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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 칼럼 / 취(臭)와 향(香)
등록날짜 [ 2020년10월12일 09시50분 ]
맛을 느끼는 감각은 혀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과학이 밝혀낸 진실이다. 코 감기에 걸리거나 축농증, 비염 따위로 인해 고생해 본 사람은 같은 음식이라도 맛의 차이가 크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코가 담당하는 음식 냄새는 혀가 담당하는 다섯 가지의 맛의 감각만큼이나 위력이 큰 것이다.
냄새를 가리키는 용어는 크게 취(臭)와 향(香)이 있다. 취는 부정적인 의미로, 향은 긍정적인 의미로 주로 쓰이는데, 같은 재료의 냄새를 두고도 취와 향으로 갈리곤 한다. 막걸리를 만드는 우리 양조장에서는 누룩을 사용, 술을 만드는데 막걸리에서 나는 특유의 시큼하면서도 콤콤한 향은 바로 이 누룩에서 비롯된다. 발효를 담당하는 핵심 재료인 누룩을 어떤 걸 쓰느냐가 막걸리의 향을 절대 좌우하기 때문에 막걸리의 누룩은 ‘은은한 누룩향’, ‘구수한 누룩향’이라는 칭송을 받아 왔다.
이렇듯 칭송의 대상인 누룩의 향이 ‘누룩취’로 불리는 경우가 있다. 최근 전통주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접근과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통의 누룩 향이 특정 술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게 되면서 ‘누룩취’라는 단어를 종종 보게 된다. 누룩의 향은 언뜻 된장을 띄울 때 나는 내음과 유사하다. 균을 배양하는 방법이 누룩은 주로 밀을 사용하고 된장은 콩을 사용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비슷하다고 보면, 메주 띄울 때 나는 냄새를 연상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숙성된 술이나 장에서 나는 냄새는 주재료와 합쳐지면서 좀 더 부드럽게 완화되는데, 이 냄새가 모든 이들을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연령층은 메주 냄새를 맡으며 성장할 기회가 없는 까닭인지, 누룩 향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술이 누룩으로 발효 후 거르거나 증류한 약주, 소주다. 누룩으로 밑술과 초단을 만든 다음, 여기에 주 재료인 쌀을 넣어 약 한달 가량 숙성시키면 약주가 만들어지는데, 맑은 부분만 걸러내면 약주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약주에 열을 가해 끓는점이 낮은 알코올 성분만 빼내면 증류 소주가 만들어지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도 약간의 누룩향이 남게 마련이다.
술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누룩이지만 약주와 증류 소주로 만들어지는 단계에서는 미운 오리 취급을 받게 된다. 약주와 증류 소주 단계에서는 누룩 향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는데, 흔히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은 숯을 이용한 탈취다. 여기에, 고유의 향을 덧입히기 위해 다양한 가향 재료들이 동원되는데, 술이 가진 고유의 맛에 어떤 향이 입혀지느냐가 술의 성패를 가르곤 한다.
특정 음식에 대해 호불호가 존재하듯,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술이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조자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다만, 원재료의 물성을 완전히 벗어난 음식이나 술이란 애당초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원 재료의 물성을 살리되, 먹는 이의 만족도를 최대한 올리는 지점을 늘 생각하는 것이다.
올해, 새로운 술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시음용까지 가지 못한, 여러 샘플들이 내 앞에 놓여 있다. 이들 중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 세상에 제 이름을 달고 나갈 단 하나의 후보가 나올 것이다. 부디 취가 아닌 향으로 오래 기억되길….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성택
설악프로방스배꽃마을 대표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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