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노인체육회가 출범하고 있다. 지난 6월 국민체육진흥법에 ‘노인체육 진흥’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지자체에서 조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속초시 노인체육회도 지난 9월 27일에 공식출범했다. 이로써 준비단계의 인제군을 제외하고 설악권 3개 시·군의 노인체육회가 설립을 마쳤다. 필자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발기인 총회 임시의장을 맡아 진행했다. 발기인 총회에서 현 속초시 게이트볼협회 조영두 회장을 초대 속초시 노인체육회장으로 선출했다.
(사)대한노인체육회 산하 조직이다. 2018년에 설립된 대한노인체육회 규정에 명시된 정식 회원의 연령은 대한민국 노인복지 대상 연령인 65세부터 가능하다. 그러고 보면 필자는 아직 정식 노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회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임시 의장을 맡았으니 발기인 총회의 적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다행히 회원 자격에 노인 엘리트 체육에 관심이 있는 만 60세 이상 64세까지 누구나 준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필자는 노인 엘리트 체육복지에 관심이 많다. 노인 건강과 노인 복지는 하나다. 그래서 일찍이 2008년에 시작된 노인일자리 창출기관인 속초시니어클럽의 태동기부터 관여하고 있다. 발기인 총회 다음날인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보험 1인당 진료비가 450만원으로 발표되었다. 노인인구 1천만 명 시대를 앞두고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될 것이다. 초고령사회 의료비로 인한 재정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노인체육회 이름 앞에 붙여진 ‘건강한 100세 시대를 책임질’이라는 슬로건이 그런 의미이다. ‘노인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고 나라가 건강하다’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노인체육회의 출범은 시대적 요구이다. 필자는 노인체육이야말로 평생체육의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체육이 나이 들어서 하는 운동이 아니고 어려서부터 습관화되어온 것의 자연스러운 연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대한민국 경제고도성장의 주역들이 어느새 한꺼번에 은퇴를 맞이했다. 노인 같지 않은 신세대 노인들이 덜컥 준비도 없이 맞이한 현실이 몹시도 당황스럽다.
필자도 세월 따라 내일 모레면 그리되리라! 그래서 정식 노인자격을 얻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학교 뒷산을 걷는다. 하루 1시간 산행이 일상이다. 연구실을 벗어나기만 하면 울창한 숲길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모집단에서든 1퍼센트도 못 누릴 혜택이다. 짙어가는 가을, 굽이진 오솔길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채광의 아름다움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산행에서 거저줍는 토실한 알밤은 덤이다. 그래서 산행은 언제나 즐겁다.
필자 주변의 지인들 가운데 혹자는 이런 소리를 한다. 속초에 살면 생선회도 실컷 먹고, 골프장이 많으니 얼마나 좋겠냐고 부러워한다. 그때마다 줄기차게 받아치는 창작 유머가 있다. 연구실에서 문만 열면 바로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고, 우리 집 뒷마당이 골프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헛말을 한다. 사실 필자는 낚시 취미도 없고, 여태껏 골프채 한번 잡아본 일도 없다.
어떤 스포츠는 연구자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은사님의 경험에서 나온 말씀을 오랫동안 지침으로 믿고 따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는 파크골프는 해볼 생각이다. 왠지 소싯적에 많이 해본 구슬치기와 자치기 놀이를 융합한 운동이 파크골프와 게이트볼 같아 친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의 전환이 몸이 마음을 유도한 것인지, 마음이 몸을 최적화시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정식 노인체육회 회원이 되는 과정이 아니겠는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용기를 내어 잔디밭에 첫발을 내딛어 볼 것이다. 노인체육회의 슬로건을 실현하는 국민 한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고 국가 재정 부담의 원인 제공자가 되지 않기 위해, 무엇보다도 유쾌하고 행복하고 즐겁고 내일이 기대되는 나 자신을 위해! 파이팅!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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