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거진읍 송정리 농수로에 14개의 개구리사다리가 설치됐다. 개구리사다리는 그물 형태의 작은 매트를 농수로 벽면에 설치해 시멘트 농수로에 빠진 양서류들이 이를 붙들고 사다리처럼 타고 올라올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운동연합, 한스자이델재단, 새와 생명의 터, 중국 난징임업대학 아마엘 볼체 박사팀, 영국로즈디자인서비스, 고성군 등이 이번 개구리사다리 설치에 협력했다.
개구리사다리는 양서류뿐만 아니라 조류 보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멘트 농수로는 작은 개구리들이 빠지면 올라가기 힘들고 이는 양서류와 파충류를 먹이로 삼는 조류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또한, 양서류, 파충류, 조류의 개체 감소는 다시 전체 생태계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개구리사다리 설치는 생태계보호를 위해 긴요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서류 전문가인 중국 난징임업대학 아마엘 볼체 박사는 “시멘트 농수로와 같은 현대 농업 방법이 양서류의 개체 감소를 가져왔다. 그런 점에서 개구리사다리 설치와 같이 양서류를 살리는 방안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에 남아있는 수초형 농수로가 더이상 시멘트 농수로로 바뀌지 않기를 희망했다.
이날 현장 설치에는 고성군 자매결연 기관인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의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국사무소 대표도 함께했다. 젤리거 대표는 “개구리사다리 설치를 통해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친환경 쌀로서 지역브랜드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 농민, 지역 환경단체와 의견을 나누고 개구리사다리 설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스자이델재단, 환경운동연합 등이 협력한 개구리 사다리 설치는 올해 1월 백령도에서 시작해 연천, 파주 등에서 진행한 바 있다. 이들이 협력해 설치한 개구리사다리는 백령도 33개, 파주 13개, 연천 2개, 고성 14개 등 총 62개이다. 향후 지자체, 농민, 환경단체, 양서파충류·조류 학자와 함께 관련 워크숍을 개최하고 이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고성군은 지난 12일 설치한 개구리사다리의 파급효과를 관찰한 후 향후 관련 사업 확대 여부를 정하게 된다. 이광호 기자
시멘트 농수로에 설치되고 있는 개구리사다리.
환경운동연합, 고성군 등의 관계자들이 개구리사다리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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