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초 태풍으로 저도어장 어구와 육상 보관 어구의 유실 피해를 입은 고성지역 어민들이 재난지원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혜준 고성군연안자망연합회 회장에 따르면 어민들은 태풍 마이삭의 북상을 앞두고 지난 8월 31일과 9월 1일 저도어장에 설치했던 그물을 걷으려고 했으나, 해경이 파도가 높다면서 철망을 막는 바람에 철망을 하지 못했다. 어민들은 9월 2일에는 해경이 철망을 허용해 철망을 하려고 했으나, 철망 작업 시 함께 가야 하는 해군이 피항을 가는 바람에 철망 작업을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60여 어가가 3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
김 회장은 “9월 2일 철망을 했으면 어구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당국의 조치로 인해 태풍이 오는데도 어쩔 수 없이 넋 놓고 어망을 바다에 그냥 두게 됐다”면서 “이로 인해 어로 활동이 막막한 어민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태풍 피해에 따른 정부의 재난지원금은 태풍 피해 시 어업을 목적으로 바다에 설치된 시설에 대해서만 지급 가능한데 태풍이 올 때 어구를 치우지 않고 바다에 그대로 둔 경우에는 피해지원이 불가능하다. 이는 태풍에 대한 경고를 당국이 충분히 했음에도 어망을 치우지 않는 것은 당사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민들은 지난 태풍 마이삭 때에는 해경의 조치와 해군의 사정에 따라 철망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태풍 강타 시 육상 보관 어구의 유실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는 어민들이 적지 않다. 지난 9월 태풍에는 바닷물이 육상의 어구보관장을 덮쳐서 어구가 유실되기도 했다. 자연재난 복구지원 기준에 따르면 육상 선착장이나 어구보관 장소에서 보관 중이던 어망·어구가 유실된 경우에는 재난지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어민들은 어구보관장은 어항 구역 내 법정 시설임에도 어구보관장에 어구를 보관하다 유실된 경우 재난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권창순 거진연안유자망협회장은 “육상 어구보관장에서 보관하던 그물뿐만 아니라 오징어 조상기, 냉각기 같은 어구도 다 잃어버렸다”면서 “지난 태풍에 이런 일을 겪은 이들이 많은데 영세한 어민들이 많아 당국의 대책이 없다면 피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송근식 고성군 수산업협동조합장은 “이전에는 해일이 육상의 어구보관장을 덮친 일이 없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없었는데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져 어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 9월 초 태풍으로 파손된 봉포항 어구보수보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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