매달 며느리의 가게 월세 100만원과 관리비 20만원, 임대아파트 관리비 및 유지비 10만원에 생활비까지 들어가야 하지만, 이를 감당하기가 벅차 빚만 쌓이고 있다.
대학교를 휴학 중인 손자 둘은 군대를 제대하고 외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하고 학비를 모으고 있다. 생활비와 학비를 대지 못해 휴학을 반복하고 방학을 해도 집에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며느리가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요양보호사인 고금춘(62) 씨가 낮 12시 30분부터 3시 50분까지 김 할머니를 수발해 주고 있다. 고 씨는 8년째 김 할머니를 돌봐주고 있는 가족 같은 사이다. 요양보호사가 일을 마치고 가게 되면 며느리가 올 때까지 김 할머니는 혼자서 지내야 한다.
김 할머니의 아들은 작은 손자(23)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 4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멈이 어린 아들에 늙은 시어머니까지 거두느라 숱한 고생을 했어. 너무 미안하고 고맙지.”
김 할머니는 오래 세월 집안을 지키며 묵묵히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온 며느리가 너무 안 됐고 고맙기 그지없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조준미 사회복지사는 “며느리가 음식점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수입이 발생하지 않아 노령연금과 수급비에 의존해 살고 있고 쌓이는 부채는 감당하기가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경제적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지난 1일 요양보호사 고금춘 씨가 김미옥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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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죽왕면 오호리 조춘자 할머니
“허리 통증이라도 줄었으면…”
송지호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의 전망 좋은 언덕. 하지만 이곳은 건강하지 못한 이에겐 오르내리기 쉽지 않은 곳이다. 이곳의 한적한 골목 안쪽에 거주하는 일흔넷의 조춘자 할머니. 40여 년을 혼자서 살아온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여러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젊은 시절 신장이 좋지 않아 신장 한쪽을 떼어내는 수술을 했고 수십 년 전 경운기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해 한쪽 다리에 철심을 넣었다. 2012년에는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고 다음해엔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조춘자 할머니는 40여 년 전 고성에 정착해 칼국수 장사를 하는 등 주로 음식점을 하며 살아왔다. 여러 가지 사고와 지병을 앓으면서도 경제적으로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나 2012년과 2013년에 암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5년 전에는 욕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척추를 다쳐 거동마저 쉽지 않게 됐다. 당뇨로도 고생하고 있다.
특히, 허리가 좋지 않아 일상생활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 걸을 때 허리가 아픈 것은 물론이고 누워도, 앉아도 허리 통증은 계속된다. 평지를 걸어도 허리 통증이 심한데 오르막은 할머니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장애물이다.
조춘자 할머니의 지나온 삶은 기구한 사연으로 가득하다. 예전에 경기도에서 살던 할머니는 40여 년 전 30대 초반의 나이에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이후 도망치듯 고성으로 오게 됐다. 남편은 노름에 빠진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할머니가 신장 수술을 받고 퇴원한 이후 몸에 연결된 호스를 발로 차버리는 일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남편의 폭력을 피해 어서 떠나라고 했고, 할머니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린 아들을 두고 집을 나왔다. 몸이 성치 않아 자신의 몸도 가누기 힘든 상태라 아들을 데리고 나올 수 없었다. 할머니는 아들과 연락하고 싶어도 아직도 자신을 죄인으로 여겨 그러지 못하고 있다. 짐이 될까 미안한 마음에 형제자매들에게도 자신의 거주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가정폭력에 시달린 할머니는 이후 ‘결혼’이란 것에 진저리가 났고 재혼할 생각 없이 억척스럽게 혼자서 살아왔다.
고성에서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여러 도움을 받고 있다. 이웃의 지인들이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반찬도 가져다주고 장을 볼 때 차를 태워주기도 한다.
코로나로 병원 가기도 두려워 집 밖을 쉽게 나서지 못하는 할머니는 그저 아주 작은 바람만 있을 뿐이다. “병이 낫지 못하더라도 허리 통증이라도 줄었으면…….”하고 힘든 표정으로 읊조렸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몸이 불편해 외출이 힘든 조춘자 할머니가 TV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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