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연예계에는 ‘부캐’ 열풍이 불고 있다. 부캐 열풍은 유산슬, 카피추, 김다비, 린다G 등등 다양한 행태의 부캐들이 활동하면서 2020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연예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부캐’는 본디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원래 키우던 캐릭터나 계정 이외에 새롭게 만든 캐릭터와 계정을 말한다. 본래 계정은 본 캐릭터의 약자인 ‘본캐’로 불리며 새로운 캐릭터는 ‘부캐’라고 불린다. 본 캐릭터로 더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만드는 것이 부캐다. 이후 일상생활로 용어사용이 확대되면서 ‘평소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부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임으로써 신선한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지역의 본캐와 부캐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설악권, 이 지역의 본캐는 너무도 확실하고 우월하며 독보적이기까지 하다. 산, 바다, 호수, 온천 등 본캐가 가지고 있는 자연 조건 등이 너무 좋다. 우리나라의 여타지역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다. 올 가을에는 코로나 때문에 단풍이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설악산과 관련된 행사와 축제가 축소되거나 취소되어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속초와 인근 고성, 양양 등은 자연 환경을 토대로 한 관광산업으로 생활이 영위될 정도로 지역적 캐릭터가 뚜렷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부교 설치를 비롯한 영랑호 개발과 관련해서 많은 논란들이 발생하고 있다. 속초의 독보적 자산인 영랑호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쪽에서는 개발을 통해 속초 북부권의 관광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북부권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개발을 반대하고 있는 쪽에서는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개발은 궁극적으로 우리 지역의 장점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가만히 쟁점을 반추해 보면, 우리 지역이 관광객으로 먹고사는 곳이라고들 하지만 이곳에 삶의 터를 두고 있는 지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지 않다면 그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삶은 경제적인 풍요가 우선적인 필요조건이기는 하겠으나, 그게 또 삶의 전부만은 아닐 것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나 굳이 내세울 것 없는 다른 지역의 관광 고육지책을 우리 지역에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일까? 관광객들이 주가 되고 지역민들의 삶이 기생적인 것이라면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은들 그 지역민들의 삶의 질이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끔씩 코로나 사태 이전, 본말이 전도되어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던 유럽의 여러 관광도시들의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을 떠올리게 된다.
늘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개발과 보존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들을 좀 더 광범위하게 논의해서 일방적인 개발이나 무조건적인 보존이 아닌 속초라는 본캐에 부합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부캐를 창출해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고스타, 유산슬, 유두레곤, 지미유 등으로 계속 부캐를 확장해 가고 있는 개그맨 유재석. 그 이면에는 유재석이라는 본캐에 대한 대중적 신뢰와 지지가 그 바탕이 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영랑호 개발을 둘러싼 여러 논란들을 종식시킬 수 있는 그 모든 합의의 시작은 본캐의 활약이 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부캐도 빛날 것이라는 인식의 공유이다. 본캐의 장점과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방향이어야 그 부캐가 성공적일 것이다.
아름다운 내 고향 속초, 그 본캐를 생각해 보게 되는 가을날이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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