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속초중앙시장은 속초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1번지이다. 그러나 <설악신문> 창간 초창기인 1990년대에는 상당수의 가게가 문을 닫아 심각한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극적인 역전에 성공한 전국 전통시장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중앙시장의 발자취를 <설악신문>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속초문화원에서 발간한 <속초시거주 피난민정착사> 연표에는 1953년 11월 5일 속초중앙시장이 점포 263개 규모로 준공식을 거행한 걸로 기록되어 있다. 1953년 봄 1군단 공병단의 지원으로 용소골의 논과 웅덩이 등을 메우고 상인들이 건축비 800여만원을 들여 목조건물을 세웠다. 오는 11월 5일이면 시장이 개설된 지 67년이 된다.
1990년 신축 중앙시장, 교통난·노점상 문제 대두
중앙시장은 1988년 3월 30일 신축공사 기공식을 갖고 1990년 5월 30일 지하 1층, 지상 2층 점포 505개의 신상가로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신축시장은 여러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다. 가장 큰 문제는 노점상 문제로 수산물 상인들이 지하1층 입주를 거부하고 노점을 계속 고집했다.
1990년 7월 9일자 <속초신문>에서는 “숨바꼭질 노점상 단속, 영세노점상 위한 터전 마련돼야”라는 제목으로 중앙시장 노점상 문제를 다뤘다. 수산물과 야채 청과물 상인들에게 중앙상가 지하1층 입주를 권했으나, 입주금 문제와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이유로 노점상들이 입주를 거부했다. 중앙시장 노점상수는 어류판매상 123명, 야채상 62명, 과일상 50명, 잡화상 7명, 기타 52명 총 294명인데, 이중 50% 정도만 상가에 입주하였고 절반 정도가 노점상을 계속 했다. 중앙상가 지하 입주 수산물 상인들도 200만원의 입주금과 다달이 10만~15만원의 세를 지불하는데도 노점상보다 매상이 떨어져 하루 품팔이도 안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1991년 4월 15일자 <속초신문>에서는 중앙시장 교통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국민은행 앞에서 구 야채시장에 이르는 중앙가로가 차량통행 정체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지하주차장이 유일한 주차장으로 차량 60대만 주차할 수 있어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 다음주인 4월 22일자에는 중앙시장이 준공된 지 1년이 다 되어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 500여개의 점포가 형성돼야 하나 400여개 점포만 입주해 장사를 하고 있고, 지하상가는 상당수가 비어있어 폐쇄 위기라고 보도했다.
1992년 6월 15일자 <속초신문>에서는 시장상가 번영회에서 노점철거와 무허가 상설어시장 철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 지하 어시장 입주자는 어시장 부진 원인이 건축 당시의 설계상 문제와 중앙가로 및 소방도로에 형성된 노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지하어시장 상인들도 중앙가로에 나가 노점 장사를 하고, 지하어시장은 생선 보관 창고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잦은 정전사고가 발생해 수족관의 활어가 죽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결국 1993년 5월 중앙상가 어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하 어시장 남쪽 출입구를 추가로 개설했다.
쇼핑센터로 상권 분산, 외지상인 불법 상행위 극성
1994년 9월 12일 영북지역 최초 백화점이라는 이름을 내건 아남프라자가 지하 3층, 지상 20층 건물에 쇼핑센터와 오피스텔 등 300여개 점포와 500여대 대형주차장을 갖춰 개관했다. 이때부터 중앙시장은 다른 쇼핑센터나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 접근 교통망과 주차장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1995년 1월 9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중앙시장 상인들이 중앙가로의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양쪽 주차를 바꿔 한쪽 주차를 하거나 노상주차장을 폐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런 요구에 따라 1994년 11월 11일부터 중앙가로 양쪽주차를 오른쪽 한쪽 주차만 가능토록 변경했다. 그러나 불법주차는 여전해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더구나 1995년 3월 29일 속초시 교동발전협의회에서 교동 터미널 예정부지에 남부시장을 만들기로 결의하고 주민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은 2년 이상 지속되었는데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다.
