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양돈농가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광역울타리의 위치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고성의 돈사 중 3곳이 ASF 광역울타리보다 북쪽에 있어 이들 농가는 현재의 광역울타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 차단에 소용이 없다고 주장하며 광역울타리를 농가 북쪽으로 옮겨주기를 바라고 있다.
ASF 광역울타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환경부에서 광역으로 설치하는 울타리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남하하는 멧돼지들을 막는 역할을 한다. 현재 파주에서 고성까지 개설돼 있으며, 인제 북면 용대리에서 둘로 갈라져 한쪽은 토성면 천진해변으로, 다른 한쪽은 거진읍 송죽리로 연결돼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양돈농가들은 현재 간성읍 해상리, 거진읍 석문리, 현내면 죽정리에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는 울타리로 광역울타리 외에 1차 울타리와 2차 울타리도 있다. 1차 울타리는 ASF 발병 멧돼지 발견 지점에서 3km에, 2차 울타리는 5km에 설치한다. 광역울타리는 환경부에서, 1·2차 울타리는 지자체에서 담당한다. 올해 ASF 발병 멧돼지 발견 이후 고성군에서는 마달리에서 대진리까지 9km 구간에 2차 울타리를 쳤다. 1차 울타리는 해당 지역이 지뢰가 매설된 곳이라 설치하지 못했다.
윤문길 대한한돈협회 고성군지부장은 “환경부나 농식품부는 현재 광역울타리의 위치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 거 같은데 광역울타리는 46번 국도를 따라 이어져 있어 그 북쪽에 있는 양돈농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가를 보호하려면 광역울타리는 북천 하구로 빠져서는 안 되고 건봉사 옆을 거쳐서 명파리로 빠지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10월 말에 환경부에 민원을 냈는데 11월초에 광역울타리는 이미 설치돼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받았다”면서 “광역울타리는 환경부 담당이라 고성군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여 군수를 찾아가기도 그렇고 집회라도 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했다.
고성의 또 다른 양돈업주는 “멧돼지들은 목책기를 두드려 보고 그냥 통과하기에 광역울타리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면서 “광역울타리를 지금보다 북쪽으로 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이참에 광역울타리의 위치를 좀 더 북쪽으로 올리면 경종농가도 고라니, 노루, 멧돼지로부터 피해를 줄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광역울타리의 목적은 농가를 보호하는 데 있다기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남하를 광역으로 막는 것이다. 현재 인제 등 다른 지역에서도 광역울타리 북쪽에 양돈농가가 있어 고성에서만 양돈농가가 광역울타리 북쪽에 있는 게 아니다”며 광역울타리의 위치를 변경하거나 보강하는 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광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