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년 연례행사처럼 자연재해로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더 이상 우리나라도 태풍이나 가뭄, 폭설 등 기상이변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실해졌다.
평생 태풍이나 가뭄이 없었다는 지역도 이제는 하루아침에 큰 피해를 입게 되어 망연자실하게 만든다. 올해엔 8월 초까지 사상 가장 긴 장마로 전국에 걸쳐 약 3만ha(여의도 면적의 약 90배) 이상의 농경지가 침수피해를 입었고, 9월초엔 잇따라 들이닥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우리 영북지역에서도 논이 무너져 내리고 추석을 앞둔 과수원의 과일도 속절없이 떨어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작년에는 기상 관측사상 최다인 7개 태풍이 몰아쳐서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유실되었고, 원예농업시설과 재배작물 등이 큰 피해를 입었고, 2018년에는 폭염으로 22만ha(여의도 면적의 약 650배)에서 농작물과 과수피해가 발생했다. 거슬러 올라가서 2017년과 2015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해 소방차가 출동하는 일이 소방관의 하루 일상이 되기도 했었다.
이처럼 자연재해는 매년 나의 논과 밭, 과수원에 피해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상시화 되었다고 생각하고 취약한 대응책을 미리 보완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연재해가 들이닥칠 땐 인간의 힘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 피해가 최소화하기만을 바라며 기다린다. 이 어쩔 수 없는 피해를 담보하기 위해 우리 농업인이 사전에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농업보험 가입이다. 농업보험은 워낙 피해율이 높아 모든 나라가 정책보험으로 개발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농업보험을 농협이 개발해 2001년도부터 판매에 들어갔고, 확대, 개선되고 있다.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이 유사시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상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 시 보상하는 보험이 바로 ‘농작물 재해보험’이다.
농작물 저온피해와 우박피해, 태풍피해, 비피해, 조류나 동물피해, 원예시설 및 작물의 재해 및 화재피해 등에 대비해 만든 보험으로 연중 농작물의 파종 적정시기 이전에 60여 품목의 농작물을 소속 지역농협에서 가입할 수 있다. 당장 11월에 가입 가능한 농작물보험은 우리지역에서 많이 나는 복숭아를 비롯해 자두, 포도, 매실이다. 1월에는 배와 사과, 단감, 떫은 감을, 4월에는 벼를 가입할 수 있다.
자동차를 평생 운전할 사람이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는 것과 같이 농업을 평생 영위할 농업인이라면 반드시 ‘농작물 재해보험’을 가입해야 진정한 농업경영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료는 국고에서 50%, 도에서 15~45%, 시군에서 15%~45%가 지원되어 실질적 농가부담금은 5%~20% 내외로 비교적 저렴하며 재해 시 충분한 생산비 이상의 보상을 받게 설계되어 있다.
필자는 20년 전 서울 농협 본사 재직 당시 ‘농작물 재해보험’ 도입 멤버로 일했고, 그 후 팀장으로 일했기에 누구보다 애착이 강하다. 농업보험 선진국인 캐나다, 일본, 유럽에 벤치마킹을 다니고, 공정한 보상기준을 만들기 위해 사과과수원에 과일 몇 박스를 사가지고 가서 과일을 사과나무 밑에 깔아 놓고 사진으로 보았을 때 손해율을 측정하는 기법을 개발하는 등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올 9월 우리지역에 태풍이 피해를 주고 간 어느 날 지인이 “형님, 복숭아 과수원이 완전 피해를 입어 도와주러 간다”고 해서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셨겠네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과수원엔 태풍피해가 없어서 그런 거 가입 안 한다”고 답하기에, 자동차보험을 비교하며 가입 필요성과 피해 시 보험료의 몇배~몇십배의 보상을 받은 사례를 말씀드리니 후회를 하며 이후엔 “반드시 가입시키겠다”고 말씀하셨다.
농작물에 친환경 농약이나 비료를 한 번 더 뿌리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명 같은 농작물을 농업보험에 가입시키자. 도시에 출타한 자녀들도 ‘부모님 농업보험 들어주기’로 매년 효도해 보자. 그리하여 자연재해에 근심을 덜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도 즐기며 국민의 생명창고를 쥐고 있는 숭고한 농사일에 긍지와 보람을 느끼는 농업인이 되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지은환
전 NH농협은행 양양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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