1995년에는 외지상인들의 불법 상행위가 극성을 이뤘다. 1995년 10월 30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지난 10월 25일 중앙시장 상인을 비롯해 속초 상인 3백명이 외지상인 불법 상행위에 항의해 관계기관을 방문하고 가두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동명동 매립 항만청 부지와 속초학생체육관, 현대쇼핑프라자 등에서 불우이웃돕기 명목의 바자회를 열어 중앙시장 의류점포가 큰 타격을 입었다. 외지상인 의류판매가 시작된 10월에 하루에 단 한 벌도 못 팔거나 6,000원짜리 옷 한 벌 팔았다는 가게도 있었다. 신문에서는 1면 머리기사와 함께 신문 한 면 전체를 할애해 관련 심층기획기사를 실었다.
1995년 11월 6일자 <설악신문>에서는 3회 연속으로 “속초 중앙시장 활성화 대책 없나”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연재했다. 기사에서는 중앙상가 지하와 시장 옆 골목, 구 수산물시장까지 3곳으로 중앙시장 수산물센터가 분산되어 수산시장의 특성을 못 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산물 시장도 분산되어 특별히 집중된 곳이 없다고 했다. 분산된 농수산물 시장을 통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아울러 무질서와 불법은 제살 깎아먹기라며 도로와 주차장 문제에 대해 상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집중 주정차 단속에도 주정차 금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서울 등 다른 지역같이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단결하여 축제를 기획하고 홍보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어려운 가운데도 시장에는 따뜻한 온정 있어
갈수록 시장이 어려워짐에도 중앙시장의 따뜻한 소식이 <설악신문>에 실렸다. 1996년 3월 4일자 신문에는 중앙시장 구 어시장 한 귀퉁이에서 30년 동안 서민들의 따뜻한 휴식처로 소문난 ‘고향집’ 김분옥 씨 인터뷰가 실렸다. 새벽 4시 화물을 풀어놓는 시장 사람들에게 따끈한 국밥을 팔기를 30년. 김 씨가 힘들어 하루라도 문을 닫고 쉴라치면 혹시 병이라도 났을까 주위에서 더 걱정이라고 했다. 몸이 아프면 주위사람들이 약을 지어주고 병원가라고 돈을 움켜주기도 한다고 했다. 김씨는 함경남도 함주 출생으로 속초에 정착해 딸 둘과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 셋을 직접 챙겨 길러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시켰다고 보도했다.
1996년 10월 26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중앙시장 지하 1동 상가주민들이 무장간첩여파로 불경기인데도 불구하고 18일 대간첩작전에 동원된 고성군 일출부대 장병들에게 찰떡과 절편, 오징어회, 음료수 등 400명 먹을 분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1996년 11월 29일 드디어 중앙가로를 경유하는 버스가 신설됐다. 55번과 66번 시내버스 2개 노선이 신설되어 하루에 30회 중앙시장을 거쳐 운행하기 시작했다.
IMF 경제위기로 중앙시장도 큰 타격을 입었다. 1998년 2월 9일자 <설악신문>에서는 “IMF 이후 중앙시장 신상가와 주변의 많은 상가들이 자리를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고 있으며, 하루에 한 건의 매상도 올리지 못한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1998년 4월 27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중앙시장 신상가 지하어시장 1백72개 가운데 45개가 폐업신고, 의류매장이 집중된 2층 매장 1백68개 가운데 21개가 매물로 내놨다”며, “지하어시장은 손님이 없는데다 군데군데 빈 점포가 늘어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워져 남은 매장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8년 9월 28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추석맞이 장보기 쇼핑정보를 모아 제공했다. 여기에는 중앙시장 이외에도 아남프라자, 부산쇼핑프라자, 현대쇼핑프라자, 대원한아름마트 등 12개 마트를 소개했다. 그동안 중앙시장으로 대표되던 지역상권이 마트가 들어서면서 곳곳으로 분산된 것이다. 대형할인매장의 경우 1994년 현대쇼핑프라자가 문을 연 이래 1997년 5월에는 부산쇼핑프라자, 대원한아름마트, 리빙마트, 킹마트까지 개장해 5곳으로 늘어났다. 이중 부산쇼핑프라자는 1999년 11월 30일 부도가 나서 관련 유통업계가 큰 피해를 입었으며, 한 달 후인 12월 27일 킹마트도 부도가 났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995년 10월 25일 외지인 불법상행위로 큰 피해를 입은 시장 상인들이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서 시위를 벌였다. 설악신문 1995년 10월 30일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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