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를 보낸 지역 시장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코로나19 장기화는 명절 특수도 초라하게 만들었다.
지역 상인들에게 추석 분위기를 물어보자 대부분은 “명절에 특수가 없었다”고 했다. 거진전통시장 부식가게의 주인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는 장사가 형편없었다”면서 “이번에는 자식들도 찾아오지 못하고 노부부 둘이서만 차례를 지낸 데다 장사마저 되지 않으니 추석이 명절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고 실망한 어조로 말했다. 간성시장의 부식가게 주인은 “이번 명절에 다른 물품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비슷하게 판매됐지만, 과일과 채소가 비싸서 사는 사람들이 적었고 구매자들도 두 개 살 거 하나 사는 식이었다”고 했다.
명절 기간 지역 방문자들이 적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거진버스터미널 관계자는 “이번 추석에는 일반버스의 경우 이용자 수가 평시와 별 차이가 없고 우등버스 이용자만 조금 늘었다”고 했다. 그는 또 “터미널을 찾는 이들을 위해 추석선물세트도 터미널에 비치해 놓았는데 거의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거진시장 한 정육점 주인은 “올해 명절에는 시장 방문객이 거의 없어서 장사도 당연히 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올해는 추석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적어 일부 상인들은 명절 별도 상품을 준비하지 않거나 줄이기도 했다. 거진전통시장의 한 반찬가게 주인은 “올해는 추석 특수가 없을 것 같아 해마다 명절이면 준비하던 부침개, 떡 등을 팔지 않아서인지 이전 명절 매출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간성시장의 한 떡집 주인 역시 “올해는 명절 떡을 적게 준비해놔 매출이 이전 명절과 비교할 때 2/3 정도”라고 밝혔다.
명절 연휴에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는 이도 많았다. 거진전통시장의 한 식당 주인은 “코로나 때문에 명절 기간에 장사하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겁나서 문을 닫고 쉬었다”고 했다.
상인들은 명절 이후 경기에 대해서도 걱정이 컸다. 명절 연휴 다음날인 지난 5일 거진전통시장은 적막한 느낌이 들 정도로 방문객이 드물었다. 거진전통시장 인근의 휴대폰 가게 주인은 “명절이 지나고 나면 손님이 적지 않게 왔었는데 오늘(5일)은 오후가 됐지만 찾아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며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올해 명절 장사가 나쁘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이도 있었다. 거진전통시장의 한 닭집 주인은 “올해 현금 매출은 이전 명절보다 확실히 줄었지만, 카드 사용자는 늘어 명절 판매액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간성시장의 한 정육점 주인은 “올해는 제사 준비 등을 위해 고기를 사는 이들이 적었지만, 선물세트로 고기를 주문한 사람들이 늘어 매출액은 이전 명절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거진전통시장의 한 식당 주인은 “이번 명절에 주변 식당들이 문을 닫은 덕에 문을 열었던 우리 가게에는 예상보다 많은 손님이 다녀갔다”고 했다. 거진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올해 추석에는 과일, 채소는 가격이 비싸서 장사가 잘되지 않았지만, 육류 판매는 그리 나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명절 연휴 다음날인 지난 5일 방문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 거진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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