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국가정원의 개념
②국가정원의 현황
③국가정원으로 가는 길 - 지방정원
④지역발전의 시사점
우리 사회에서 국가정원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여러 지자체가 지방정원 조성계획을 세우고 국가정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지난 총선에서는 많은 후보자가 국가정원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고성에서도 지난 군수 재선거에서 한 후보자가 화진포를 국가정원으로 조성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아직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 지자체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가정원 조성이 지역발전에 있어 하나의 화두가 된 것은 분명하다.
국가정원은 일정한 규모를 확보해야 하고 지방정원 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선정 과정이 까다롭지만 그만큼 지역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순천만국가정원이나 태화강국가정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정원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생태 친화적 공간으로서 지역의 명소, 유명 관광지가 될 수 있다. 고성은 녹지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고 산, 호수, 바다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어 만약 큰 규모의 정원을 조성한다면 송지호, 화진포 등 여러 관광지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최근 들어 관심을 끌고 있는 국가정원에 대해 살펴보고 고성에서 국가정원 조성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고성에서 국가정원, 지방정원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 조성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가정원이 과연 관광과 생태적 가치 두 가지를 충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과 장치들이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타 시도 사례에서 어떤 점을 참고할 수 있는지, 현장 취재와 전문가 자문을 통해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지역민들의 고민에 작은 실마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정원 운영 주체 따라 4가지로 분류
국가정원이라는 개념은 2015년 1월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정원법’)로 바뀌면서 생겼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개념이라 아직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지만 순천만국가정원,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을 언급하면 사람들은 조금 친숙하게 여긴다.
정원법에서는 정원을 ‘식물, 토석, 시설물(조형물 포함) 등을 전시·배치하거나 재배·가꾸기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정의하며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 ‘자연공원법’에 따른 자연공원,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시공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간은 제외함을 밝히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정원은 운영 주체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된다. △국가가 조성·운영하는 국가정원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는 지방정원 △법인·단체·개인이 조성·운영하는 민간정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법인, 마을·공동주택 또는 일정 지역의 주민들이 결성한 단체 등이 공동으로 조성·운영하는 정원인 공동체정원이다.
국가정원, 국립수목원, 국립공원 비교
정원법은 ‘수목원’의 개념도 정의하는데 법상 수목원은 수목을 중심으로 수목유전자원을 수집·증식·보존·관리·전시하고 그 자원화를 위한 학술적·산업적 연구 등을 하는 시설로 △산림청장이 조성·운영하는 국립수목원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하는 공립수목원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조성·운영하는 사립수목원 △학교 또는 교육기관이 교육지원시설로 조성·운영하는 수목원으로 나뉜다.
국가정원 및 국립수목원과 비교될 수 있는 것으로 국립공원이 있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른 자연공원의 하나로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이다. 법에서는 자연공원은 모든 국민의 자산으로서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해 보전되어야 하고 생태계의 건전성, 생태축(生態軸)의 보전·복원 및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도록 지정·관리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상 정의를 따른다면 수목 유전자원의 보존과 연구에 중점을 두면 수목원, 식물과 조형물 등의 인위적인 조성에 중점을 두면 정원, 그리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생태·문화경관 지역은 자연공원이다. 그런데 정원과 수목원, 자연공원은 관료나 학자가 아닌 그곳을 찾는 일반인에게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순천만국가정원과 광릉 국립수목원, 설악산국립공원은 일반인에게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광목적지이다. 이런 점에서 국가정원, 국립수목원, 국립공원은 이용자들에겐 수목이 우거지고 규모가 큰 공원의 일종이다.
공원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공원을 “국가나 지방 공공 단체가 공중의 보건·휴양·놀이 따위를 위하여 마련한 정원, 유원지, 동산 등의 사회 시설”로 정의한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공공녹지(公共綠地)의 하나로, 여러 사람이 쉬거나 가벼운 운동 혹은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정원이나 동산”으로 정의하며, 이에 더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이나 주민의 보건 휴양 및 정서 생활의 향상에 기여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경영하고 관리하는 자연지(自然地) 또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후생적(厚生的) 조경지(造景地)”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이런 정의를 보면 정원이나 수목원, 자연공원은 일반인들을 위한 기능상 모두 공원이라 볼 수 있다.
국내에 국가정원 2곳·지방정원 2곳
국가에서 지정하는 국가정원은 현재까지 순천만국가정원과 태화강국가정원 두 군데이다. 지방정원 역시 두 군데로 경기도 양평 세미원, 전남 담양 죽녹원이 있다. 국가정원과 지방정원이 현재 각각 두 군데씩밖에 없는 것을 보면 국가정원과 지방정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은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지방정원 조성을 준비 중인 지자체를 제외하고 설계와 공사 등으로 이미 사업을 진행 중인 지자체가 23개에 달한다. 지방정원을 조성 중인 지자체는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다. 그중 전남이 여덟 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 전북, 충북이 각 세 곳이다. 강원도는 두 곳으로 영월과 양구에서 진행 중인데 영월은 사업이 마무리 단계이고 양구는 올해 사업을 시작했다.
시도지사가 등록 권한을 갖는 민간정원은 2020년 10월 현재 전국에 41개소가 등록돼 있다. 민간정원의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울산 남구의 구암정원은 면적이 766㎡이고 전남 화순의 무등산 바우정원은 그 100배인 7만4,178㎡에 달한다. 조성 중인 지방정원들이 모두 10ha(10만㎡) 이상이어서 현재 등록된 민간정원들의 규모는 모두 지방정원에 미치지 못한다. 민간정원 역시 전국에 산재하는데 강원도에서는 홍천 홍송원이 유일하다.
전국에 공동체정원은 8개소이다. 이 중 5곳이 전남에 있고 남양주, 청주, 춘천에 하나씩 있다. 공동체정원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1,000~6,500㎡의 크기이다.
유럽 등 선진국은 생활 속에 정원문화가 정착됐지만 우리나라는 이들에 비해 정원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못하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증가했으나,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시민 참여 인프라와 산업화는 미미한 수준이라 평가받고 있다.
영국은 3,700여 개의 정원이 등록돼 있고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정원박람회인 첼시플라워쇼가 매년 개최되는 등 정원관광 기반이 구축돼 있다. 독일에서는 연방정원박람회가 2년마다 지역 순회로 개최되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매개 역할을 한다. 이런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국내에서 정원 관련 사업의 추진은 지역발전을 위한 하나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국내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은 특색 있는 여러 종류의 정원들을 갖추고 다양한 생태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으며 전시, 행사 등을 통해 지역 마이스산업의 성장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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