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진읍 거진 10리 1반 주민들이 오는 12월 말까지 집을 비우고 마을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해당 가구가 20여 집에 이른다. 주민들은 수십 년 전부터 관리인에게 텃도지를 내고 살아오다가, 2013년에 관리인이 숨진 뒤 토지 소유주가 낸 토지 인도 소송에서 패했다. 관리인이 사망한 탓에 1년에 한 번씩 텃도지를 내왔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가 없었던 주민들은 철거를 앞두고 법원 집행관에게 약속한 이행각서에 따라 연말까지 자진해서 토지를 인도해줘야 한다.
문제는 10반 주민들의 대다수가 70대 이상의 고령인데다 형편이 어려워 이사 갈 집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사비용조차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이들도 있을 정도다. 더구나 수십 년 간 이웃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마을주민들이 고령에 서로 살 곳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현실도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이다. 82세의 할머니는 24세에 이 마을에 와서 60년 가까이 살았고, 80대 중반의 할아버지는 70년대 초에 이사 와서 어느덧 50년 가까이 정을 붙이며 살아왔다. 속이 타는 것은 떨어져 살고 있는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형편이 좋으면 모시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처지라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주민들은 지난 2월, 12월말까지를 시한으로 이행각서를 작성했는데, 그 사이 딱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속절없게 시간만 흘러갔다. 임대료를 내고 계속 살고 싶지만, 토지 소유주가 토지 인도 소송을 내 재판까지 마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주거는 생존의 문제이다. 이제 곧 겨울이 닥칠 텐데, 갈 곳이 마땅치 않으니, 그 설움이 오죽하겠는가.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가난한 고령의 주민들을 도울 방법이 없는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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