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연결해 주는 소통 도구인 언어, 모든 의사소통의 기본입니다. 말은 관계 속에 존재하고 그 의미를 갖게 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속담은 오랜 세월 삶의 경험과 어떠한 상황의 가치에 대한 견해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언어)입니다. 언어는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는 도구로 음성, 문자, 비언어적 표현으로 서로 간 의사 전달을 통해 상호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일상생활 속에서 말 때문에 웃고 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감정의 움직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라는 것이 누군가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에는 그 말이 품고 있는 의미, 뉘앙스, 분위기가 따라가지는데요, 어떠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괜찮지?’ ‘괜찮잖아’ ‘괜찮은 거 아니야?’ ‘괜찮지 뭐’와 그리고 ‘괜찮니?’ ‘어떠니?’라고 물어보았을 때 이에 반응도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때 행동의 변화도 언어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일상생활과 사회 속에서 상황별에 따른 ‘보이는 언어’와 ‘보이지 않는 긍정언어, 부정언어’가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식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인생의 중대한 갈림길에서 특정한 말로 인해 선택이 달라진다면 어떨까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역사와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말에 따라 행동뿐만 아니라 인생까지 뒤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되기도 하며, 위기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듣게 된 말들, 거리에 걸린 수많은 간판 언어들, TV를 통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드라마, 예능, 뉴스, 광고 등에서 쏟아지는 말과 행동들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지배당하며 살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어의 위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상대가 보이지 않는 전화 속에서, 디지털 기기를 통한 사이버공간에서의 막말과 문자, 욕설 테러, 성희롱 등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과 행동은 쉽게 잊히지 않으며 공포감, 불안감이 감돌아 개인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모두의 생활, 사회질서를 해치고 있습니다.
나쁜 말에는 차별, 성차별, 외모를 평가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착한 말에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말들이 있습니다. 말로 인한 차별과 소외는 소통의 장애를 가져옵니다.
언어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큐멘터리 ‘당신의 아이는 무엇을 보고 듣고 있나요?’를 보면, 아이가 보고 들은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평소 언어를 접하는 상황에 따라 아이가 보고 듣고 말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말을 더 많이 기억하게 될까요? 자극적인 단어가 이성과 감정에 활성화되어 쉽게 잊히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말 한마디가 신경전으로 이어져서 싸우는 경우, 사이버 공간에서의 악성 댓글, 욕설 등의 충격으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욕설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뇌의 변연계 (불안과 공격성, 기억에 관여하는 부분)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욕설을 듣는 사람이 욕설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하면서 이성과 감정이 망가지게 됩니다.
21세기, 의사소통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권력을 가진 자의 말에서 차별, 성차별, 성희롱, 괴롭힘의 현실을 느끼면서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는 언어소통이 아직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통의 대상자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고,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소통을 해야 합니다. 그럴 때 나의 말을 잘 들을 것이고,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존중과 배려를 할 것입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문희
속초성폭력상담소·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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