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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적신(赤身)으로 돌아가리라
등록날짜 [ 2020년11월16일 11시50분 ]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수많은 언론방송이 “재개 큰 별이 지다”라고 긴급보도했다. 제목 앞에는 “한국 경제의 거목”, “초일류 삼성”, “세계의 삼성” 등의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다. 2020년 2월 기준, 삼성그룹 16개 주식종목의 시가총액이 524조1천935억 원이었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자산 가치는 추정에 불과하다. 재계에서는 고인 소유의 주식평가액이 18조에 이르고, 이에 따른 상속세가 10조를 넘을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 회장 집무실에 걸려 있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액자가 화제다. 고인의 부친인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친필로 쓴 서예작품이란다. 한국 최고 부자가 머리맡에 두고 되새겼을 이 글귀는 백과사전에 “불교의 의식집에 나오는 것으로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과 허무함을 나타내는 말이다.”로 요약하고 있다.
계속해서 풀어쓰기를 “사람은 빈손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죽을 때도 아무 것도 소유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므로, 뜬구름 같은 삶을 사는 동안 물질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고 인생을 초연하게 살아가라는 말이다. 공왕공래(空往空來)라고도 할 수 있고 헛된 영화(榮華)나 덧없는 일을 의미하는 일장춘몽(一場春夢), 인생무상(人生無常)도 같은 뜻이다.”로 기록되어 있다.
 구약성경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다. 고난 중에 욥이 “내가 모태에서 적신(赤身)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 가올찌라”로 고백하고 있다. 현대인의 성경에는 “내가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져온 것 없었으니 죽을 때에도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리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가져가신 자도 여호와시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양을 받으시기 원하노라.”로 번역되어 있다.
또한, 삼성그룹 회장의 어록들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다”,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며,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등, 한국경제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유훈(遺訓)의 말씀마다 일류경영을 위한 고뇌가 묻어난다.
필자의 연구실 뒷산 산책로 끝자락에 실향민 군민묘지가 있다. 산책로의 반환점이다. 그곳에 이르러 내려다보면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낮은 저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번가면 저모양이 될터이니”라는 민요가 생각난다. 그러면서 한정된 인생 치열하게 삶을 살겠노라 마음을 새롭게 다짐하는 매일의 터닝 포인트로 삼고 있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먼저 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형!”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대답이 없다. 돌아와 전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상엿소리는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이어이~” 이별이 못내 아쉬워서 언제 다시 오느냐고 통곡하지만, 찬송가는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라 한다. 그곳은 우리가 건너가는 곳이지,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인생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불과한 존재다.
 어리석은 사람은 이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 세계를 정복하려고 “내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없다”던 나폴레옹도 질병 하나를 이기지 못해 죽었다. 진시황 역시 수명을 다하는 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상의 종말이 언제인지 모르나 우리 생애에 그 날이 안 오면, 필연적으로 개인의 종말을 맞이해야 한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추수의 계절이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려도 하늘의 질서는 어김없이 강건하다. 추수 때 농부는 알곡과 쭉정이를 골라낸다. 인생의 결국도 심판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자족이 비결이다. 필자의 대학 교정에 수분지족(守分知足)이 새겨진 바윗돌이 있다. 삼성그룹 회장 집무실의 “빈손으로 돌아가리라!”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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