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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문화로 거닐다<184> / 여행자의 시선으로 발견한 골목③ 중앙로 108번길
수산업 영광 시절 추억으로 간직한 부둣가, 108번길
등록날짜 [ 2020년10월12일 13시20분 ]

후포식당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속초시내로 다시 나갈까, 아니면 청초호반로를 걸을까 고민하다 중앙로 108번길을 다시 걷기로 한다. 중앙로 108번길은 총 3곳이 있다. 후포식당에서 부둣가로 나가는 골목은 지난호에 걸었다. 이번에는 부둣가에서 갯배 타는 곳까지 계속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막다른 곳이 나온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시내로 나가는 길이 있다. 그곳도 중앙로 108번 길이다.
 

동원냉동, 정박한 배, 비릿한 내음
후포식당 맞은편에 쉼터가 있다. 산소통이 잔뜩 놓여있고 야외용 테이블이 무심하게 듬성듬성  있다. 스킨스쿠버를 위한 휴식공간처럼 보인다. 나무판에 커피공방이라 쓰고 간이 주방처럼 보이는 가건물에는 생맥주와 아메리카노의 가격, 인근 식당의 배달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코로나 때문인지 사람은 없다. 그곳에서 부둣길을 따라 걷기로 한다. 정박한 배, 주차한 차가 서로를 맞대고 있다. 청초호는 드넓다. 초보 여행자에게 이곳은 동해바다이자 도심 속 호수이며 부둣가이자 주차장이다. 사용자에 따라 쓰임이 다른 공간, 비릿한 바다내음이 수산업의 도시 속초의 추억이 맺힌 공간임을 힌트처럼 말해줄 뿐이다. 이곳을 걷는 길은 재미와 지루함이 번갈아 있다. 청초호 물살의 일렁임과 푸른 빛, 그 건너편 건물이 보여주는 도시의 풍경은 자연과 인간의 어우러짐이 좋은 속초 고유의 풍경이다. 하지만 왼편의 건물은 때로 황량하고, 배려가 없는 듯 놓여있는 물건들과 차량은 스산하기까지 하다. 그저 속초사람들의 소소한 삶이 이 현장에서 치열하게 펼쳐졌으리라는 상상을 하며 걸을 뿐이다.
바다의 넉넉한 품과 석호의 안전망은 청초호 일대를 중심으로 속초 수산업이 발전하게 된 이유이다. 일제강점기 자원반출을 위해 조성된 속초항은 속초라는 도시생성의 계기이자 발전의 마중물이 되었고, 이곳 청초호 수변은 과거의 영광이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었다. 생선라면, 대구매운탕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집, 낮은 지붕아래 꽉 다문 입술처럼 고집스레 문이 닫혀있는 선술집을 지나다보면 더 이상 직진할 수 없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왼편골목으로 몸을 돌려야 한다.
처음 만나는 가게는 ‘서울칼국수’이다. 속초의 면덕후이면 한 번쯤은 들려본 곳으로 원래 주인장의 손맛을 아들이 이어가고 있는 노포이다. 외형과 실내는 전형적인 동네 국수집의 모습이다. 좁은 홀에는 3개의 식탁이 있고, 방안에도 어깨를 부딪치며 앉을 수 있다.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싼 편이다. 메인 메뉴라고 할 수 있는 칼국수는 진한 국물보다 멸치의 담백함이 강조된 맛이다. 적당히 풀어헤친 계란 고명과 김가루 아래 푸짐한 면이 가득이다. 일단, 스텐 그릇을 들고 육수 맛을 본다. 담백하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젓고 입안 가득 담아본다. 묵직하다. 균형이 잘 잡힌 맛이다. 칼칼하면서 달짝지근한 비빔국수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서울칼국수 맞은편에 카페 ‘브릭스블럭 482’가 있다. 벽돌과 녹슨 철의 조화가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감성은 미적감각이 더해져 주인장의 취향이 궁금해진다. 벽돌을 활용한 의자와 테이블, 거친 벽면을 그대로 살리고 전등과 테이블 의자를 감각적으로 배치한 인테리어는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바닷가 사람의 품성을 담은 듯하다. 1층과 2층을 지나 3층 루프탑으로 올라가면 청초호의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 있다. 부둣가 길을 따라 걸으면서 만났던 감성과 루프탑의 감성은 그 결이 다르게 다가왔다. 재료의 물성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은 담백함은 서울칼국수의 육수와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련된 도시감성으로 부둣가 재해석
서울칼국수에서 속초시내로 걷는 길 왼편에 적산가옥 형태의 2층집이 있다. 속초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빈 곳마다 가게가 들어서는 걸 감안하면 이해가 안 간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공터의 잡초와 낮은 울타리가 빠르게 변화하는 속초의 또 다른 반항처럼 보여 반갑기까지 하다. 도시에는 비어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건축가 승효상의 말이다.
길 건너에는 중국집 ‘부영각’과 ‘속초 sea’가 있다. 부영각은 오래된 중국집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만만치 않은 음식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맞은편 가게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속초바다라는 뜻, 물결무늬 이미지가 단순하면서도 간결하다. 주로 제철 해산물 위주의 메뉴를 구비한 술집이다. 감성 조명이 감싸는 내부 인테리어를 보니 어망이나 밧줄 등  배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활용하였다. 부둣가 거친 사내들의 고단한 하루를 위로했던 선술집은 사라지고 그들의 삶이 반영된 오브제를 활용하여 감성을 파는 가게들이 하나씩 이곳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련된 도시감으로 부둣가를 재해석하는 골목상권은 도시의 새로운 트렌드이자 활력소이다. 속초의 옛 추억은 현재의 감성으로 채워지면서 새로워진다. 아직 열지 않은 가게를 보면서 속초에서 가장 뜨거운 곳, 서독약국 골목으로 향한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낮고 묵직한 음악이 골목을 감싼다. 좋은 스피커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음악이 나오는 곳은 구두 수선 카페다. 잠시 들여다본다. 가격대를 짐작할 수 없는 스피커와 앰프가 가득이다. 주인장은 오디오 마니아이다. 그의 쾌활함이 골목의 쾌활함으로 전염된다. 골목을 걷는 뜻밖의 즐거움이다. 잠시 음악을 감상한 후 속초관광수산시장이라는 이름이 적힌 루미나리에 방향으로 걷는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구두 수선카페. 오디오 매니아인 주인장의 음악이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속초 sea 입구. 배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골목에서 만난 옛집. 2층 구조가 과거 적산가옥의 형태여서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브릭스블럭 482 입구. 벽돌과 나무를 활용한 감각적인 디자인, 루프탑으로 사랑받는 공간이다.
중앙로에서 바라본 108번길. 그대로 직진하면 속초항의 끝과 맞닿아 있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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