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에 있었던 플루티스트 권예나 연주자의 독주회를 잘 보았습니다. 자신의 고향에서 처음 하는 독주회. 처음 입장해서는 매우 긴장하고 예민해 보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첫 곡인 러시아 음악가의 곡에서 연주자는 여리게 연주해야 할 부분은 충분히 여리게 연주했고, 세게 연주해야 할 부분은 충분히 세게 연주했고, 몰아치듯이 빠르게 연주하다가도 어느 순간 먼 산 바라보며 한 숨 돌리듯이 쉬어가기도 했으며, 부드럽게 이어가는가 하면 날카롭게 끊어가며 연주를 진행하기도 하는 등, 작곡자의 의도를 충분히 살려서 완전히 곡을 지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곡의 맨 끝을 멋지게 마무리하고는 긴장이 드디어 어느 정도는 풀린 느낌을 주었습니다.
둘째 곡에서는 바흐 특유의 다양한 음의 배열 내지 조합을 완벽에 가깝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학에서 매학기 수석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는 팜플렛 내용처럼, 스스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셋째 곡은 바이올리니스트도 함께 했는데, 피아니스트와 더불어 세 명의 연주자가 모두 강원예고 동문으로서 긴밀하게 소통하며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날 연주한 곡은 엑스포장 같은 야외무대에서 전에 함께 연주했던 곡을 정식연주회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인 것 같습니다. 이때 연주자는 마치 인간 메트로놈이라고 할 만큼, 정확한 템포로써 다른 두 명의 연주자를 리드하였습니다. 천재적인 박자감각이었다고 할까요?
세 번째로 낭만주의시대의 작곡가인 생상의 곡을 연주할 때는, 연주자가 철저한 완벽주의자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 정도로, 매우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음악을 만들어 냈으며, 악보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느낌마저도 들었습니다. 다른 곡들을 들을 때는 긴장하면서 들었다면, 이 곡은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올 정도였습니다. 이 곡의 피아노 선율도 참 멋졌습니다. 관객들 또한 악장 중간에 박수치는 실수를 하지 않고 한 곡이 모두 끝난 후 크게 박수를 치는 성숙한 관객매너를 연주 내내 보여주었습니다.
휴식 시간 후 피아노도 없이 홀로 선 무대에서 현대음악가의 1962년작을 연주했는데, 이 곡은 다양한 현대적 특수 테크닉들을 구사하며 가장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음악이 만들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를 거쳐 끝 곡으로 카르멘 편곡한 것을 연주할 때는 매우 빠른 부분도 교과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연주해 냈습니다. 아는 멜로디면서도 현대적 기법으로 난이도 높게 작곡된 것을 완성도 높게 연주해 주셨습니다. 귀가 호강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플롯 연주자뿐만 아니라 바이올린으로 협연한 김아경 연주자, 이 두 사람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통하는 최고의 연주자들이며, 설악지역의 소중한 자산 내지 보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피아니스트 또한 자신의 독주가 아니라 플롯에 맞추어야 하는 반주를 정말 잘 수행해 내었습니다. 이 분들이 설악지역에서 더욱 꿈을 펼쳐나가며, 이 지역에 음악의 금자탑들을 지속적으로 쌓아올리길 소망합니다.
최창균
속초가좋아 서울에서온 치과의원 원장·음악석사
권예나 씨가 함께 연주한 연주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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