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교동의 주택가 골목안.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골목 사이에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카페 ‘히응커피’가 있다.
인기 디저트인 ‘크로플(크로와상 와플)’로 인스타와 블로그에 소개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간판 없이 초록색의 표지판만 있는 작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있다.
히응커피의 김응교(28) 대표는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2019년 6월 경기도 시흥에서 속초로 왔다. 속초 출신의 원소희(28) 대표와 공동으로 창업해 두 사람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연인인 두 사람은 서울의 카페에서 함께 일했었다. 1년에 한번 이상 꼭 속초를 찾았고 김응교 대표는 속초에 올 때마다 시골집에 온 듯 한 편안함을 느꼈다. 출근시간이 적게는 40분에서 2시간까지 걸리는 사람 많고 복잡한 도시보다 여유롭게 다닐 수 있는 속초가 좋았다. 김 대표는 먼저 속초로 돌아온 원소희 대표에게 창업을 제안했고. 두 사람의 이름 한 글자씩 따서 만든 ‘히응커피’를 시작했다.
평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김응교 대표는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방송국에서 조연출 일을 했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열심히 일했지만 연이은 밤샘작업과 힘든 노동환경으로 지쳐가고 있던 때, 사촌형이 운영하는 카페에 일손이 부족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 카페로 직장을 옮겼다. 처음 일했던 곳은 백화점 내에 있는 카페로 머신을 놓고 자판기처럼 만들어진 것만 파는 공간이었다. 큰 즐거움을 못 느끼고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두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포에 새로 만들게 된 매장에 매니저로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커피를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자주 오는 단골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고, 커피를 내릴 때마다 생기는 변수들과 그 변수들이 생길 때마다 바뀌는 커피 맛을 발견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4년 동안 카페에서 일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공부했다.
지금의 ‘히응커피’ 만들어준 크로플
‘히응커피’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건 인기 디저트인 크로플이었다. 평소 와플을 좋아하던 김응교 대표에게 원소희 대표가 알려주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우리가 카페를 하게 되면 꼭 이 메뉴를 해보자”고 했다. 속초에 왔을 때만 해도 크로플이 서울에서 이제 막 알려지기 시작했던 시기라 준비하는데 고생이 많았다. 크로와상 생지를 구입해 구웠는데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알아보니 생지를 발효시켜야 하고 온도와 굽는 시간도 맞아야 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맛을 찾아냈다. 크로플을 판매하며 입소문이 나게 되고 전국적으로 크로플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유명 파워블로거의 글과 기사에서 ‘속초 크로플은 히응커피’라고 알려지면서 유명해졌고, 그 덕분에 지금의 히응커피가 운영될 수 있었다.
처음 카페를 오픈한 날이 2019년 7월 20일이었다. 오픈 후 11월까진 장사가 잘 되지 않았는데 크로플로 알려진 후 12월에 시즌메뉴인 딸기크로플을 내 놓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주었다.
기본 지키려는 히응 ‘커피’
크로플과 디저트로 유명한 카페지만 ‘히응 커피’는 커피를 만드는 곳이다. 크로플이 잘 됐을 때도 두 대표는 당황했었다. ‘커피를 더 맛보게 하고 싶은데 크로플을 많이 찾으면서 커피가 뒤로 여겨지는 것 같이’ 느껴졌다. 창업비용의 거의 대부분을 투자해 커피머신과 그라인더를 구입했을 정도로 커피에 많은 신경을 썼다. 매일 커피의 맛을 일정하게 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리 바빠도 원두 그람을 재고, 커피를 내릴 때도 추출량을 작은 저울로 재고 있다. 커피는 변수가 많아 머신을 똑같이 설정해 놨더라도 온도 때문에 아침과 오후 원두 컨디션이 달라진다. 아침에 내리면 30초 걸리는 커피가 점심이 되면 35초 걸리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런 것들도 최대한 계산해서 맞추려 하고 있다.
“대부분 카페에서 이렇게 운영을 하고 있어서 굳이 이야기 드리는 게 쑥스럽지만, 오픈한 이후 커피를 내리는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히응 커피
친환경카페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배달을 시작하기 전 반년 가까이 고민했던 부분이 ‘일회용품 사용이 많아지는 것’이었다. 카페가 우리나라에서 일회용기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인데, 이전에 일하던 카페에서도 제일 안타까웠던 게 일회용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거부감 없이 일회용기를 사용하는데, 그런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곳이 되고 싶다. 지금까지는 시그니처 컬러인 초록색이 들어간 컬러 종이컵을 사용했지만 현재 갖고 있는 컵들을 소진하고 나면 생분해성 일회용기인 펄프(나무를 베지 않고 만드는)컵과 홀더를 사용할 계획이다. 배달을 하면서도 일반 일회용품보다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회용기를 줄이기 위해 카페에 텀블러를 가져오면 1,000원을 할인해 주고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보다 할인율이 큰데, 그만큼 더 많이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에 지속하고 있다.
동네사람들이 찾아주는 작고 따뜻한 카페
바다와 산을 좋아해서 속초에 왔지만, 카페를 준비할 때 사람 많은 바닷가보다 주택가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 관광객이 한 번에 밀려왔다 빠지게 되는 바닷가 보다 동네사람들이 꾸준하게 자주 찾을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처음엔 간판도 하지 않았지만, 손님들이 너무 안 보인다고 해서 표지판을 만들었다.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어닝을 달았는데 이번 태풍에 떨어져서 다시 작은 표지판만 남게 됐다.
한눈에 띄지 않지만 한 번 보게 되면 계속 눈길을 끄는 곳. 히응커피는 매일 같은 맛의 커피와 특별한 디저트를 만날 수 있는 작고 따뜻한 카페다.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에서 카페와 닮은 따뜻한 두 주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손미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히응커피 김응교 대표.
김응교 대표와 원소희 대표가 커피를 만들고 있다.
히응거피는 간판 없이 커피라는 초록색 표지판만 있다.
인기 디저트인 ‘크로플(크로와상 와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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