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미술관이 지난달 20일 고성군 죽왕면 야촌리에 문을 열고 두 미술가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 1관과 6관에서는 임철순 작가의 회화전 ‘상황에서 시원적 공간으로’가, 2관과 3관에서는 이민수 작가의 조소전 ‘순간에서 영원으로’가 각각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두 전시회는 내년 5월 말까지 진행된다.
임철순 작가의 작품들에서는 크게 두 가지 경향이 눈길을 끈다. 각각의 경향은 1관과 6관에 나뉘어 있다. 1관의 그림들은 회화가 중심이긴 하나 사진과 입체물도 어우러져 있고 두꺼운 채색도 입체감을 더하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The Wings of Mother’란 제목이 붙은 작품들은 고목을 찍은 사진을 화폭의 하단에 두고 그 위로 나무와 저고리를 그려 넣었고 ‘삶을 위한 Drawing’이란 작품들도 회화와 사진으로 수십 년 전 평범한 이들이 살아가던 모습을 보여준다. ‘삶을 위한 Drawing-회상’이란 작품은 별개의 화폭 7개를 약간의 공간을 두고 하나의 작품으로 배치해 하나의 그림은 하나의 캔버스에 그린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다. 6관에는 ‘상황-이미지’란 제목이 붙은 작품들이 많으며, 이 작품들은 대체로 침대와 말라붙은 식물이 중심적인 이미지이다. 이 작품들은 분위기가 어두워 16~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바니타스 정물화’를 연상시킨다. 바니타스는 죽음의 불가피성, 속세의 업적과 쾌락의 무의미함을 표현하는 그림 사조이다.
임철순 작가는 서울대 미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개인전 36회를 열었고 1989년 제8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임 작가는 현재 경기대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민수 작가의 소조 작품들은 사람 신체의 몇 배에 달하는 거대한 작품이 많아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이번에 전시된 이 작가의 작품들도 크게 두 가지 경향을 보여준다. 하나는 근육들이 불거져 나온 신체 일부를 형상화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화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다. 잘 발달한 근육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는다. 달려가는 듯한 거대한 다리가 전시장 입구 바로 안쪽에 버티고 서 있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어떤 작품들은 근육들이 뒤엉켜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사랑을 나누는 것 같기도 하다. 불거진 근육들은 나무 고목 같기도 하고 해부 중인 시신을 보여주는 것 같은 작품도 보인다. 신화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들은 표면의 질감이 매끄럽다. 신화 속 인물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구름을 타고 오는 듯한 작품,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베일로 덮은 듯한 작품도 관람자들의 기억에 각인되기에 충분하다.
서울대 미대를 나온 이민수 작가는 소조 중심의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통일염원 조각대전 대상(1995), 단원미술제 평론가상(2005)을 수상한 바 있고 예술의 전당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경기도 양주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이민수 작가의 조소전 ‘순간에서 영원으로’.
피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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